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치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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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정년퇴임을 계기로 도쿄에서 고치의 산 속 시라누이 마을에 이사온 부부. 미술교사였던 남편 슌스케는 취미인 도예에 전념하고 싶고, 아내인 마유코는 방사선 오염의 불안이 있는 도쿄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노인만 있는 마을에서 젊게 보이는 두 명은 환영받지만, 「구치누이님」이라 불리는 신을 모시는 신사로 이어지는 길 위에 슌스케가 도예의 가마를 세우기 시작하면서,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에 가열이 생기고, 음험한 이지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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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재앙이 일어난 후 발표된 작품입니다.
은퇴 후 도예나 하며 생애를 보내고 싶은 느긋한 성격의 남편과, 방사선이 무서워서 시골로 도망쳐오기는 했지만 이런 시골에서 늙어가는 것이 불만인 신경질적인 아내… 의 이야기와
이 둘이 새로 지은 집 아래 살던, 한밤중에 산속에 들어가 다음날 심근경색으로 죽어서 발견된 노인… 을 둘러싼 이야기가 얽히면서 진행됩니다.

내용 자체는 소개글에서 더 덧붙일 만한 것은 없네요. 처음에는 환영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구치누이님이 지나가는 길’이라 불리는 샛길(공공체에서 샛길로 쓰이기는 하지만 그 일부가 주인공 부부네 땅에 포함되어 있는)을 약간 침범하는 형태로 불가마를 세운 후 밭이나 식용수로 쓰이는 저수 공간에 농약이 뿌려진다거나, 집 밖에 죽은 고양이의 시체가 놓여있다거나 하는 이지메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분명 출입구에 감시카메라가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집 안에 있던 사물의 위치가 바뀌어져 있는 등..
그렇게 아내는 점점 더 히스테릭해져 가면서 죽음의 그림자에 덜덜 떨고, 그런 아내를 남편은 지레 겁을 먹는다고 짜증을 내는데..

작가의 대표작(사국, 이누카미)이 제법 초자연적인 요소를 띄고 있어서, 이 작품에도 약간 그런 것을 바랬는데 왠걸, 그냥 시골 사람들의 이방인을 배척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시골 사람들하면 순박하고 그럴 것 같지만 실은 매우 배타적이라는 것.
그리고 소설 후반부에 가면 멧돼지 사냥을 한다며 노인들이 총을 들고 등장하는데, 왠지 ‘파리대왕’을 연상했는데 이후에 벌어지는 전개도 파리대왕을 쫓아가서.. 배타적이다 못해 ‘모든 것은 구치누이님의 뜻’이라고 하며 인간성마저 잃어버리는 모습이… 파리대왕이랑 계속 링크가 되는..^^;

작가가 고치현 출신이라 이 작품 역시 고치현이 배경이고, 확실히 고향이라 이런 점을 잘 아는구나-했는데 왠걸, 작가 후기 보니까 도쿄에서 고치 현으로 돌아올 때 고향은 인간관계가 밀접한 게 싫어서 일부러 다른 마을로 갔더니 본인이 이지메를 당했고, 그 경험을 계기로 썼다고 하더라구요. 과연, 자신이 이방인이 되어서 이지메를 당하지 않으면 잘 안 보이는 시점의 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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