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나이

기독교가 에스토니아에 퍼지기 시작하던 초기 중세, 에스토니아의 숲에서 조상들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이들은 새로운 문명을 대변하는 마을의 영향력에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었다. 숲의 불편한 삶과 배우기 어려운 뱀의 말 등으로 인해 숲의 사람들은 점차 뱀의 말을 잊고 마을의 편리한 문명 세계에 하나둘 동화되어 간다. 그런데 소년 레메트의 가족만은 반대로 과거에 마을에서 정착하려다가 다시 숲으로 돌아온 이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을 끝까지 숲의 일원으로 인정 못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결국 소년 레메트만이 그 세대에서 유일하게 재대로 뱀의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세월이 지나 어린시절 친구들조차 뱀의 말을 잊고 마을로 떠나버리자, 몇 남지 않은 숲 사람들은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레메트의 어머니는 숲의 유일한 처녀인 히에를 며느리로 삼을 생각을 하지만, 히에의 아버지인 탐베트는 자신의 딸을 숲을 살리기 위한 정령의 제물로 바치려고 한다. 레메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히에를 구출해서 멀리 도망치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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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온 황금가지 환상문학전집입니다. 이렇게 쓰면 제가 이 전집을 빼놓지 않고 읽는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니고, 전집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편집상의 아쉬운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서평단 모집할 때 시놉시스가 흥미를 끌어서 구입했습니다만 에스토니아 소설인지는 읽기 시작할 때까지 몰랐네요.
제가 처음 에스토니아라는 국가를 인식한 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출품된 11월이라는 에스토니아 영화였는데,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늑대인간들과(에스토니아인) 뱀파이어(독일인)가 나오고, 낫 세 개를 연결해서 만든 기구를 악마와 계약해서 정령으로 바꾸어서 집안일을 시키는 등의 환상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 역시 오십보 백보의 환상 소설이라 저의 에스토니아에 대한 편견은 점점 더 강해졌는데…
…사실 에스토니아는 IT 강국이라 skype를 만든 나라기도 하고 세계에서 전자정부화가 제일 잘 되어있는 국가라고 합니다.
여튼,

고등생물(포유류와 뱀)이 뱀의 말을 하거나 알아들을 수 있는 세계.
뱀의 말에 언령 같은 힘이 있어 유인원 아래의 포유류는 뱀의 말로 내리는 명령에 거역하지 못하는 힘이 있고
뱀의 말을 못 알아듣는 곤충이나 벌레들은 하찮은 동물로 여겨지는 중세 에스토니아의 숲.
숲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뱀의 말을 이용해 쉽게 사냥을 할 수 있어 사냥에 의한 육식만 하고, 입고 있는 옷도 가죽으로 만든 옷.
하지만 뱀의 말은 구사하기 어렵기 떄문에 뱀과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한편,

숲의 밖에는 기독교 세력이 침투해서 ‘마을’을 꾸리기 시작합니다.
뱀의 말을 할 줄 모르는 그들은 사냥도 제대로 할 줄 몰라 늘 힘들게 농사를 하고 맛없는 빵만 먹고 살아가는데
그런 삶을 동경하던 숲의 인간은 하나둘 마을로 떠나고 어느덧 숲에 아이는 주인공 남매를 비롯한 네 명만 남게 된 상황.

뱀의 말을 할 줄 아는 마지막 사람, 숲에 남는 마지막 사람이 되는 소년 레메트가 겪게 되는 삶을 1인칭 주인공으로 그린 소설입니다.
단순한 환상소설이라고 보기엔 석기-청동기 및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과정과, 전통 문화와 외래 문화의 충돌, 종교의 패악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잘 만들어진 소설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단지 군데군데 비문이 수정이 안 된 게 보여서, 내가 지금 라노베를 읽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싶었네요. 편집면에서 좀 아쉬웠어요.
표지 디자인이야 옛날부터 정해진 저 전집의 디자인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ㅡ_ㅡ;;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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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이 소설 읽고 싶었지만 출판사때문에 걸렀는데 역시나 ㅎㅎㅎ 전 가여운 것들 하나 읽은 것으로 충분하다 여기겠습니다. 저도 에스토니아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IT 강국인 건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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