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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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고등학생인 나는 병원에서 한 권의 문고본을 줍는다. 타이틀은 「공병문고共病文庫」.
그것은 클래스메이트인 야마우치 사쿠라가 남몰래 자아내고 있던 일기장이었다.
거기에는, 그녀의 여명이 췌장의 병으로 인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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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의 화제작이었죠. 2016년 일본 문고대상 2위에, 영화가 우리나라에도 개봉해서 나름 관람객을 모은 작품.
줄곧 포스팅을 해야겠다했다가, 올해 마지막 포스팅으로 삼기에 나쁘지 않다 싶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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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에 얀데레? 호러? 같은 것을 생각했는데, 영화가 개봉하고(개봉하고 관 내리기 직전에 소설부터 읽었습니다) 트위터에 악평들이 넘쳐나서 처음엔 주저했지만, 이 책+다른 책들을 사면 딸려오는 이벤트 상품 때문에 결국 원서를 샀네요. ^^;

단 영화 이야기부터 하자면, 관객수 동원을 위해 유명 배우 기용 -> 바뀐 플롯이 성인이 된 남자 주인공이 과거의 추억이 된 소녀를 회상한다는, 세계중심이나 지금 만나러 가는 류의 영화와 같은 카테고리가 되어버려서 제게는 마이너스였습니다.
관객 동원을 위해서야 어쩔 수 없었겠지만요. 게다가 하필이면 그걸 발견하는 시점이 ‘결혼식’ 이라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러브레터냐? 싶은 것도 있었고 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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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야기로.
전체 줄거리는 잘 알려졌듯(?),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갖지 않고 살아왔던 주인공 소년이, 자신과 정반대인 성격의 여자 주인공의 ‘곧 죽는다’는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고,
자기가 죽는다는 비밀을 알고 있으니 그 때까지만 좀 어울려달라는 여자 주인공에게 휘둘리면서, 점차 그녀에게 영향을 받고, 세계가 넓어진다- 라는 내용입니다.

남자주인공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 때문에, 작품 초중반에서 주인공을 자신의 일상에 계속 끌어들이며 명랑하게 구는 사쿠라가 이해 불가능한 생물로 비춰집니다.
하지만 그 둘이 주고 받는 츳코미가 마치 만담처럼 나와서 ‘어이 너 곧 죽는다며’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볍게 넘기게 되더라구요. 
그건 주인공도 마찬가지라 언젠가는 죽지만 ‘당장은 죽지 않을’ 사쿠라에게 점점 영향을 받는데, 히키코모리까지는 아니지만 이 친구 하나 없는 남자 주인공을 보면서 ‘아아 이거 나카타 에이이치(오츠이치)류의 플롯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츠이치 작품군에 그런 내용 많잖아요. 히키코모리에 살짝 자기혐오에 젖어있는 주인공이 뭔가로 구원을 받는다는.
그런데 계속 읽다보면- 게다가 사쿠라 사이드의 글이 나오면 현저해지지만, 이 주인공은 다른 이에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생각을 딱히 부정하거나 자기혐오에 젖지도 않고, 사쿠라 역시 남자주인공의 성격을 긍정합니다.

그래서 전부 읽고 난 후의 느낌이 좋았어요. 오츠이치는 싫어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읽다 보면 히키코모리 기질이 있던 작가 자신이 이래이래 성장했다- 라고 말하려는 건가 싶어서 늘 속이 편치는 않았는데,
이 쪽은 그런 삶의 방식도 있다고 말해준다는 점이. 물론 남자 주인공은 사쿠라에게 감화되어서 나중에는 친구가 조금 생기긴 하지만.

제 안에서 이건 소년의 성장기라고 결론짓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Boy meets girl? 비록 여자주인공이 죽기는 하지만, 죽음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은 소년과 소녀가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는 계기였고, 소녀가 여생을 열심히 살아가려는 계기였고, 소년도 거기에 감화되고 소녀도 마찬가지로 감화되어서 더 열심히 살아가는 장치였달까.

이미 예전에 죽은 소녀를 혼자 미화해서는 감상에 젖는 중년남의 이야기하고는 전혀 달랐습니다. 예. 아무렴.

덧: 1. 그래서 저는 나카타 에이이치보다 야마시로 아사코가 훨씬 좋습니다.
2. ‘췌장을 먹고싶어’를 제목으로 정해서인지 작가가 곱창을 좋아하는지.. 여자주인공이 하필 곱창 좋아해서 초중반에 곱창 먹고 모츠나베 먹고는 해서 괴로웠습니다… 아아 나도 이번주에 모츠나베 다음주에 곱창전골 먹을 약속 잡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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