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프만의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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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출판사 사장의 유언에 의해, 다양한 종류의 제작활동에 힘쓰는 예술가에게 일할 장소를 제공하는 <제작가의 집>. 그 집의 생활을 돌보는 나의 곁에 브라프만은 다가왔다――. 산스크리트어로 ‘수수께끼’를 의미하는 이름을 부여받은, 사랑스러운 생물을 만나고, 지켜 본 여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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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소동물과 만나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고단샤 문고기는 하지만, 전체 180p 밖에 안 되는 데다가 페이지당 13행 밖에 안 되고, 이야기가 대화로만 진행되는 부분도 꽤 되고, 흘낏 보기에 동화처럼 보이려고 의도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작가가 오가와 요코입니다.
아무래도 유럽인 것 같다는 것(배경으로 올리브 나무 숲이 나옴)외엔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산과 강과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의 고도 같은 곳에 세워진 <제작자의 집>. 그곳의 관리인을 맡고 있는 주인공 ‘나’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젊은 남자라는 것 외에 ‘나’에 대한 단서는 안 나오고, 그저 어느 날 아침 문 앞에 버려져(?) 있던 정체불명의 생물을 줍게 되고, 브라프만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후 기르기 시작합니다. 군데군데 관찰일기 같은 코너도 나와서 브라프만의 생태에 대해 써 있는데, 믈갈퀴가 달린 포유류.. 라는 점에서 뭔가 갓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주인공이 생활하는 곳은, 관을 짜기에 좋은 돌이 많이 나는 돌산 아래 있습니다. 화장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옛날, 그 돌로 관을 짜기 위해 옛날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싶지만 산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오는 것보다 시체를 배에 실어 떠내려보내는 것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에 돌로 관을 꾸미고 싶은 유족들이 배에다 시체와, 함께 넣을 유품들과, 관을 짜는데 필요한 돈을 넣어서 강으로 떠내리면, 이 곳에서 그 배를 주워다 들어있는 돈에 걸맞게 관을 짜는 직인들이 살아왔던 땅. 지금은 직인들은 사라지고 단지 무덤들만 많이 남은 땅.

그런 과거를 갖고 있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묵으러 오는 사람들도 예술가들이라 별로 서로 간섭을 안 하는 땅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담히 그려집니다.
하지만 제목이 ‘브라프만의 매장’이니까 나중에 죽는다는 거겠지.. 관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하고 뭔가 불안불안, 중간에 브라프만의 존재를 위협?하는 등장인물이 두 명 등장하면서 역시 위태위태하지만 그래도 담담히 진행되다가… 생각지도 못하게(어찌보면 엄청 평범하게?) 브라프만의 죽음이 찾아오고, 담담히 그를 매장하면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오가와 요코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어딘가 불안불안한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볼 만한 작품입니다. 위에 썼듯이 분량도 짧고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는 뭔가 허전할지도… 그러고보니 이 작품에서는 페티시즘도 안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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