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개봉 전부터 꺄아꺄아 기다렸던 주제에, 막상 같이 갈 사람이 없으니 움직이기 귀찮다고 비비적대다가, 이제 슬슬 내릴 때지 하고 겨겨우 집 근처의 극장으로 출장나가 보고 왔습니다.

과연 한달이나 지나니까 사람이 없어(원래 사람 없는 극장이긴 하지만) 채 열명이 안 되는 상태에서 커플석 두자리를 차지하고 유유자적 하며 봤습니다만,
역시 CGV에 익숙해진 몸, 스크린이 작다 500원 더 내고 CGV까지 걸어가서 볼 걸 그랬나 좀 더 앞으로 가서 볼까 아앗 귀찮아 하고 있었던데다…
제 앞자리에서 따님에게 친절하게 상황설명을 해주는 왠 어머님과 영화 도중에 전화를 받는 중딩이.(;;)

뭐, 다 제끼고 감상을 말한다면, 역시 악평을 미리 들을대로 들어서 별 감흥이 없었네요.
뭣보다, 미야자키 감독님은 그렇게까지 ‘반전’을 넣고 싶었는지. 넣는건 별 상관이 없었는데 덕분에 소설에서는 별 역할이 없었던 설리만 선생님은 제자에의 위험한 사랑에 전쟁을 일으키는 위험한 왕실 마법사가(주위의 하울 축소 금발버전 시동들은 다 뭐랍니까;).
뭐 소피가 청소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지는 못하고 ‘거미는 죽이지 말아줘’를 외치던 소설 속의 하울이 반전을 외치는 캐릭터가 된 것은 꽤 괜찮지 싶었지만. 하여간.

그 밖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 순응하는 데다 ‘네놈 때문에 내가 할멈이 됐잖아!’라고 화도 못 내는 소피도 소피고. (소설에서는 하울 때문에 저주에 걸린 것은 아님) 역시 첫눈에 반해버린 상대라는 것인가.
(하긴 나라도 저주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같이 살고 싶다..)
갤시퍼는.. 으와, 1인칭이 おいら네.. 그런데 어디가 호시상 목소리를 닮았다는 거냐 ㅡ_ㅡ 였고.
황야의 마녀는 자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자신의 계약상대(별똥별)과 함께 저주&공격을 해대는 적에서
いい男의 심장을 훔쳐서 달아나는 스토커 할멈이 되어 있었으니.

솔직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과 키무타쿠&하울이 아니었다면 그리 대단한 영화도 아니었다는 게 제 생각.
(그래픽&BGM은 제끼고 스토리면에서)

그리고 그 하울은… 딱히 일본 드라마나 토크쇼류를 보는 편이 아니라(SMAP 노래도 잘 안 듣고)
키무타쿠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꽤 괜찮았네요. 역시 예뻤음.
(소설에서처럼 화려한 의상을 기대했건만.. 화려했던 건 옷이 아니라 방이었다)
약간 느끼한 면도 있었지만 이건 대사 자체가 느끼한 거니까 어쩔 수 없고.
아, 그리고 역시 흑발보다 금발 쪽이 나았어요. 흑발도 예쁘긴 했지만 어딘가 어정쩡. 역시 금발벽안.
그리고 히로인인 소피는.. 처음 봤을 땐 빨강머리 앤의 재탕이냐! 했지만 마지막의 단발버전은 예뻤군요.
(그것을 星色~라 표현하는 것도 웃기긴 했지만. 소설의 ‘처음 만났을 때도 생각했지만 당신에겐 회색옷은 안 어울려’보다 몇 차원 더 뜨고 있지 않은가..)

그 밖에..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에도 열심히 대사와 자막을 비교하면서 보게 만든…
덕분에 역시 주의가 흐트러져서, 나중엔 ‘이거 언제 끝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역시 자막이 있으면 신경이 쓰여요.
‘美しくなかったら生きていたって仕方がない’를 ‘예쁘지 않으면 살아갈 의미가 없다’로 한 것은 괜찮았지만… 나머지는…. 없는 걸 만들어내거나 있는 걸 없애거나;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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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빙판은 들어보셨습니까?아마 자막보다는 나을껍니다.더빙판에서는 ‘꽃미남이 아니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입니다.이것또한 없는걸 만들어낸것이지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흐름에 더 맞다고 생각안하시나요?이런게 센스가 아닐까요.있는거 고대로 갖다가 직역같은거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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