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고통을 그린 명작『버틀넥』의 감동이 다시!
이 마을은 어딘가 이상하다. 아버지가 실종되고, 어머니의 고향에 이사온 누나 하루카와 동생 사토루. 동생은 갑자기 예지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누나는「타마나히메」라는 전설상의 여자가 이 마을에 실재한다는 것을 안다――. 피가 통하지 않는 누나와 동생이, 씁쓸한 가족의 과거를 넘어 시골 마을의 미스터리에 도전한다. 저자 2년만의 대망의 장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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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냐? 넌 남이 하는 말을 뭘로 들은 거야!”
목의 통증을 무시하고, 나는 외친다.
“강하지 않으니까, 강한 척 하는 거잖아!”
(중략)
얼굴을 이 쪽으로 향하게 한다. 아직은 내가 더 키가 크다.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는 사토루의 눈을 정면에서 노려본다.
“들어. 잘 듣고, 기억해. 우는 건 혼자 있을 때. 그걸 못하는 동안엔 애야.”
무슨 소리를 들어도 불합리하게 혼났다고 생각하는 사토루지만 이 때만은 달랐다. 입술을 강하게 다물고, 숨을 멈추고, 나를 노려보았다. 아직 연약한 얼굴이지만, 눈물 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건 칭찬해줄 만하다.
“알았어?”
라고 말하자 무척 괴로운 듯 끄덕인다.
“알았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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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이후 2년만의 신작입니다. 소설신쵸 2011년 12월호~2012년 8월호 연재작.
요네자와상의 주특기라면 역시 일상 미스터리와 다크 청춘물(?)입니다만, 그 외에도 밀실물(인사이트밀)이라든가 중세 유럽 판타지(부러진 용골)라든가 환상 기담(? 덧없는 양들의 축연)등 이런저런 장르에도 손을 대는 작가지요.
다 평타 이상은 치는 작품이라, 일본 추리작가의 젊은 세대에서 가장 기대받는 작가중 한 명입니다만(책만 좀 더 빨리 내줬으면), 이 작품도 역시 특기인 다크 청춘물에다 민속학(? 향토사?)을 섞은 작품입니다.
아버지가 횡령을 하고 도주한, 주인공 ‘하루카’의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하루카에게는 소학교 3학년 짜리 남동생인 사토루(계모가 재혼할 때 데려온 자식)가 있는데, 매일 징징짜고 성가신 녀석이지만 계모에게 얹혀사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이 돌보고 있습니다. 사건은 그 피 안 섞인 남동생이 계모의 고향으로 이사온 후 이상한 말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뭔가의 일이 일어날 때마다 자신은 이 광경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그 와중엔 실제로 미래의 일을 맞혔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발언도 있습니다.
대체 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조사하기 시작한 하루카는, 이 지방도시에 예전부터 ‘타마나히메’라는 미래예지의 능력을 가진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타마나히메는 마을에 뭔가의 위기가 찾아올 때, 그 미래예지의 능력을 이용해 마을을 구하고 자살한 후, 그 다음에 일어나는 마을의 위기에 환생한다는 존재. 물론 이 이야기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사토루에게는 미래예지의 능력이 있고, 하루카에게 이 이야기를 알려준 역사선생이 누군가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의문은 깊어져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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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본격 미스터리 요소는 적습니다. 소도구 등의 트릭을 이용한 추리는 나오지 않고, 진상은 마지막에 하루카가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과 모순되지 않으면서 합리적인 설명’을 해답으로 들고 나오는 정도. 힌트가 좀 나오기는 하지만, 본격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어딘가 좀 부족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 대신에 주인공이 작품 내내 보여주는 냉정함 쪽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아버지의 죄 때문에 이지메를 당한 경험과, 계모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는 환경 탓에 하루카는 중 1 여자애치고 무척이나 건조한 현실인식을 보여줍니다. 원래 이 작가가 그리는 청춘물은 씁쓸한 청춘이기는 했지만, 교실내의 세력도와 어떻게 행동해야 다수파에 묻혀 조용히 넘어갈지 일일이 계산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현실적이란 점에서 더 오싹해지더라구요. 다크 청춘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었어요…!!
같은 신쵸사에서 나와서 그런가, 소개글에 버틀넥을 언급하긴 했는데, 버틀넥쪽이 좀 더 본격물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주인공은 두 작품 다 ‘집안 형편 때문에 성격이 암울해졌어요’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전부 다 내던지려고 하는 것 같았던 버틀넥 쪽에 비해, 하루카는 조금이라도 계모에게 잘 보이고 학교에서도 다수파에 끼어드려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이해도 되고 호감가더라구요. 결정적으로 리커시블의 결말이 그나마 긍정적이에요! 물론 주인공의 중학교 졸업 후에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다시 동생의 편이 되어주겠다고 결심하는 부분들이 더.
버틀넥 쪽은 ‘아 그럼 그냥 뛰어내리던지…’ 싶었던 기억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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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요정, 버틀넥, 리커시블..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 중에 라이센스 안 맺어진 건 이 셋이려나요? 어딘가 라이센스 맺은 출판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앞의 두 작품은 끝이 절망이라;;; 추리소설이란 것이, 특히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거라면 더더욱, 기본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갖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보통은 그냥 무덤덤하게 그리지 않나요? 하지만 굳이 다크 청춘물이 아니더라도 요네지와 호노부의 작품은 어딘가 씁쓸하지요. 인사이트밀도, 개는 어디에도, 부러진 용골도. 역시 작가 취향이려나.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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