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세상과 산과의 경계에, 남편인 이쿠오와 조용히 살아가는 노인, 히나코. 눈이 오는 아침, 그 집에 열여덟살 마호코가 찾아왔다. 사랑하는 소년이 사람을 죽이고 산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그를 찾는 마호코에 함께, 노부부는 두려운 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히나코도 또한, 빠질 정도의 사랑이 일으킨 적 있는 죄를, 그곳에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산이라는 이계에서 교차하는 두 개의 사랑을 바라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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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라간 사람은 내려와야 한다. 자신의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 마을까지 내려와, F시로 향해, 전철을 타고, 신칸센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각자가 각자의 장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은 산에 머무를 수 없다.
산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다.
임계가 있다.
산과 사람의 사이에는 임계의 선이 그어져 있다. 그곳을 넘어서는 안 된다. 임계선을 넘어 머무르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버리는 일이 된다.
인간이 아니게 되어도 좋다면, 넘어버려.
인간을 버릴 수 있다면, 머무른 채 있어도 돼. 하지만, 하지만, 역시 돌아와요.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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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바타마에 이은 신쵸문고에서 나온 아사노 아츠코의 두번째 환상소설. 작가의 환상물이 더 없나 검색하니 작년 겨울에 나왔더군요.
누바타마는 네 편을 담은 단편집이었던 것에 비해, 이 쪽은 장편소설. 하지만 ‘산’을 주제로 한 환상물이라는 것은 공통점. 오카야마 사투리인가를 쓰는 것도.
누바타마에 나온 단편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간 산’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이번 장편도 그와 비슷하게, 산속으로 사라진 사랑하는 이를 찾으러 방문한 18살 소녀의 시점과, 그 소녀를 맞아들인 노부부의 시점을 번갈아 바꿔가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호러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환상소설은 좋아하는 편입니다.
‘산중이계’라는 모티브는 그리 드문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는 거기에 산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스스로 사람이기를 포기한 것이고, 주인공 노부부는 그 경계선에서 그저 사람을 맞아들이고 배웅할 뿐- 이라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네요.
거기에 배경으로 눈이 나오면서, 살짝 싸늘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던 것도 좋았고요.
설국(카와바타 야스나리) 읽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역시 이 작가는 비엘비엘한 것보다 환상문학을 파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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