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햣켄 : 노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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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햣켄의 나이 예순여섯에 예기치 못한 작은 손님 하나가 헛간 지붕에서 바지랑대를 타고 내려와 그의 집 물독에, 아니 그의 삶 속에 퐁당 뛰어들었다. 바로 고양이 노라였다. 노작가의 ‘작은 운명’이었던 노라가 훌쩍 집을 떠난 뒤, 눈물로 낮밤을 지새우며 “노라야, 노라야, 노라야”를 되뇌던 우치다에게 어느 날 문득 고양이 쿠루가 찾아와, 곁에 스르르 머문다. 그리고 5여 년 후, 그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이 책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은 그 아름답고 슬프고 환한 시간들에 대한 기억이자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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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딱히 우치다 햣켄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네요. 
나츠메 소세키의 제자로 저는 전에 오가와 요코의 편애단편상자 http://marchhare.pe.kr/tt/1469 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여기에 실린 쿠단이라는 환상 소설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지라 찾아봤더니 주로 수필이 인기였던 작가라 북오프에 가도 수필만 있고, 한국에도 수필만 두 권 들어왔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치쿠마 문고에서 나온 선집을 샀는데 여기에는 수필이랑 소설이 잡다하게 들어갔던지라 불만족스러웠고.. 근데 사고 나서 봤더니 오가와 요코가 고른 선집이 따로 나와있는 것 ㅡ_ㅡ;; 

오가와 요코가 선집한 책은 나중에 포스팅을 하고,
이 책은 한국에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이란 이름으로 소개된 수필입니다.
처음에 원제인 노라야라는 이름으로 예약을 받더니 출간하는 일 없이 다른 출판사에서 이름을 바꾸어 출간되었네요. 라이센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하여간 위의 소개글은 그 출판사 것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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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릴 적부터 생가에서 고양이를 기르기는 했지만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존재라 딱히 예뻐하지는 않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큰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집 물독에 새끼고양이가 빠진 것을 데려다 노라(노라네코의 노라)라고 이름을 붙이고 귀여워합니다(그는 고양이로소이다).
그러나 노라와의 생활도 잠시. 마당고양이로 살아가던 노라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외출한 3월의 어느 날, 다음날 큰 비가 오고 그 후로 노라는 영영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주위에 비라를 붙이고 신문사에 광고를 내던 노작가는 노라를 잃은 후의 생활에 대해 월간 신쵸 7월호부터 연재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노라를 찾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노라는 돌아오지 않고, 노라와 똑같은 고등어 태비 한 마리가 노라의 영역이었던 마당을 차지하고, 꼬리만 빼면 다른 곳은 전부 노라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혹시 노라의 형제인가 싶은 마음에 그 고양이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결국 쿠르츠라고 이름을 붙이고(줄여서 쿠루) 데리고 살게 됩니다.

쿠루는 5년 후 병사할 때까지 우치다가 마당냥이로 살아갔는데, 5년간의 쿠루와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쿠루와 함께 살기로 함 -> 쿠루의 병사 이야기로 바로 건너뛰기 때문에, 이 책은 노라의 실종과 쿠루의 죽음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음 소개글대로죠.

그래도 군데군데 고양이의 귀여운 행동에 대한 묘사가 있기도 하지만, 노라의 실종에서는 노라를 찾는 작가의 심리가 주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그리 재미있진 않았고, 쿠루 나오면서는 쿠루를 데리고 살기로 했단 단편 다음에 바로 죽는 이야기가 나와서 벌써? 싶기도 하고, 저도 중장년 고양이를 데리고 사는지라 남 이야기 같지 않고 그렇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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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출판사마다 구성이 조금씩 다른데, 현재 구할 수 있는 건 치쿠마 문고판과 중앙공론사의 문고판.
한국에 소개된 것은 월간 신쵸 연재물중 두 고양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뿐만 모은 거 같고,
중앙문고는 그보다 단편 세 개가 더 많고,
제가 산 치쿠마 문고판은 다른 내용이 메인이나 약간이라도 고양이가 언급된 것까지 죄다 끌어와서 실었네요. 이게 가장 내용이 많다고 해서 샀습니다.

작가는 소세키의 제자들 중에서도 유달리 문체가 유려하다고 하는데 이 시대의 단어들은 지금과는 조금 달랐던지라 확 와닿지는 않네요.
현대에는 히라가나나 다른 한자로 쓰는 걸 그 시대-쇼와 초기?-에 뭐라 썼는지 알아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였습니다.

예를 들어 仕合わせ 같은 건 전에 본 적이 있었지만,
難有い, 六ずかしい, 丸で, 木の子, お目出度い 같은 건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八釜ましい도 있었는데 이건 검색하니 보편적으로 쓰인 게 아니라 나츠메 소세키가 만든 거고, 우치다 햣켄은 소세키의 문하생이었으니까…

그리고 치쿠마문고판은 ヰ->ヴィ, つ->っ로 일괄 수정해서 냈기에 그나마 읽기 편했던 듯. (당시에는 っ표기가 없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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