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야마노테의 전통있는 아가씨 학교, 성 마리아나 학원. 교내의 이단자(아우트로)들이 모이는 「독서클럽」에는, 긴 세월에 걸쳐 만들어져 온 비밀의 <클럽지>가 있었다. 그곳에는 학원사상 말소된 갖가지 진사건이, 이름도 없는 여학생들에 의해 맥맥히 기록되고 있었다――.
소녀들은 진정할 수 없게 되어, 그 기분은 점차 옆교실에도 번지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용건도 없건만 다른 반의 소녀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친구와 우아하게 이야기하면서, 창가의 베니코를 힐끗힐끗힐끗 바라본다. 시선을 눈치채도 베니코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소녀들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크림빛의 교복을 입은, 그것도 그것이 어울리지 않는 외부자인 베니코 안에, 벨 보텀스를 입고 포크 기타를 울리는, 고독한 아우트로의 환상을 보았다. 꽈악, 가슴이 조여왔다. 그것은 슬픔과 비슷했다. 순수하고 거만한 아가씨들 사이에 태어난, 첫 AmbivalenZ(양가감정)였다. 슬퍼, 아파, 다가가고 싶어, 사라졌으면 해, 눈물이 나, 기쁨을 느껴, 그러니까,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사쿠라바 카즈키가 신쵸사에서 내놓은, 하드커버 단행본입니다.
흔한 설정의, 어느 한 아가씨 학교의 이단자인 ‘독서클럽’에 의해 기록된, 학교의 비사(秘史)를 소재로 한 5개의 단편을 모았습니다. 배경도 1919~2019년으로 다양하고요.
실은 안티백합, 안티마리미테 라는 평가를 보고, 원래 하드커버는 잘 안 사는 주의인데 신경이 쓰여서 사 봤습니다. 소녀들이 그려진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요.
신쵸사는 원래 일반 소설을 내놓는 곳인데 이런 라이트노벨스러운 작품이 나와도 되나 갸우뚱한 것도 있고. 어쨌건 읽고서…
……………푸하하.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첫 감상이었습니다.
1장은 정말이지, 백합물에 대한 풍자가 강해서 읽는 내내 히죽거렸어요.
4장도 그렇지만, 정말로 백합물에 대한 풍자가 강한 소설이었습니다. 4장은 히죽거리기보다 짜증을 내며 읽기는 했지만..
2장은, 나름 미스터리.. 까지는 아니더라도, 1장과는 다른 분위기로 읽을 수 있었고,
3장은, 거품 경제가 성 마리아나 학원에 끼친 자그마한 영향,
5장은, 아자미가 청춘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 약간은 감명을 받았을지도.
하지만 역시, 1장이 제일 깼습니다. 백합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비판하시는 분이나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있을 듯.
마침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에 이어 ‘아카쿠치바 전설’도 한국어판이 나왔으니, 잘 하면 이것도 수입될지 누가 알까요.
2 Comments
Add Yours →음? 위에 베니코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백합물을 풍자하기 위한 소재인건가요?
수입되면 정말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어떻게 풍자를 했을지 ㅎㅎ
그렇죠. 소녀들의 교실의 ‘남자’격인 베니코를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니까. 그 과정이 정말 아스트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