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십자총서 쿠단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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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노 연속 토막 살인사건의 진상을 그린 『망량의 상자』가 발표되었다. 얼굴을 보이지 않고, 본명도 밝히지 않은 작가 쿠보 슌코(久保竣皇)의 정체를 찾는 탐정 에노키즈는, 쿠보가 사는 거미의 소굴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것은 보소 반도의 거미의 소굴에서 죽은 오리사쿠 미도리와, 연속살인의 범인, 고 쿠보 슌코(久保竣公)와 같은 기억을 가진 남자였다.
무사시노 연속 토막 살인사건으로부터 5년, 쿠보 슌코(竣皇), 그리고 마녀라 자칭하며 쿠보와 함께 하는 오리사쿠 미도리란 누구인가. 혼란에 빠진 에노키즈는 형사 키바, 그리고 교고쿠도를 끌어낸다. 쿠보 슌코(竣公)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던 처참한 사건의 뚜껑이,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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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는 도불의 연회 이후(온모라기부터는 저도 안 읽어서 모르겠음), 시대고증이 어디까지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고지라나 비키니 섬 핵폭탄 실험이라든가 미국의 슈퍼 히어로 만화가 작중에 언급됩니다.
이제 요괴가 없어지고, 고지라 같은 ‘괴수’가 나타나는 시대가 왔다는 장굉설을 교고쿠도가 늘어뜨리면서 작품이 시작됩니다.

고지라 이야기가 한차례 끝나면, 출판사 소개글에 나온대로, 일반인들은 알 리가 없는 ‘무사시노 연속 토막 살인사건’의 진상을 그대로 그린 소설 ‘망량의 상자’가 출판되어서 물의를 빗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것도 작가명이 사건의 범인으로 알려진 쿠보 슌코와 한자 하나만 다른 쿠보 슌코, 이 정체 불명의 남자는 누구인가? 라고 토리구치나 키바가 난리를 피우지만 교고쿠도는 묵묵부답.

한편 그 쿠보 슌코라는 정체불명의 남자의 1인칭으로 진행되는 장이 시작되는데, 자신은 사건의 범인인 쿠보 슌코이며 자기도 모르겠지만 그 토막난 상태에서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남았으며, 지금은 거미의 소굴이라는 별명이 붙은 저택에서 사소설을 쓰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은 오리사쿠 미도리. 육체 관계는 없지만 자신의 세번째 처이며, 첫번째 처는 고레 미유키, 두번째 처는 아사다 유우코.
현재는 ‘망량의 상자’에 이은 차기작 ‘우부메의 여름’을 쓰고 있으며, 이것은 자신이 알 리가 없는 사건이지만, 인류에게는 ‘집단적 무의식’이라는 것이 있고 자신은 그 집단적 무의식으로부터 우부메의 여름의 진상을 알아내 소설을 쓰는 것이다- 라는 요지의 말을 중얼중얼중얼.. 거립니다.

..이쯤 되면 이 쿠보 슌코라는 작자가 누구인지는 대충 알게 되지요. 하여간 책의 중반까지 웅얼웅얼거리다가, 중반에 교고쿠도가 찾아와서 프로이트니 융이니 쿠단이니 기타 등등 이야기를 풀어내며 당신은 집단적 무의식으로 그 내용들을 아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알려주는 ‘츠키모토 오토시’를 행합니다. 물론 장굉설.

…..이 책의 아마존 평가를 보면 약간 평가가 엇갈리는 게, 평점 자체는 가장 높기는 합니다. 
이야기의 주제라든가 풀어내는 방식이라든가(주로 교고쿠도의 장굉설에 의한 츠키모노 오토시), 원작을 가장 충실하게 따라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이거든요. 자료 조사도 많이 했을 것 같고. 그건 인정.
작가는 누군가 찾아봤더니 라노베 ‘오다 노부나가의 야망’을 쓴 사람이더라구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름은 아는 정도인데… 하여간,

원작에 가장 충실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다른 ‘장미십자총서’는 등장인물에게의 애정만 가득한 동인지라는 느낌이지만, 이것은 그렇지 않고, 그래서 아마존 평점도 제일 높은데..

…..슬플 정도로 재미가 없어요 ㅠㅠ
사건이 없는 탓도 있을까요. 같은 장굉설이라도 원작은 나름 사건이 있고 밝혀내야 할 진상이 있고.
하지만 이 작품은… 맨 처음 나오는 고지라에 대한 고찰(..) 외에 별로 장굉설이 흥미있지도 않았고 쿠보 슌코가 실은 누구인지 뻔하니까, 그 발상 자체는 좋은데… 읽으면서 내내 지겨웠습니다…; 안타까울 정도로;

교고쿠 나츠히코의 재능이, 그런 장굉설을 풀면서 독자가 재미없다고 느끼지 않을 간당간당한 선을 지키는 데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장미십자총서였습니다.

이제 한 권만 읽으면 이 시리즈도 다 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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