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와우! Two Dog Night ★★★★★

영웅이 되지 못한 개들의, 약간은 서글픈 이야기.

바카노!의 작가 나리타 료우고의 첫 단권작. (나중에 Mew Mew! Crazy cat’s night으로 이어지지만요.)

삽화는 신족가족, 듀라라라!! 의 야스다 스즈히토. 얼핏 보면 딱히 개성 없는 필체인데 은근히 매력적이에요. ‘이 라이트 노벨이 대단하다!’의 표지를 그린 걸 봐도 그렇고 요즘 방방 뜨고 있는 모양.
이 나리타 료우고 X 야스다 스즈히토 작은 발매 순서대로 바우와우! 듀라라라!! 뮤우뮤우!.
바우와우! 에서는 그냥 평범한 그림(응?), 듀라라라!!는 셀화, 뮤우뮤우! 에서는 러프화 같은 느낌으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뮤우뮤우! 쪽은 약간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없지도 않지만.

배경은 2020년. 사도와 니이가타 사이에 건설된 세계 최대 최장의 다리와 그 가운데 만들어진 인공섬.
원래 금맥을 캐기 위해 건설된 것이었으나 빨리도 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바람에 완공 직전에 방치되어, 이윽고 이곳저곳에서 사정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무법지대.

이 곳에 가벼운 모험기분으로 소꿉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숨어 들어왔다가, 때마침 일어난 총격전에서 그 소꿉친구를 잃고 그대로 섬으로 도망친 쿠기(木) 세이이치.
그리고 5년 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섬에 들어온 이누이 하야토.
그리고 전 경찰이었으나, 인질범과 총격전을 벌이다 역시나 잘못 쏜 총탄으로 그 장소에 숨어있던 아이를 죽게 해서, 역시나 현실에서 도망쳐 섬에 들어온 쿠즈하라 소우지.

이렇게 두 마리의 개와 하나의 쓰레기가 맞부딪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네요.
작가가 밝히고 있는 대로 B급 헐리우드 액션 영화 같은 느낌이랄까..
초반 스토리는 둘째치고, 반전되어 드러나는 사실이 실은 진부하지만 그렇다고 그 한 마디로 정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는 반전을 재미있게 처리하는 게 이 작가의 특기이기도 하고. (그렇게 말은 해도 두 권 밖에 안 읽었지만.)
맨 마지막&그 전에 둘(셋)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장면도 멋있고요. (저 역시 액션 영화는 좋아하는지라)

특히 하야토가.. 듀라라라!!의 이자야나 헤와지마가 그랬듯이 약간 광기에 젖은 ‘내 길을 간다’는 캐릭터라 상당히 마음에 든. (뭐 듀라라라! 쪽은 등장인물 대부분이 다 그런 식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헤와지마와 이자야와 비슷한)
뮤뮤! 쪽도 처음과 마지막 삽화를 장식하고 있기에 나오나 했는데 아무래도 이야기만 하는 역인 듯. (실망)
게다가 ‘히어로’가 다른 사람이었던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뭐, 어차피 영웅주의에는 별로 찬동할 수 없으니까.. 남자의 로망인가요? ㅡ_ㅡ

하야토가 발한 그 말에, 한순간에 세이이치 속에 살기가 되살아난다.
“――그만 둬――”
“내가 너를 상대한 것은, 증오했기 때문이라기 보다 말이지.”
그가 구하고 있던 세계가, 현실에서 도망친 끝에 있었을 터인 지금의 공간이, 하야토의 손에 의해 더렵혀진 기분이 든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말은 확실히 정곡을 찌른 것이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의 가장 깊숙한 바닥을 또다시 모독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이상, 나를 비추지 마.”
살기가 감돈 세이이치의 목소리에 상관없이, 하야토는 입 끝을 크게 끌어올린다.
“너무나도 불쌍해서, 잠깐 놔둘 수가 없어서. 뭐어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거다. ……너라면, 아직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 거야.”
한 걸음 떨어진 하야토를 향해, 세이이치는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한번에 일어서, 외쳤다.
“비추지 마아아아아아아――――!”

즐거운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총을 빼, 아득히 먼, 부두에 선 상대의 미간에 조준을 맞춘다.
총을 옆으로 뉘어 자세를 잡는 하야토와 호응하는 듯, 부두에 선 그림자도 한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시력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림자가 씨익 웃은 듯한 기분이 든다. 적어도 하야토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동시에, 그 행위를 먼저 당해버렸다는 것에 패배감도 느끼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 멋진데, 멋진데 저녀석! 마치 영화 같은데!”
――그렇다면, 살아남아야 할 주인공은 나인가 저녀석인가, 아니면 서로 맞아 무덤행인가――
하야토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우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 마을의 주역은, 나도 저녀석도 아니군. 강함으로 말하자면, 저 마을 자체다.
배가 나아가, 둘 사이의 거리가 최단거리가 된 그 찰나―― 둘은 완전히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어디까지나 활짝 갠 하늘 아래. 그 총성은, 바다 위를 드높이 드높이――――

한동안 바다를 바라본 뒤, 세이이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돌아가자.”
그리고 지금, 청년이 홀로 마을로 향한다. 인공섬 쪽이 아닌, 자신의 고향인, 겨울산이 우뚝 솟은 섬 쪽으로.
길고 긴 거리를 걸으며―― 세이이치는 생각한다.
무력했기에 세계에서 도망친 남자가, 무력했기에 현실로 돌아왔다.
무엇 하나 성장하지 않은 청년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죽여버린 자들에의 죄를 갚기 위해.

몇년만에 올려다본 소사도의 산들. 다리에는 아직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그 산의 정상은 희미하게 눈이 쌓여있었다.
산의 상공을 선회하는 소리개의 모습은, 소년 시절 본 것과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
아름답게 나는 그 새를 보고―― 세이이치는 다리 위에 조용히 울며 스러졌다.

정말이지 듀라라라!도 바우와우!도 키리도, 번역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에요.
Missing보다 먼저 읽었더라면 이 쪽에 덤벼들었을지도. (저쪽은 장편이니;)
뭐, NT로 한국에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싶지만, 이건 바카노!의 판매량에 따른 문제니까.
뮤우뮤우! 쪽은 아직 프롤로그를 읽은 것 뿐이라- 하지만 이 작품은 그리 언급되는 것을 보지 못한지라 크게 기대는 안 하고 있습니다. 뱀프! 는 그보다 더해서 살 마음조차 안 들고..
바카노! 를 일단 NT로 빌려보고 괜찮으면 사야지- 했었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번번이 각하당하네요. 다른 건 웬만해선 통과되는데…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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