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백년밀실 GOD SAVE THE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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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3년의 세계. 소형비행기로 낯선 땅에 불시착한 미치루와 동행하고 있던 로이디는, 숲 속에서 고립된 성채도시에 도착한다. 그것은 여왕 데보우 스호가 통차하는 낙원같은 작은 세계였다. 하지만, 축제밤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계기로, 완벽했을 터인 도시에 숨겨진 비밀과 미치루의 과거가 서로 호응해, 이윽고―. 신의 의지와 인간의 존엄성의 대립을 그리는, 모리 히로시 미스테리의 신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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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2004년에 발간된 신쵸문고의 소개글을 가져왔는데(제가 읽은 건 2003년에 발간된 겐토샤문고판), 자동차가 아니라 비행기로 왔다고 나와있네요. 신쵸문고로 나오면서 바꿨나..?

하여간, 모리 히로시의 ‘백년 시리즈’ 1권입니다.
세계가 소규모의 도시국가로 뿔뿔이 나눠졌다는 설정의 서기 2113년. 주인공인 사에바 미치루는 저널리스트로서, 파트너인 워커론(안드로이드) 로이디를 데리고, 자동차를 타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방문한 나라에서 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

…..네, 첫부분 읽고 모 유명 라노베랑 매우 흡사하다 싶어서 뭔가 했는데, 찾아보니 키노의 여행 1권도 이 소설도 2000년 7월 첫 발간되었더라구요. 그냥 어쩌다 비슷한 설정이 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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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권인 여왕의 백년밀실은, 여왕이 살고 있는 궁전, 그 중에서도 여왕만이 남아있던 밀실 상태의 방에서 왕자가 교살된 사체로 발견되는 밀실살인물.. 입니다.
일단 추리소설이기는 합니다만, 트릭이라든가 동기라든가 이런 건 매우 건성입니다. 기대하면 손해입니다. 오히려 2113년의 미래세계를 보여주는 SF의 성격이 더 짙어요. 그리고 뭔가 철학적인 내용도.

책의 배경이, 인구 150명으로 유지되는, 외국과의 교류가 전혀 없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고립된 도시국가라는 설정이라.. 이 국가 자체의 과학기술은 오히려 100년전- 그러니까 딱 21세기초와 흡사하긴 하지만요.
예를 들어 작중에, 주인공을 안내하는 주민이 도서관에 가보라고 하자 주인공이 ‘도서관이란 도서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채널을 가르키는 게 아니냐’라고 놀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이란 원래 책을 보관하는 장소를 가르키는 말이었다’라는 설명에 흥미를 느끼고 찾아가게 되죠. 종이책을 팔랑팔랑 넘기며 ‘이런 걸 일일이 한 페이지씩 넘기다니 불편하지 않았을까’ 등등의 감상을 뱉는 부분이 신선하달까.

반면 주인공은 22세기초의 과학기술을 아는 거니까, 안드로이드를 데리고 돌아다니며 말버릇을 가르치거나, 안드로이드와 시야를 공유한다거나, 직접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도 쏠 수 있는 총을 들고 다니거나.. 뭐 그런 부분이 SF소설 답습니다.

한편 이 도시국가 자체의 윤리관이 매우 특이해서, 특히 죽음에 대해, 사람이 죽는 건 소멸이 아니라 영원한 잠에 빠지는 것이고 언젠가 깨어날 것이다-라는 종교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그 이유는 중간에 나옵니다만), 왕자가 살해되도 다들 살해되었다는 개념이 없이 그저 그것이 신의 뜻이고, 왕자가 영원한 잠에 들어가게 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할 뿐. 체벌이나 복수의 개념이 없습니다. 왜 살해자를 벌해야하는데? 이런 말만 하고 있고…. 그래서 우연히 들렀을 뿐인 외지인인 주인공이 보다 못해 조사하게 되어버린다는 흐름…

..이라고 쓰면 왠지 주인공이 정의파 열혈 캐릭터같지만 모리 히로시 작품인데 그럴 리는 없고. 작품 자체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주인공 성격이 무미건조하고, 무미건조한 세계를 무미건조하게, 짧은 독백이 자주 들어가는 서술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위기로 치자면 스카이 크롤러하고 많이 비슷한 듯. 저는 이런 무미건조한척 염세적인척 중이중이한 독백, 좋아하지만요..

그래도 스카이 크롤러만큼 정은 안 가지만.
시리즈 2, 3권도 기회가 되면 읽어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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