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기 2 그 밖에 춤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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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탈이 낫다.
베개 밑에 두었던 정로환을 치운다.
치우기 전에, 뚜껑을 열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정로환의 냄새는, 깊은 숲 속에 살고 있는, 작은 녹색의 뱀(성격 온화. 하지만 가끔 작게 짜증을 낸다)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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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이쿠를 만들어본다.
비정형의 시구다.
「바퀴벌레 얄미워 불어도불어도」
어제, 새까맣고 충실한 녀석을 놓쳐버려 분했던 기분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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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카와카미 히로미의 2004~2007년까지의 일기를 수록한 책입니다.
2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 이 도쿄일기 시리즈는 지금까지 3권 나와있습니다.
보통 양장본(이 책은 소프트커버임)은 잘 안 사는 체질이지만, 어쩌다 이 2권이 북오프에 있길래 집어왔는데, 오랜만에 읽는 카와카미 작품이라서 즐겁게 읽었네요. (문고본으로 나온 건 다 사들여서;;)

전에도 썼지만, 이 카와카미 히로미라는 작가는 소설도 좋아하지만, 수필도 꽤 재밌거든요.
수필이니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내용인데도 이 분이 쓰면 상쾌하달까, 여름밤에 산책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됩니다.
문장에 멋을 잔뜩 부린 에쿠니 카오리하고는 다르고. 어느 쪽이냐면 요시모토 바나나에 가까운데… 요시모토상의 수필은 이런 기분이 잘 들지는 않아요. 그 나름대로 정겨운 글이긴 하지만. (한국에는 바나나 키친이 소개되어 있는)

하여간, 이 일기 시리즈는 보아하니 문고본으로 내놓을 거 같지도 않고,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데 북오프에서만 사들이는 것도 뭣하지 싶어서 1, 3권은 나중에 주문할 생각입니다. (환율 떨어지면;) 여름에 읽어야 하는데 환율 언제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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