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7년. 마녀사냥의 바람이 닥치는 독일・렌스에서 10세 소녀 마리는 「적 그리스도」와 만난다.
2022년. 근미래의 싱가폴에서 청년 딕키는 이미 절멸했을 터인 「소녀」라는 생물과 만난다.
그리고 2007년, 카고시마. 나는 푸른 하늘 아래 있었다―. 세 개의 하늘을 본, 어떤 소녀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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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카즈키, 2005년작.
총 3부로 이루어져 있고, 1부가 중세 독일 2부가 근미래 싱가폴 3부가 현대 카고시마의 이야기.
이 부분만 알았을 때는 뭔가 온다 리쿠의 ‘라이온하트’ 같은, 환생이나 타임 슬립에 대한 이야기인가? 했습니다. 뭐 틀린 건 아니었는데…
1부는 중세 독일. ‘이방인’으로서 마을 구석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소녀 마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방인’이자 ‘현명한 여성’으로서 마녀라는 암시가 나오는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작가의 초중기 작품이긴 하지만 묘사도 좋았고, 마녀 내지는 연금술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려나- 라는 예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연금술이란 세계를 구성하는 시스템에 간섭하는 방법이고, 실제로 하늘에서 왠 현대 일본인 소녀 ‘블루 스카이’가 떨어지면서 분위기가 일변. 게다가 이 주인공은 그 대우주의 의지시스템의 관리자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음? 중세 유럽물인 줄 알았는데 SF?
책의 절반을 이 ‘중세 유럽’이 차지하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마녀니 연금술이나 그런 게 나오는 분위기였는데.. SF였나 보다 하고 넘어간 다음 장은 2022년의 근미래(2022년이 근미래인가;;;).
싱가폴에서 버츄얼 리얼리티의 3D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딕키. 이 시대의 청년들은 뭔가 생명력이 부족한 듯한? 초식남스러운? 부류가 대세이고, 반대로 여자들은 생명력이 넘치는 성인 여성들… 이라는 설정입니다.
2022년이라면 지금 생각하면 그리 근미래도 아니고(;) 그렇게 인류가 금방 변화하겠냐- 싶지만, 하여간 오감에 간섭하는 버츄얼 리얼리티의 존재도 그렇고, 국제 정세도 약간 변했다는 뉘앙스를 풍겨서 아 SF구나 하고 읽다가… 여기에도 주인공 블루 스카이가 떨어졌다가, 머지 않아 시스템 관리자에게 잡혀서 끌려갑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3부에 살짝 주인공이 시공을 헤매게 되는 계기에 대해 나오는데.. 어라라.
일단 카고시마의 화산 폭발로 인해 시공간에 구멍이 생겼고, 우연히 주인공이 거기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라고 보충설명하는 식으로 조금 나옵니다. 그리고 3부의 대부분은… 곧 대학생이라는 ‘성인’이 되는, 고 3이라는 애매한 위치에 있는 주인공의 독백으로 가득차 있는데… 머지 않아 나는 소녀가 아니게 된다는 둥 그런 이야기인데..
..갑자기 소녀 찬양물로 변모했달까. 아니 1부에서도, 중세 유럽의 여자들은 아이에서, 아이를 낳고 생산하는 여자로 갑자기 변신한다는 둥, 2022년 싱가폴에서도 소녀란 어딘가 덧없는 인종은 없고 다들 생명력 넘치는 여자들이네 뭐네 이러긴 하는데…
뭘 말하고 싶었던 거냐-! 연금술/마녀도 페이크고 SF도 페이크고 결국은 소녀 찬양이었냐! 그런데 왜 시공간 시스템 관리자 어쩌고가 나오는데!!! 네가 머지 않아 성인이 되는 덧없는 소녀인데, 그래서 시공간을 여행해서 뭐 어쩌라고!!! 무슨 상관이라고! 추정소녀에서도 끝에 난데없이 외계인이 나오기는 했는데 이건;;;;
뭔가 무척 따라가기 힘든 소설이었습니다;;; 끝에 해설이 있긴 한데 읽을 마음이 안 들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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