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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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정말로 어쩌다였다. 휘말리듯이 관여하게 된 학생회 집행부의 활동. 합창제, 연극 콩쿨에 운동회, 그리고, 그 사건―. 고등학교 2학년인 우에다 히로미가 만난, 학교에 둥지를 튼 「이름 없는 얼굴 없는 존재」란?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요람」속의 불안정한 계절을, 여름 햇살과 함께 실어낸, 미스테리어스한 이야기.

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 예상 외로 재미있었던 책 중 하나가 오기와라 노리코의 ‘이것은 왕국의 열쇠‘ 입니다.
그 주인공인 우에다 히로미가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동안 겪게 되는 일을 그린 소설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의 여름방학, 이라는 배경도 그렇고 청춘 소설이라는 사전 지식도 있었지만 약간의 판타지적인 요소를 기대했던 것은 사실. 하지만 청춘 소설이네요.
‘이것은 왕국의 열쇠’에 대해서도 크게 언급은 되지 않는지라, 전작을 읽지 않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듯.

전쟁 전부터 남학교로서 존재하다가 현재는 1/3을 여학생이 차지하고 있는 공학.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해서 대부분의 이벤트를 교사의 관여없이 진행하는 환경에서, 친구 나카무라 유메노에게 말려 우에다 히로미가 학생회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평소 남에게 깊게 관여하지 않는 주의인 히로미가, 합창제 끝에서 약간의 충실감을 느끼..려고 했다가 어떤 사건이 터집니다. 하지만 사건이 크게 번지는 일 없이 여름방학과 운동회로 흐름이 넘어가기 시작.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전반부가 약간 따분한 청춘 소설 같지요. 아직 하룬을 잊지 못하는 히로미가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남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한다든가, 소수파인 여학생이 남학생만 있는 교실에 찾아갔을 때 느끼는 위화감라든가, 남자애들은 자기들끼리 스스럼없이 지내는 거 같은데 왜 여자는… 이라는 감각도 살짝 번져있지만(부녀자 코드).

그러다가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를 언급하는 여학생이 자주 등장하면서, 이 소설은 기저에 깔려있던 애증(?)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삼각관계라고 말하기는 약간 미묘합니다만.
오스카 와일드에 대해서는 “문학소녀” 시리즈에서도 언급하고 있지요(라이트 노벨 밖에 결부할 수 없는 얄팍함이라니;). 몇 권이었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오스카 와일드는 게이였다(..) 라는 말과 함께 살로메에 나오는 사랑에 대한 묘사는, 문학소녀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나중에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서쪽의 착한 마녀가 궁정 암투물 -> 소꿉친구&피 안섞인 남매물 -> 결국은 SF였습니다로 끝나고,
이것은 왕국의 열쇠가 이계소환 연애물 -> 실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었듯, 이 작품 역시, 단순한 히로미 주연의 청춘소설이 아니더군요. 그래도 이번에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끝나나 싶었지만 그나마 낫네요.



**아래는 네타바레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것은 역시 가토켄? 초반부의 활약에 비교할 때 어째 서두에 이름도 언급 안 되고 권두 컬러의 남자는 에토 나츠로인가.. 했더니만. 뭐 삽화가 후기에 나온 남자애가 가토켄이 맞는 것 같지만.
뭐 저는 가토켄보다 에토 같은 타입이 귀여워서 좋지만요. 어쨌거나 나름대로 히로미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기도 했고.
그리고 사랑에 빠진 소녀를 직시하지 않는 남자는 어쨌거나 결국 헤타레라고밖에는 할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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