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사히코 신사 – 아와노쿠니의 이치노미야

코코로요시 신사에서 너덜너덜해져서 나온 뒤에는, 도쿠시마시의 북쪽, 나루토시를 향합니다.
오헨로가 시작되는 1번 사찰도 있지만, 거기에서 조금 더 가면 아와노쿠니(도쿠시마현)의 이치노미야인 오오사히코 신사大麻比古神社가 있기 때문에 여기를 먼저 들러주고, 다음 88사찰은 시간이 될 때까지만 걸어보자고 결정.

JR 쿠라모토蔵本역에서 반도板東역으로 향하는데, 여기서 놀라운 점이 쿠라모토역사에 들어가니 IC카드 리더기가 없음.
아까 버스 탈 때 없었던 건 지방 도시 버스니까 그러려니 해도, 설마 JR인데 IC 카드를 안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당연히?)무인역이고, 현금만 받는 티판기만 있는데 심지어 지폐 투입수가 고장나서 동전만 받는 상황.
다행히 동전이 있어서 저는 잘 샀는데, 제 앞에 있던 흑인 아가씨(왜 이런 곳에?)는 지폐가 안 먹혀서 당황하고 있더라구요.
마침 옆에 있던 현지인분이 그냥 차 안에서 직원한테 말하고 내면 된다고(일본어로) 말하고 있었는데, 그 아가씨는 한참을 버벅대다가 마지막에는 동전을 꺼내서 사더라구요(뭐지 싶은 표정의 현지인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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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플랫폼으로 들어갈 때 도쿠시마역 방향을 확인하고 들어갔는데(어차피 플랫폼은 두 개뿐),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전부 건너편 플랫폼에 있어서 뭐지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차가 그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식겁해서 육교 건너서 플랫폼으로 뛰었는데-다행히 기차는 기다려주었고- 나중에 구글맵 보니까 도쿠시마행은 열차마다 쓰는 플랫폼이 다르니 시간표에 써 있는 번호로 가라고 써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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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서 왜 IC 카드를 안 받지? 하고 ICOCA-JR Shikoku- 홈페이지를 들어가니 ICOCA가 되는 곳은 카가와현에서도 일부(오헨로로 따지면 69~84번 사찰까지)뿐이고, 나머지 시코쿠 지방은 안 되는 것…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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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 JR 반도역에 도착. 이곳은 오헨로 1번인 료젠지霊山寺도 있는 곳이기에 이용객(특히 서양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일단 료젠지는 신사 다음에 가기로 하고, 근처 로손에서 마실 것을 조달한 다음 나왔더니 눈 앞에 펼쳐지는 논.

생각해보니 일본에서 밭은 많이 봤는데 논은 별로 못 본 듯.
편의점 주차장 옆에 서서 오 탁트인 논이다 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가 옆에 지나가던 할머니에게 여기까지 차 들어오니 조심하라고 한 마디 들음;;;
료젠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오토리이. 여기에서 본당까지 1km.
과연 이치노미야답게 거대한 규모의 신사였지만, 사람은 없었습니다. 차 몇 대 지나가는 거 봤고, 자전거를 타고 통화를 하면서 저를 스쳐 지나간 여학생(집에 거의 다 왔다고 하는 것을 봐서 신사집 딸인가?)을 본 게 다네요.쇼산지에서도 느낀 건데, 이곳도 그냥 심어져있는 나무 하나하나가 키가 커서 인상적이었구요.
이것은 신목.
11번째로 들른 이치노미야.
종무소에서 받을 거 받고 나서 경내를 가볍게 산책합니다.
원숭이 주의.
독일 다리
안경 다리
이 다리 두 개가 좀 특이했는데, 이 다리 둘 다 1차 세계대전 당시 근처에 있던 독일 포로 수용소의 포로들이 만든 다리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신사 근처에 나루토시 독일관이라는 이름의 포로수용소가 있는데 가보진 않았구요. 유럽에서 굳이 여기까지 포로들을 끌고 왔다고? 독일군이 어디까지 왔길래? 싶은 건 있지만… 1차 세계대전.. 흠..? (잘 모른다)

이 다리들을 찍는 당시에 참배객이라고는 저랑 아이를 동반한 3인 가족뿐이었는데, 이 가족들은 또 중국인이라서 왜 여기에 중국인이 있지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ㅇㅅㅇ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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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에 사람이 적은 것도 오잉? 스럽군요.
절이나 신사 돌아다니는 여행 하다보면 확실히 이나까여행이 되긴 하는데.. 저는 논을 더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요..
오오사히코 신사 고슈인 사진은 없나요(구경권)

사족) IC카드에 대한 얘기는 저번에 쓰려다 말았는데 지자체 입장에서는 ic카드로 결제된 비용 중 일부를 대도시(도쿄-스이카/오사카-이코카/후쿠오카-스고카 등)놈들이 가만히 앉아서 수수료로 챙겨가게 되니 갈수록 없애려는 추세라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티머니도 서울에서 돈 다가져간다~~ 뭐 이러면서 캐시비/마이비 등등과 다툼이 있긴 했지만 좁은 한국에서 치고박고 싸우기엔 티머니가 승리한 결말이긴 합니다..)
그래서 현금결제/paypay 결제/지자체 전용 카드 등으로 운영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올렸습니다!

시골보다는 소도시를 많이 다녀서 논을 별로 못 봤는지, 아님 논을 봤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칸토 평야가 논 비율이 많아서 그런건지(저는 칸토 쪽은 안 다녔으니까요)..
그나저나 IC 카드 안 받는데에 그런 이유가!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달까… 그렇다고 남의 나라 지방 경제에 도움을 줄 생각은 없지만..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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