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키짱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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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사키짱〉은, 작은 기적으로 지켜져 있었다. 실종한 친구를 찾는 사키(早紀). 조부모 비전의 콩 수프를 나누는 사키(咲). 쌍둥이 오빠를 사고로 잃은 사키(崎)의 집에 찾아온, 10살의 조카 사키(さき)……. 그녀들에게 다가온 작은 기적이, 소중한 빛을 낸다. 힘든 세상 속을 밝고 정직하게. 앞을 향하고 살아가려 하는 여자아이들에게 바치는, 인생의 사랑스러움에 싸인 5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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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 입니다. 단행본이 2013년, 문고본이 2015년 발간되었네요. 문고본 작가 후기(2015년 초봄)에 의하면 향후 소설은 10년간 되도록 안 쓸 생각이라고 하는군요.

소개글에서 나온 것처럼 ‘사키(한자는 각기 다르지만)’란 이름을 가진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집. 전부 1인칭 주인공 시점입니다.

1. 스폰지
남자사람친구이자 담당 작가였던 이가 실종되어 그의 집을 찾아가는 주인공. 그를 담당했을 때 그의 집에서 함께 했던 빛나는 청춘(..)의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입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의 행방을 알게 될 단서는 없나 뒤지다가, 해면을 발견하고, 해면의 냄새를 맡자 의식이 그의 곁으로 날아가서 현재 인도에서 요가 수행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시선도 마주치게 되는데.. 그 때 배 안에 있던 태아가 ‘엄마 그 이상은 안 되요 돌아와요’라고 하는 것이 들려서 현실로 돌아오고, 함께 한 다른 친구에게 인도에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단편입니다. 난데없이 오컬트.

2. 오닛코
친척들과 소통없이 홀로 살다가 죽은 큰이모의 유품 등을 정리하기 위해 미야자키에 찾아간 주인공 사키. 도착한 큰이모의 집에는 큰이모가 생전에 빚은 많은 오니 인형들이 있었고, 책안에 끼워져 있던 메모에는 ‘내가 죽은 후 사키가 올 텐데 다른 오니 인형들은 팔아도 좋은데 뒤뜰의 우물 근처에 있는 오니 인형들은 그대로 놔두고 우물도 절대 건드리지 마라’라고 써 있습니다.
뒤뜰에 가니 과연 뭔가 어두운 분위기를 내뿜는 우물이 있고, 거기에서 만난 이웃을 보고, 이모가 이웃에 해를 끼치는 우물을 봉인하기 위해 오니 인형을 빚기 시작했고, 그러다 그 땅을 떠나지 못하고 친척들에게 연락도 못 했다는 것을 깨닫는 주인공. 밤이 되자 우물 안에서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나와 무서웠지만 주위에 있는 인형들에게 지켜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다음날 아침 주인공은 집 주위를 둘러보며 생전에 이모도 이런 식으로 -밤에는 무섭지만 그래도 낮에는 밝고 살아갈 만하다고- 느꼈겠지 한다는 내용…

3. 치유의 콩스프
부모가 이혼한 후, 엄마와 함께 조부모 집으로 들어와 살아가던 사키. 조부모는 매주 일요일 콩스프를 빚어 이웃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봉사를 해왔습니다.
조부모가 사망한 후에도 콩스프를 찾는 이웃들에게 짜증도 나고 인간이 싫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 역시 부모의 이혼을 콩스프를 마셔가며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을 깨닫고 엄마와 함께 조부모 대신 콩스프를 끓여보기로 결심. 이혼한 후 따로 살던 아빠도 주말마다 찾아와(아빠의 실가에 엄마랑 사는 거니까) 셋이서 콩스프의 맛을 살리기 위해 애쓰게 되고 그러다가 아빠와 아빠의 바람 상대에 대해서도 점점 더 알게 되고 용서하게 되어버린다는 이야기.

4. 천사
자궁암으로 자궁적출을 받은 후 자신이 살아가는 것 외에 타인에 대해 신경쓰거나 할 여유도 없었던 주인공이, 스즈무라씨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여유를 되찾고 아이를 못 만드는 몸이라는 것도 조금씩 극복한다 뭐 그런 이야기. 제일 짧았네요.

5. 사키짱들의 밤
표제작이고 제일 깁니다. 쌍둥이 오빠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후 몇 달이 지나,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극복하고 살아가고 있던 나(사키)의 집에 조카 사키가 찾아옵니다. 새언니가 재혼을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 원래 혼자 사는 것이 홀가분하고 더 나답다고, 조카가 오다니 성가시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이지만 막상 조카가 함께 하니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감각이 되돌아오면서 조금씩 치유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새언니로부터 조카가 잘 있는지 전화가 오는데 전화를 받는 순간 자신의 몸에 죽은 오빠가 빙의된 것이 느껴집니다. 재혼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당신이 불행해하는 것이 제일 싫은 거고 사키랑 함께 둘이 행복해지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조카도 말하지 않았던 재혼 상대의 이름을 입에 담는 나. 조카랑 새언니가 어떻게 알았냐고 깜짝 놀라고 그 순간 오빠가 빠져나가서… 빙의되어서 알게 되었다고 주인공이 말하고 그걸 조카랑 새언니는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 알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로 납득.. 어이어이..

여전히… 가족이 죽은 후 그 상실의 아픔을 이겨낸다는 언제나의 패턴인데, 이번에는 ‘해면의 냄새를 맡고 있자니 갑자기 천리안에 눈을 뜨게 되고 태아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는 둥 ‘전화를 받는데 갑자기 오빠의 영이 나에게 빙의했다’가 나와서… 원래 오컬트 요소가 있는 작가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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