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캐스트 밀크 1 ★★★☆



소녀가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것은 단도, 검, 창, 화살, 낫, 도끼, 메스, 주사기, 바늘, 가위, 약, 망치, 못, 권총, 기관총, 심지어 폭탄 등, 타인을 상처입히는 것이 가능한 그 어떤 것도 해당된다고 하자. 그 중에는 물론, 눈물이나 웃는 얼굴이나 증오이나 배신이나 연민이나 변덕이나 자기희생이나 성기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소녀는 그 무기를 결코 다룰 수 없다고 하자. 스스로의 손이나 의사로 그것들을 사용하기에는, 소녀라는 존재는 너무나 나약하고, 동시에 너무 상냥하기 때문이다. 그 나약함과 상냥함이 진실인지 어떤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소녀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사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소녀가 가진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소년이라고 하자.
소년은 때로는 교묘한 말솜씨로, 때로는 무뚝뚝하게, 때로는 너무나 냉철하게, 때로는 흐뭇할 정도로 서투르게, 소녀가 숨긴 무기를 꾀어내고, 끌어내고, 부추겨서 사용한다. 소녀의 무기로 타인을 상처입히는 것으로, 소년은 소녀의 주의를 끌고, 소녀의 눈물이나 웃는 얼굴이나 증오이나 배신이나 연민이나 변덕이나 자기희생이나 성기 등을 자기 혼자 독점하려 시도하는 것이다.
그럼, 이 경우, 주체는 결국 어느 쪽에 있는 것인가.
소년인가, 소녀인가, 그렇지 않으면 공동작업인 것인가, 혹은 주체 같은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소년도 소녀도, 답은 모른다.

레진 캐스트 밀크. <루나틱 문> 작가인 후지와라 유우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일러스트는 쿠라모토 카야.
단편집 ‘레지미루’가 한 권 있고, 본편은 6월에 7권 발간 예정이네요.
전작 루나틱 문은 별로 흥미 없었지만, 이 레진 캐스트 밀크는 여기저기 리뷰가 보여서 끌리게 된 작품이네요. 제목도 뭔가 맛있어보이고. (이게 뭔 뜻인지는 1권 마지막에 나옵니다만;)
윗글은 1권이 시작할 때 짤막하게 나오는 이야기로, 각 단행본 별로 저런 짤막한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그 글들에 끌린 것도 있고, 표지의 여자애들이 귀여워서(쿠라모토 카야 그림은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닌데 말이죠).

해서 나름 기대를 하고 읽은 작품인데, 감상은… 그다지?
뭔가 캐릭터나 세계관 소개를 해야 할 거 같긴 한데, 꽤 흥미롭기는 한데, 복잡하고 귀찮아서 스킵(…).
캐릭터들도 귀엽고 삽화도 귀여운데, 아키라가 조금만 더 취향이었으면 다음 권도 읽을 결심을 했을테지만, 일단 보류입니다(…).


[#M_세계관(?)||
허축(虛軸, cast). 『실축(實軸, runner)』라고 불리는 이 세계에서 분기된, 가공세계.
그 발생은, 주로 인간의 의식체가 원인이다. 실축에 존재하는 의식체가, 과거에 일어난 사상에 대해서 기대나 실망을 품었을 때─ 다시 말해,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가상적으로 관측했을 때, 그 일정치가 포화되는 것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그 때 일어난 일이 그렇게 되었더라면』.
『그런 일만 없었더라면』.
『이런 게 가능하다면 좋을 텐데』.
그런 의식체가 가진 기대나 후회, 희망이나 절망이 강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마치 나무의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나는 것처럼, 다른 세계가 발생한다. 세계라고 말해도 굉장히 작고 취약한 것에서, 반대로 이 세계를 통째로 모방한 것 같은 것까지 여러가지다.
예를 들면, 『교실에서 꽃병이 깨졌다』고 하자.
그리고, 깬 사람이나 그것을 본 사람, 그 대부분이 『이 꽃병이 깨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강하게 생각하면─ 『꽃병이 깨지지 않은』 다른 세계가 싹트고, 이 세계와는 다른 공간에서 전개된다, 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시시한 원인으로 생겨난 세계는 터무니없이 좁고, 약하고, 불안정해진다. 교실 하나분의 넓이 밖에 안 되고, 거기에 생겨난 인간들이 『밖으로 나가』려 하는 순간에 부서져 소멸해 버릴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세계를 관측하는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다시 말해, 세계 발생에 이른 생각과 세계를 유지하려는 생각이 강하면 강할수록, 허축은 넓고, 강하고, 안정된 것이 된다.
허축은 본래라면 실축과 겹쳐지는 일은 없다. 요컨대 그것은 패러랠 월드로, 차원도 시간축도 전혀 별개의 것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실축에서 발생한 허축은 실축에게 흡수되어, 포괄되게 된다.
그것은, 그 세계가 종말을 맞을 때.
허축이라는, 가상관측에 의해 생겨난 부정양자(不定量子)의 세계. 그것이 종말해버리는, 다시 말해 붕괴함과 동시에, 거기에 최후로 남은 의식체는 실축으로 합류한다. 차원도 시간축도 넘어, 본체인 이 세계로 되돌아온다.
마치, 나무의 가지가 말랐을 때, 줄기에 상처를 남기듯이.
세계최후의 생존자는, 그 세계를 관측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가 된다. 그리고 세계라는 것은 누군가가 『보는』 것으로써─ 다시 말하자면 『관측하는』 것으로써 성립하고 있다. 관측에 의해 성립하는 세계는, 관측자가 유일하게 되었을 때, 관측자 그것과 세계 그것을 겹쳐, equal 관계로서, 원래 발생원이 되었던 실축에게로 돌아와 버린다.
단지, 가상관측에 의해 발생한 부정양자의 세계는, 이 실세계에 있어 존재가 허용되지 않는다. 상처입은 줄기가 자연스레 치유되듯이, 거기에는 배제하는 힘이 작용한다. 그것에 패해, 태반의 허축은 실축으로 시프트한 순간에 소멸해 버린다. 먼젓번 예로 설명하자면─ 꽃병을 깨버린 일로 생겨난 『꽃병이 깨지지 않았던 세계』가 소멸해서 이 세계로 되돌아 왔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정신에 미세한 영향을 미쳐서, 『꽃병이 깨지지 않았던 꿈』이라도 꾸는 것이 겨우일 것이다. 그리고 소멸하고, 그 뿐. 이것은 어디에라도 흔히 넘치는 사상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는 허축도 있다.
생각의 강도에 비례해서 강하게 발생하는 허축은, 최후의 관측자의 생각의 강함에 비례해서 이 세계로의 영향을 강하게 한다. 그리고, 실세계의 누군가─ 다시 말하자면, 다른 의식체로 기생, 혹은 공생하는 것에 의해, 실축에의 존재고정(存在固定)을 행하는 것이다.
_M#]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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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레진캐스트밀크] 읽으신 거군요…^^;;
세계관이 상당히 압박이긴 한데, 요즘 들어 자주 보이는(?) ‘억지력을 가진 세계’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걸 심각하게 이해할 정도로 많이 요구하는 것 같지는 않는 느낌이라.

가볍게만 읽을 거라면, 캐릭터들만 대충 파악한 후에 단편집인 [레지미루]를 바로 읽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본편의, 점점 암울해지는 전개에 비해 눈물이 나올 정도로 밝은 분위기라서.
……그나저나, 이거 제 쪽에서 이벤트 상품용으로 한권 더 사두고는 이벤트 할 게 없어서 아직 묵혀두고 있는 중이네요… __;;;

1권에서는 아키라, 쇼코, 리오, 미츠 정도밖에 등장하지 않으니 다 파악했다고 보기는 힘들테고… 음, 다음권을 찾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 라이트 노벨 읽을 때 세계관을 신경쓰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만.. 불타오르게 만드는 캐릭터가 없어서(쿨럭). 그림은 참 예쁜데 말이죠.

나중에 이벤트 여시면 도전할께요. 행복한 인형은 떨어졌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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