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잡는다는 것은 つかむ와 殺す 둘 다 해당.
정확히 말하면 殺す는 옆에서 구경만 한 거지만 말에요..
하여간 약 한 달 전의 기생충 실습. 무슨 기생충인지는 아직 시험이 닥치지 않은고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험공부를 해야 기억을 한다) 그 날의 실험 동물은 뱀이었습니다.
(전에 쥐 잡은 글 쓴 이후 지금까지 mouse 한 두 번, rat 한 번, guinea pig 한 번 잡아봄.)
유혈목이라는 종인데요, 꽃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군요.
(유혈목이란 뱀이 있는 건 알았지만.. 울긋불긋한 뱀을 전부 꽃뱀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이런 걸 매년 어디서 구하나 했는데 땅군들에게서 사왔다고 하시더군요. 후에 초청강사로 온 S대 교수님도 땅군에게서 사온다고 하는 걸 들어보면 대한 기생충학회는 땅군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 싶은… (..이라고 해봤자 상인과 단골의 관계?)
삼끼는 파충류도, 곤충과 갑각류를 제외한 절지동물도, 이거저거 싫어하는 동물은 많지만 역시 무서워하는 동물을 고르라면 뱀입니다. 어릴때는 뱀이 나오는 꿈도 많이 꿨다죠…
하지만 반경 3m 이내로 뱀을 접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일단 기대를 하고 실습실에 들어갔습니다.
본격적인 실습을 하기 전에 보통 실습 비디오를 보는데(가야금 산조를 BGM으로 하는;;;),
거기 나온 뱀은 살아있었는데도, 가위(보통 가위였음;;)로 목을 자르는데도 그저 느릿느릿 몸을 뒤틀더군요.
보면서 시시하다고(‘뱀이 기운이 없어!’) 투덜댄 삼끼와 S군. 그리고 늬들 땅꾼이냐고 어처구니 없어하는 M군.
목이 날아갈 때 휘리릭 몸을 움직여서 팔을 칭칭 감는 건 아닐까 상상하고 있었는데 실망스럽더군요.
하여간, 비디오를 다 보고 유혈목이를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역시 보통 가위로 목을 자른 후 한 조당 한 마리씩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희조도 조장씨가 막 목을 잘라 선혈(뱀의 피도 빨갛더군요)이 뚝뚝 떨어지는 뱀을 받아들고 와서 껍질을 벗기..려고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목이 잘리고도 얌전히 있던 뱀이 껍질을 양쪽에서 벗기려고 하자 맹렬하게(?) 360도 회전.
덕분에 껍질 벗기는 조장, 목 잡아주는 언니(쥐는 보는 것도 싫어하면서 뱀은 잘도 잡았..), 이렇게 둘로도 부족한 사태. 다른 조원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하는 수 없이 ‘이럴 때 안 해보면 내 평생 언제 뱀 한 번 잡아보겠어’ 하고 중얼거리며 비닐장갑을 끼고 몸통을 잡았습니다. (어차피 목 잘린 뱀에게 물릴 일도 없을테니)
그런데 이놈의 뱀이.. 지름 한 3cm? 가늘어서 잡아도 역시 몸 회전을 멈출 순 없더군요.
게다가 손바닥에 등이 닿을땐 아, 뱀도 역시 척추동물이구나 싶게 딱딱한 척추가 만져졌지만,
배가 닿을 땐 그야말로………. 결국 뱀군이 두바퀴 회전할 때 더 못참고 ‘나 못 잡겠어!’ 하고 놔버린.
그래도 뭐.. 열심인 두 조원의 활약으로 뱀은 껍질을 벗었고, 껍질을 벗긴 뒤엔 기생충 골라내서 생리 식염수에 넣기. 이건 저와 조장 둘이서 했습니다만..(목 잡아준 언니는 이 시점에서 어디론가 가버림;;)
…………도대체 기생충이 없는 곳이 어디야? 싶을 정도로 다다닥 붙어있거군요..
저희 조 뱀은 좀 많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이래서야 어떻게 뱀을 먹나(원래 먹을 생각도 없지만) 싶더군요.
특공대원들 서바이벌 훈련때 먹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정력을 위해 먹는건.. 차라리 비아그라를 먹어라!!
여하튼 둘이서 열심히 골라내고 있자니 그 때까지 얼굴도 안 내비치던 조원 한 녀석이 와서는 ‘어? 아직 심장이 뛰고 있네?’ 하면서 가위로 터뜨리고 가버렸..;;
덕분에 깔아놓은 신문지는 사혈(蛇血)로………..;;;
………의대는 이런 실험도 하는 겁니다. 네에.
1 Comment
Add Yours →으아아! … 오랜만에 오자마자 일기보고 정말 위 그림과 똑같은 +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유과였습니다.
…의대에서 그런 실험이 있는 줄…처음 알았습니다.그러고 보니 삼끼님의 기생충 일기는 상당히 오랜부터 그 형태를 달리하면서 들어왔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