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다.

어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실험용 쥐로 실험을 했습니다.

유전학 실험이라길래 아무 생각없이 실험실에 들어갔다가 쥐를 잡는다는 것을 알고 경악.
실험용 쥐란 것이, 고등학교 다닐 때도 보았고(하지만 그건 살이 뒤룩뒤룩 찐, mouse가 아닌 rat이어서 엄청 징그러웠;; 게다가 그건 실험용으로 제대로 키운 것도 아니었다) 카이스트 견학갔을 때도 보았지만 이렇게 직접, 가까이서 만져보기도 한 것은 처음.
친구들과 중학생 때 한 이런저런 해부실습 이야기(붕어, 개구리, 조개등등..)로 지난 학기 인체 해부 실습을 해 봤던 학생들치고는 너무나 두근두근(?) 하면서 떠들고 있자니 쥐가 들어있는 수조(?)를 갖고 등장하시는 조교님들.

실험내용이란, 쥐를 죽여서 대퇴골의 골수를 뽑아다 염색체를 채취하는 것.
교수님이 꼬리를 잡고 들어올려서 2인당 한 마리로 나눠주시는데.. 꼬리를 잡으니 아픈지 물려고 바둥바둥 대는 것이 너무 귀엽지, 머리에서 꼬리끝까지의 길이가 대략 20Cm. 꼬리가 기니까 그렇지 몸통만 갖고 보면 햄스터보다 약간 큰 정도?!
게다가 하얗지, 실험용 쥐니까 만져도 병균 걱정 안 해도 되지, 온순하지, 만지니까 털도 느낌 좋지… 펫으로 키워도 좋겠군 하고 있자니 주위에서 ‘이렇게 귀여운 걸 어떻게 죽여~~!’ 라는 비명이 들려오고 (저도 물론 그 중의 한 명. 시체 해부나, 개구리나 붕어 해부와는 달라서 이렇게 살아있는 데다가 ‘귀여운’ 생물을 어떻게 죽인답니까;;),
저랑 쥐를 공유한 나머지 한 사람의 파트너도 여자인지라 둘이 어떡하지 하고 있자니 교수님께서 직접 우리쥐로 시범을 보이시더군요.
어차피 죽일 것, 한 방에 고통없이- 하시면서 한 손으로 꼬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쥐를 누르면서 목을 잡고 목뼈를 빼니까 정말로 한 큐에…ㅡ_ㅡ;;

덕분에 남들이 ‘이거 어떻게 죽여~~~’ 하고 있는 동안 우리 둘은 해부용 가위를 가져다가 대퇴골을 발라내는 작업을 시작.
그 때 옆에 있던 남자 넷(그러니까 쥐 두마리)은, 한마리는 질식사 시켰고(목뼈를 못 빼내서.. 교수님께서 질식사는 고통스러우니 하지 말라 하셨더니만) 나머지 한마리는 죽인 줄 알았는데 뒷다리를 파르르 떨고 있어서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 (저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구경)
그 때 옆에 조교님이 오셨습니다. 여자분이었고, 키가 작고, 얼굴 작고 동그랗고, 하여간 미인이신데다가… 쥐가 완전히 죽지 않은 그들로선 마침 잘 된 일이라.
‘이 쥐 어떡해요? 아직 안 죽었는데’
‘(담담하게) 죽이세요’
‘………………….’

‘예쁜 누님이 저런 말을 하다니’ 하고 속으로 중얼중얼 대고 있는 제 옆에선 제 파트너 K양이 해부용 가위를 들고 쥐의.. 고기(근육)는 차마 못 건드리고 가죽을 벗겨내고 있었습니다.

삼끼: 지금 스키닝(해부에서 근육을 보기 위해 1차적으로 피부만 벗겨내는 것)해?;;;
K양: 대퇴골 찾으려고.. 그나저나 왜 동물 털가죽을 벗기는지 알았다. 정말 잘 벗겨져~
삼끼: (만져보며) 정말 깨끗하게 벗겨지네~(감탄)
옆에서 보던 K군: 이렇게 작은 가죽을 벗겨서 어디다 쓰냐?
…………………..
K양: 엄지공주 쥐가죽 코트.
삼끼: 아니, 생쥐 코스프레하면 귀엽겠다.(<-사고방식이 다르다;)

그렇게 가죽밖에 못 벗겨내고 버벅대고 있다가 선배 한 분이 도와주셔서 이후는 그럭저럭 할 수 있었어요.
그나저나 그 (생전의)하얀 쥐를 보면서 mouse.. 쥐… 네즈미.. 후르바의 유키!! 하고 연상작용이 일어났다는.
죽고 난 다음 시체의 털을 쓰다듬으면서 ‘유키~ 미안해~’ 따위도 생각했었죠…;
실험 다 끝나고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라크슌을 빼먹었음.. 생쥐 코스프레 하면 라크슌이건만!! (크긴 하지만)

하여간, 앞으로도 실험용 쥐 몇 번 더 죽인대서 동아리 모임때 선배님께 여쭈어봤더니 이번처럼 시체 헤집는 일까진 없고.. 그것보다 기생충학 실습때 뱀 잡고 고등어 잡고(고등어에 기생충이 많답니다;) 하는 쪽이 훨씬 끔찍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아직 기생충학은 강의 시작 안 했지만..(10월중에 시작하던가) 어쩐지 이번 학기동안 이 쪽 일기장엔 기생충 이야기만 나올듯.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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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예전에 오랬동안 햄스터를 기른적이 있어서…ㅠ_ㅠ 으윽… 예전에 살던곳에서 쥐가 나왔을때도 쥐진득이 같다 놓고도 진짜 잡히면 어떡하지.. 밖에 풀어줘야 하나..그런 생각을 했다니까…ㅠ_ㅠ(친구가 쥐 엄청 무서워하는데 내가 그런 얘길하니까 자기가 잡겠다고 버럭대더군..-_-;;)

헐 생쥐잡기라.. 그것 참 이쁘게 생겼지..
난 처음에 조교가 쥐잡아서 간빼는거 보고 피가 하나도 안나서.. ‘조교님 쥐는 피가 없나요?’ 라는 질문을 했던 적이..-_-;; 조교도 순간 당황하드라.. 그떄 왜 피가 안났을까.. 그 다음에 한명이 대표로 쥐 잡으랬는데 어쩌다 생물과도 아닌 내가 잡게 되고.. 정말 깨끗이 가죽 벗겨내고..(가죽 벗길때 느낌 짱이지 않냐?쭉 하고 찢어지는게.. 아.. 우리는 가위질 조금 내고 손으로 찢었는데..) 그 다음은 다른 사람이 했는데 간을 못찾아서 다 헤집에 놓더군.. 새하얗던 쥐가 새빨갛게.. 실험끝나고는.. 그냥.. 은박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원래 동물실험하고 따로 묻어주지 않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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