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마지막날은 니시혼간지西本願寺와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에 갔습니다(갑자기 마지막 날 이야기).
이 중 히가시혼간지는 JR 교토역으로 들어온 사람이라면 한 번은 지나쳤을, 교토타워 옆옆에 있는 큰 절이지요.
둘 다 일본 불교의 최대종파인 정토진종의 총본산인데,
지금까지 많은 절을 다니면서 정토진종의 사찰에 들어간 건 이번이 세번째. 첫번째 갔었던 곳은 히가시 긴자에 있는 키쿠치혼간지입니다.

1. 사찰의 대부분이 관광용 절이라기보다 장례용 사찰이라서
2. 정토진종의 교리가, 한 마음으로 아미타여래를 믿으면 아미타여래가 정토로 데려가준다는 내용이라, 필경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 고슈인을 받을 이유가 없다 -> 해서 정토진종에는 고슈인이 없습니다.
정토진종 붓코지파의 붓코지(D&Department kyoto가 있는)에서는 法語印라고 해서 고슈인을 카키오키로 주고 있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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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나라에서 내내 절만 다녔더니 질려버려서(..) 교토 와서는 절에는 안 가고 있다가 마지막날에 뭐하지 하다 문득,
마침 호텔을 고죠카라스마에 잡았으니 니시/히가시혼간지나 가볼까, 입장료도 없고.
입장료도 없고!
해서 산책하는 마음으로 갔어요. 막상 가보니 입장료가 없는 것이 납득은 갔는데(;;;) 여튼 절 이야기하기 전에 니시/히가시혼간지에 대해 잠깐 설명.
정토진종 혼간지파 11대 종주 겐뇨顕如가 오사카에 있는 이시마루혼간지石山本願寺에서 오다 노부나가를 상대로 10년간 공성전을 벌이게 됩니다.
10년이 지나니 과연 피폐해져서, 오다 노부나가와 화평을 할지 말지에 대해 정토진종 혼간지파 내에서 의견이 갈리는데,
첫째 아들 교뇨教如는 반대, 셋째 아들 쥰뇨准如는 찬성을 하여 결국 오다 노부나가에게 화친..이라는 이름의 항복? 을 하고 이시마루 혼간지터를 내줍니다.
이시마루혼간지는 오다 노부나가에게 넘어간 후 머지않아 불타 없어지고;;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나중에 그 터에 성을 세우는데 그것이 오사카성.
한편 정토진종 혼간지파는 이후 토요토미에게서 받은 땅(로쿠죠호리카와)에 혼간지를 옮깁니다. 그러나 오다 노부나가에의 항복 건 때문에 내부 갈등이 생긴 상황.
그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치세가 되고, 혼간지파 12대 종주 자리를 두고 후계자 싸움이 벌어지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정토진종 세력의 분열을 위해 첫째 교뇨에게 시치죠카라스마의 땅을 주고, 교뇨는 혼간지파에서 독립하여 진종오오타니파真宗大谷派를 세우고, 받은 땅에 진종본묘真宗本廟라는 절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 ‘혼간지’ ‘진종본묘’라는 절이 각각 ‘니시혼간지’ ‘히가시혼간지’라는 통칭으로 불리게 된 것이지요.
니시가 원조니까 그냥 ‘혼간지’라고 하면 니시혼간지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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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상 히가시혼간지부터 들어갔는데 문이 으리으리.그리고 경내에 들어갔더니


정토진종의 종조인 신란親鸞의 그림을 모셔둔 어영당御影堂,
아미타여래상을 모신 아미타당阿弥陀堂,
그 외에 문이랑 종루랑 쵸즈야(손씻는 곳) 정도?
어영당/아미타당의 좌우 차이는 있지만 니시도 히가시도 기본적으로 이 구조. 탑도 하나 없음.
일련종처럼 대놓고(?) 석가모니를 인정하지 않지 않아도, 한마음으로 아미타여래만 믿는다는 정토진종 교리상 사리탑은 필요가 없었나…
그리고 스님들도 삭발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특이하고요.
일단 어영당에 들어가봤습니다. 그런데 히가시혼간지의 어영당은 촬영불가. But 니시혼간지의 어영당은 촬영가능.

아미타당은 두 곳 다 촬영가능인데, 작은 아미타여래상이 모셔져있는데 가까이가서 셔터소리 내기 뭣한 분위기였음.

한가지 특이한 게, 니시혼간지의 어영당/아미타당은 국보인데 히가시혼간지는 중요문화재입니다.
하나가 아즈치모모야마, 하나가 에도시대 초기니까 크게 차이도 안 날텐데 싶었는데,
실은 히가시혼간지는 18~19세기 들어서 네 번이나 화재로 전소되었다고 하네요 ^^;;;
그래서 나중에 복원된 히가시혼간지의 문이 으리으리한 건가 싶기도.

시청각홀에 가니 스탬프 랠리가 있어서 스탬프도 찍었어요.

여튼, 건물도(크고 멋지긴 하지만) 적고 불상도 작은 아미타여래상 뿐이고 탑도 없어서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싶습니다.
일본 불교의 역사 책을 읽으면 이 정토진종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막상 찾아갈만한 사찰은 별로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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