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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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말. 문명개화의 파도는 아직 먼 곳의 일인 에치고의 산 속. 음력 정월대보름에 산신에게 바치는 연극의 준비로 활기 넘치는 마을에, 연기 지도를 위해 도쿄에서 연극배우가 초대된다. 불모의 육체를 어찌할 줄 모르는 미모의 배우 료노스케와, 눈에 갇힌 마을에서의 생활에 질린 지주의 아내 테루. 둘의 밀통이 서곡이 되어, 비극의 막이 열렸다-인간의 업보가 낳은 장절한 운명을 미소유의 농밀함으로 그린, 전기소설의 틀을 깬 나오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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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마사코의 1997년 116회 나오키상 수상작.
제목은 산 속에 숨어 살면서 어린애들을 잡아먹는다는 요괴 야만바. 라고 쓰고 야마하하라고 앍습니다. 그 의미는 하권에 들어가야 밝혀집니다.

메이지 말기, 에치고(지금의 니이가타)의 산 속. 이십년 전에 폐광된 후 지금은 지주와 소작농들만 남은 가난한 산 마을에 도쿄에서 연극배우-남자 둘이 초대됩니다. 사부와 그에게 길러진 제자 료노스케. 
고아로 태어나 철들었을 때는 이미 사부의 손에서 크고 있던 그는 실은 반음양. 사부의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구경거리로 팔려나간다는 두려움에 떨면서 유년기를 보냈고, 성인이 된 후에는 한 몫하는 연극배우가 되었으나 뒤로는 사부의 애인 노릇을 하는 등, 사부에게 얽매인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이 지긋지긋합니다.
빚에 쫓겨 극단이 문을 닫고, 사부가 료노스케를 끌고 온 곳은 겨울을 맞은 에치고. 야만바가 살고 있다는 산이 있을 정도의 촌구석까지 끌려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절망하던 료노스케의 앞에,
평생 처녀를 지키며 고제(눈먼 여성으로만 구성된, 유랑하는 예인들의 무리.. 라고 하네요)의 길을 걷겠다고 말하는 코토.
그리고 신세를 지고 있는 지주의 집 2층 방 구석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 지주의 아내 테루.
이 두 명을 만난 후로 료노스케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불모스럽다고만 생각했던 자신의 육체를 점점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료노스케가 테루와 밀통을 나누다 테루에게 작별을 고하는 순간부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

반도 마사코는 단편집은 1권, 장편은 이번이 네 편째 읽는 것인데,
대부분의 장편이 ‘자연’이 소재로 들어가 있고, 그 자연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욕망-삶에 대한 집착이건 육욕이건 이방인에 대한 배척이건-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네요. 그리고 마지막엔 등장인물 대부분이 죽습니다! 끈적끈적.

이 작품도 초반에는 좀 지겨웠..달까 사투리도 심하고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갔는데(상권의 절반을 읽는데 두 달 반이 걸린..) 상권의 뒷부분부터는 속도가 붙어서 하권은 단숨에 읽었네요.
앞으로도 종종 한 권씩 집어드는 작가가 될 것 같습니다. 생전에 책을 많이 내는 작가였어서 아직 많이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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