동물의 의사 선생님, 그리고 땡시 이야기..

하나유메 코믹이라던가, 엄~청 옛날 작품이라던가, 올해 드라마로도 나왔었다던가, 최근 애장판도 나왔다던가, 명작 대열에 올라올 정도의 작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Dr. 스쿠르 라는 이름에서 ‘동물을 사랑하는 한 휴머니스트 수의사 이야기’ 려니 정도로만 생각하던 책.
그러다가 지난 학기 후배가 PC실에서 드라마 다이제스트 보는 것을 보고 그 예상이 산산히 조각났었는데.. (그 시대에도 저런 휼륭한 엽기 코미디가 있었구나 하고)
지난 학기 마지막 시험이 끝나는 날에 드디어 빌려다 봄. (근데 왜 이제서야 일기를?)

수의대와 의대가 배우는 게 비슷하다 보니 다른 사람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느끼는 게 많았었는데..
그러고보니 한창 대학 원서 넣을 때 나군에 S대 공대를 넣느니 S대 수의대를 넣을까하고 말했다가 아버지에게 단번에 각하당했었는데, 나랑 같이 자퇴하고 수능 1점 낮게 나온 녀석이 합격한 걸 보고 조금 아쉬워했었던 기억도. (어차피 지금 다니는 곳에 합격한 이상 그냥 여기 왔겠지만)사람 대하는 것보다 동물쪽이 덜 피곤하지 않을까… 하지만 수의대생이 보면 단번에 ‘웃기지 마!’ 라고 할지도.
(<-사람 대하는 거 무지 싫어하면서 의대는 와 가지고.. 그냥 기초남아도 괜찮겠다하고 종종 생각함) 1. 꿈에 시베리안 허스키 나오다.
이 책을 읽고 한 이틀 후엔가? 꿈에 아키가 기르는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와 노는 장면이 나왔다.
사실 난 일요일 아침에 모 방송국에 하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모 썰매견(언제나 FFS를 떠올리게 하는..)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그 애는 시베리안 허스키가 아니라 알래스칸 말라무트였던가..
하여간 썰매견과 노는 꿈을 꾸었다.
문제는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는 사람은 아키가 아니라 모래님이라는 것. 아키는 고양이잖아!!

2. (의대생의 관점에서 본) 작가의 미스 1.


…………그건 상완골이 아니라 대퇴골 아래있는 tibia라고! (차라리 ulna라고 하면 조금이나마 이해하겠다)
에~또 한글로 뭐라 하더라.. (사전 찾는다) 경골, 정강이뼈군..

3. (의대생의 관점에서 본 작가의 미스) 땡시.



…정말 의대, 치대, 수의대에서 땡시 보는 것은 만국 공통인 듯. 엄청난 폐해가 아닐 수 없다.
지난 학기에 우리가 본 건 골학, 해부학, 조직학. (여기 나온 건 조직학) 학교마다 땡시보는 과목과 숫자와 모양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학교 경우과 비교하자면,
호루라기를 부는 게 아니라 종을 땡! 하고 친다. (그래서 땡시) 소리가 무~지 귀에 거슬린다. (혹자는 저 소리만 들으면 머리가 하얘진다던가)
그리고 30초씩이란 것은 똑같지만 저렇게 현미경을 붙여두지 않는다. (저렇게 가까워서야 접안렌즈 들여다보는 척하면서 옆사람 답안지 보는 것은 일도 아닐텐데)
우리는 한 실험 테이블당 2개 or 4개씩, 테이블 양 까장자리에 놓아두어서, 저 위에는 어쩌다 뛴다고 써 있지만 이 쪽은 늘 처음 5초 동안 뛰어다녀야 하지, 다음엔 초점이나 양 미간 사이 거리를 맞춰야지, (따라서 미리미리 한눈으로 보는 연습을 해둔다) 무지무지 시간 없다.
따라서 옆사람과 ‘넌 알겠어?’ 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할 만한 거리나 여유도 안 되고.. 뭣보다 옆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모든 시험에 공통되는 사항 아닌감?
..뭐, 이게 원숭인지 개인지 토끼인지 같은 건 몰라도 되는 건 좀 나을라나. (그런데 그게 구분이 되나.. 헤~에)

게다가 잡설이지만, 이 땡시란 놈은 이번 학기도 기다리고 있다. 병리학이라고, 위에 있는 조직학은 정상 조직을 현미경으로 보는 거지만 이번 것은 병든 조직을 보고 장기명과 병명을 써야 하는 것.
10얼 24일에 첫번째 땡시를 보았는데.. 다만 저번 학기와는 사정이 달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보았지만.
사정이란 것은, 일단 배점도 무지 낮은데다가,
저번 학기는 슬라이드 수가 100개를 넘은 데다 장기만 묻지 않고 무슨무슨 세포냐라는 질문을 해서 도저히 현미경을 보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이번 땡시의 경우는 총 30여개의 슬라이드중 5개가 시험에 나오고, 묻는 것은 장기와 병명 뿐.
한 가지 더 알아둘 것은 평소 수업시간에 보여준 슬라이드와 시험에 나오는 슬라이드는 모두 같은 조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그러니까, 간 하나로 몇 십장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한 장씩 나눠주고 하는 식)
육안으로 봐도 다 구분할 수 있다는 것.
아마 시험때 슬라이드 번호(슬라이드마다 번호가 붙어있다)만 가리지 않는다면 지난 학기처럼 100개가 넘어도 번호당 뭔지 다 외우는 짓도 서슴지 않겠지만.

그래서 필기 시험 끝난 직후 슬라이드를 칼라 복사한 것을 들고 동그란 것은 동맥경화증에 걸린 관상동맥이라던가, 네모낳고 가장 빨간 건 염증 생긴 신장이라던가, 네모낳고 흐리멍텅한 것은 간경화라던가 하는 식으로 외우는 것(그리고는 땡시때 접안렌즈를 들여다보는 척하며 슬라이드를 육안으로 보고 판단한다)이 매년 있었던 일인데, 요게 병리학 교실측에 알려진 모양인지 올해부터 땡시가 그냥 실습시험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일단 슬라이드는 봐야하니까.. 땡시에서 실습시험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몰랐던 우리는 슬라이드를 그냥 외워서 들어감. 그리고 현미경 옆에 놓여져 있는 슬라이드 5개를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1번은 비장에 결핵, 2번은 대장에 암종, 하는 식으로 단번에 다 알아냈고, 현미경도 안 보고 슥슥 스니까 보다못한 기사 선생님이 현미경 좀 보라고 하는 사태마저 발생.

…………………뭐,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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