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伏) 위작・사토미 팔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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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이자 계집인 하마지(浜路)는 에도에 날뛰는 사람과 개의 자손「후세(伏)」를 사냥하기 위해 오빠 곁으로 찾아왔다. 사토미(里見)가에서 시작된 긴 인과의 고리가 지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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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카즈키의 에도시대물입니다.
문춘문예 90주년 기념으로 애니화되어, 10월 20일 극장판 ‘후세 엽총계집의 사냥수첩’이 개봉되기도 하고요. 공식 사이트는 http://fuse-anime.com

유튜브에 올려진 극장판 예고편을 보고 나름대로 줄거리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소설은 그와는 영 딴판이라 좀 기대 밖이었죠.

일단 예고편 영상을 보면…
아침에 지각(어디에?)을 해서 식빵을 입에 물고(안 물어) 뛰어가고 있는 하마지. 골목 귀퉁이를 돌다가 왠 남자아이와 부딪힙니다. 그 남자아이는 뻔뻔하게도 여자주인공의 속옷 색깔을 맞춰보이고, 새빨개진 여자주인공이 그 건방진 놈을 주먹으로 날려버리고 겨겨우 등교를 했더니… 새로 전학생이 왔는데 하필 아까 그 놈인데다가 하필 여자주인공의 뒷자리에 앉게 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신경쓰이는 그 녀석은 전학생?!’)

..이런 고전적인 패턴이 예고편에 나와있지요. 게다가 둘이 사이좋게 야시장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도 나오고, 후세가 사람을 해치는 까닭은 뭔가 인간의 이키타마(生珠)를 먹는 본능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시노는 사랑(아마)의 힘으로 하마지를 해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라는 것이 예고편으로 대충 짐작한 줄거리였습니다만, 소설은 전혀 아니었음.. OTL



일단 소설 쪽의 스토리. (네타바레랄까 그냥 전체 줄거리. 읽기 싫으면 두 단락 건너 뛰세요)

일찌기 부모를 여의고 할아버지와 함께 산에서 사냥꾼으로 자란 하마지(CV. 코토부키 미나코)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배다른 오빠 도세츠(CV. 코니시 카츠유키)에게 찾아옵니다. 때는 전국시대도 한참 전에 끝난 평화로운 도쿠가와 막부. 검의 달인이지만, 할 일 없는 사무라이인 도세츠. 하지만 인간과 개의 자손이라는 ‘후세’에게 엄청난 현상금이 걸리면서, 마침 오갈 곳 없는 고아가 되었겠다 사냥꾼의 감이 좋은 여동생을 불러들인 거지요.
그리고 에도에 도착하고 머지 않아 하마지는 그 사냥꾼의 코로 엄청난 활약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후세 중 하나인 시노(CV. 미야노 마모루)를 맞닥뜨리게 되고, 그를 사냥하려고 하다가 둘이 사이좋게 비밀 지하통로에 떨어지지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지하통로에서, 어쩔 수 없이 둘이서 출구를 찾아해매면서 둘 사이에 뭔가의 공감대가 싹트나.. 싶었으나, 통로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사냥꾼과 사냥감의 사이로 돌아가서 열심히 쫓고 쫓기는 둘. 결국 하마지는 시노를 놓칩니다.
그리고 다음날, 막부에서 사람이 찾아와, 하마지 남매에게 후세를 찾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며 막부공인 ‘후세 사냥꾼’으로 남매를 임명하고, 하마지 남매는 후세를 사냥하러 여행을 떠난다…


…..라는 게 줄거리의 전부.
이게 뭐야…….. OTL

하마지랑 시노 사이의 러브러브 라인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어도(아니 기대했지만!) 그런 낌새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그저 ‘사냥꾼과 사냥감 사이에는 뭔가의 인연의 끈이 생긴다’라는 서술과, 비밀통로에서 나오기 직전에 시노가 하마지에게 ‘하지만 보아하니 너 나한테….’라고 말을 걸다가 끊긴 정도?

쓰읍..


그게 사실, 책의 절반 가까이가 이야기 속의 이야기, 저 ‘위작 사토미 팔견전’에 할당되어 있어서요; 진작 시노와 하마지 이야기는 나머지 책의 절반. 둘이 제대로 대화하는 것도 절반 넘어가서 처음이었다는…;;

위작 사토미 팔견전이란, 에도시대에 발표된 ‘난소 사토미 팔견전’이라는 실재 존재하는 이야기를, 사쿠라바 카즈키식으로 바꿔서 그린 이야기입니다(그래서 위작). 차라리 이 이야기 안에 사쿠라바 카즈키다운 소재가 있었어요. 같은 피가 흐르는 남매의 애증 이야기였습니다(일방통행이지만).

‘난소 사토미 팔견전’이 무슨 이야기인지는 검색하면 아실테고… 하여간…
소설이 참, 기대와 다르게 애매하더라구요. 위작 사토미 팔견전에 많은 페이지를 할당하느라 진작 하마지와 시노의 이야기가 애매하게 끝났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극장판 애니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듯 하니.. 뭐 볼 수 있긴 하려나.. 흑.


P.S : 그나저나 시노는 가부키 배우라는 점에서 어째 네즈미를 연상시키더라는. 그래도 미야노 마모룬데…

6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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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 간의 애증이라니…
이 사람은 여전한 거군요.

문학이라는 게 줄거리만이 전부는 아닐 테고, 읽었을 때 느끼는 건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어째 소설 줄거리만 봐선 주제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팔견전]을 다시 써보고 싶어서 이런 걸 써 봤다, 라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인간(人)과 개(犬) 사이라서 후세(伏)인 것 같은데, ‘늑대’가 아니라 ‘개’라는 게 좀 특이하네요.
일본은 들개와 늑대에 대해 비슷한 인식이 있는 걸까요.
…대형 육식동물이 없는 환경이라 그런가.

남매간의 애증에 올인하거나, 사냥꾼vs사냥감간의 애증에 올인해주었으면 했는데.. 하마지랑 시노의 이야기가 너무 시시껄렁하게 끝나버려서 슬펐습니다. 뭔가 더 끈적끈적한 것을 바랬는데.

그러고보니 정말 늑대가 아니네요. 늑대아이도 개봉했었건만..

남매간의 애증이라니……ㅋㅋ 소설은 그런 내용인가요..ㄷㄷ 영화 보고나서 생각하니… 으..ㅋㅋ 영화 후세로 다시 소설이 나오면 좋을텐데.. 시노랑 하마지 러브라인으로 말이죠 ㅋㅋ 대신 중간에 러브신 좀 추가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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