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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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쿠라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영업을 하고 있는 고서점 「비브리아 고서당」. 그곳의 점장은 고서점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유감인 것은, 초대면의 인간과는 말을 할 수 없는 낯가림. 접객업을 경영하는 자로서는 걱정이 되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고서의 지식은 보통이 아니다. 사람에 대해서와는 정반대로, 책에는 한층 더 정열을 불태우는 그녀의 곁에는, 사연 있는 고서들이 들어오는 일도. 그녀는 고서에 관련된 수수께끼와 비밀을, 마치 보고 있었던 듯이 밝혀간다. 이것은 “고서와 비밀”의 이야기.

9월분 구매할 때, 금액 맞추기용으로 뭘 살까 하던 중에 타임라인에서 ‘읽어보진 않았지만 재밌다더라’라고 화제가 되어서 같이 산 책입니다. 작가는 미카미 엔. 원래 라이트 노벨 작가지만 인기 작가는 아니었고, 이 작품도 처음에는 조용했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늘어난 케이스라고 하더군요. 미디어웍스 문고 넘버 0078. 제게는 다섯번째로 읽는 미디어웍스 문고입니다.
이번달(10월 25일)에 2권 발매예정입니다.


주인공인 고우라 다이스케는, 어릴 적 할머니의 장서에 손을 댔다가 엄청나게 혼이 난 뒤로,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오랫동안 책을 읽으면 몸이 거절반응을 일으키는 체질이 되어버린, 겉보기 체육계통의 청년입니다. 책을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거절반응 탓에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어, ‘만약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책을 읽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면’ 내 인생도 지금과는 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지요.

그러던 와중, 할머니의 1회기에 유품을 정리하다가 나온 것이 나츠메 소세키 전집 8권 ‘그 후’. 그 책에 ‘나츠메 소세키’라고 쓰인 사인을 본 모친은, 비싼 책 아녀? 라는 말을 꺼내고, 그 감정을 위해 다이스케는 고교 시절 통학하다 본 적이 있는 키타카마쿠라역의 헌책방 ‘비브리아 고서당’에 찾아갑니다.
하지만 점장은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찾아가는데… 병원에 있던 것은 고교생 시절 가게 유리너머로 언뜻 본 적이 있는 긴 흑발의 미인 누님!

그 미인 누님 점장인 시노카와 시오리코는, 평소에는 낯가림이 심하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인격이 변한 듯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한다는 설정.
시오리코는 다이스케가 가져온 ‘그 후’를 보고, 헌 책에 남겨진 몇 개의 흔적을 통해 다이스케의 할머니의 비밀을 추리하는데… 라는 것이 제 1화의 이야기입니다.


**



“저, 고서를 너무 좋아해요……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넘어간 책 그 자체에,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에 써 있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 소설은 소위 말하는 ‘안락의자 탐정’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네 개의 에피소드를 시오리코가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제 1화 나츠메 소세키 ‘소세키 전집・신서판’ (이와나미 쇼텐)
제 2화 코야마 키요시 ‘이삭 줍기・성 안데르센’ (신쵸문고)
제 3화 비노그라도프 쿠지민 ‘논리학 입문’ (아오키문고)
제 4화 다자이 오사무 ‘만년’ (스나고야 쇼보)

제 1화는 다이스케의 비밀. 제 4화는 시오리코의 비밀에 대한 에피소드고, 제 2화는.. ‘아, 신쵸문고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신쵸문고의 ‘그 부분’을 파고들 거라곤 생각 못했네요. 스핀이라고 부르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신쵸문고에 ‘그것’이 있어서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일본의 어느 다른 문고본에도 이제 없는 거군요.. 흐흠.
제 3화는 후반부의 사실은 그냥 눈치로 때려맞췄습니다. 하지만 3화 전반부의 사실도 그렇고, 1화도 그렇고 헌책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면 알기 힘든 단서이긴 하네요.

라이트노벨에서 발달한 격인 미디어웍스 문고라는 것도 있고, 시오리코의 도짓코 속성도 그렇고 어딘가 “문학소녀”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네요.
단지 네 개의 짤막한 에피소드이니만큼 그런 애증이 들끊거나, 대놓고 캐릭터 모에 속성이 나오는 일도 없습니다. 단서가 책의 내용과 관련있는 일도 별로 없고요.

각 에피소드도, 헌 책 자체에 힌트가 있는 것도 있었지만, 정황 증거나 연상, 상상에 기대는 부분도 없지 않네요. 그런 점에서는 본격 미스테리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도 충분히 즐길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분이 잘 모르겠더군요.
레이블이 MW문고라 그렇지 그것만 아니면 그냥 미스테리물로서 수입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2권도 구입 예정입니다.

p.s: 1. 그건 그렇고 비브리오 고서당인 줄 알았음.
2. 제가 가진 것이 2011년 7월 1일의 6판. 초판발행이 2011년 3월 25일이네요. 헐..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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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웍스문고 쪽은 읽어보려고 은근히 있습니다만, 아직 산 게 이루마 히토마의 [나의 소규모적 기적] 뿐입니다.
(처음 부분만 좀 읽다 만 상태)
…만, 이건 그냥 이전에 단행본 나온 게 문고본으로 나온 것 뿐이니 엄밀하게 미디어웍스문고라고 하긴 좀 애매한 것도 같습니다.
이쪽은 국내 서점에 들어오는 것도 없어서 그냥 전부 주문해서 봐야 하는데, 한동안 책주문도 안 하고 있고, 해서 귀찮아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디어웍스문고쪽은 정체성이 잡혀가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제 안에서의 이미지는 소년만화 중에서 치고박고방방뛰는(…) 걸 따로 떼어낸 느낌이랄까…
(제 소년만화에 대한 편견일지도)
대상연령대는 확실히 높긴 합니다만.

저는 이루마 히토마 자체를 잘 안 읽어서(미군막장 1-2권뿐;) ^^;
그러고보니 요 몇주간 북오프에 입간씨의 미디어웍스가 한 작품 계속 안 팔리고 남아있던데… 뭐였더라…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이거랑- 창공시우라는 작품 두 권에 한해서는 대충 조용한, 어른들을 위한 가벼운 소설이라는 이미지이고, 미디어웍스 문고가 지향하는 분위기는 이 쪽이려니- 하고 있지만요. ‘야마 괴’랑 ‘시어터!’는 별개로 쳐야 할 거 같고..
소년만화와의 관계는 전 별로 감이 안 와닿습니다.. 일단 좀 더 읽어보고(당기는 게 몇 개 더 있어서) 판단하려고요.

음…
지금 보니 비유가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군요.
라이트노블은 보통 소년만화스러운 게 주류인데, 미디어웍스문고는 라이트노블에서 소년만화스럽지 않은 작품만 모아놓은 것 같다, 라는 의미였습니다.
소년만화 중에서도 인기작은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치고박고방방뛰는(…) 분위기인 게 주류인 듯 한데, 소년만화인데도 그렇지 않은 게 있잖아요?
[어느 마술의 금서목록]이라든가 [아수라크라잉]이라든가 이쪽에 들어갈 테고, [토라도라] 같은 건 좀 성격이 다르겠군요.
코단샤 쪽으로 보면 같은 레이블이라도 나스 키노코는 소년만화지만, 니시오 이신의 경우엔 아니랄까.
어쨌든 미디어웍스문고는 대충 그런 포지션에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낌은 대충 뭐다 싶은데, 딱 잘라 정의하긴 좀 어렵네요.
최근에 읽은 전격문고의 어떤 작품의 작가후기에서는 “일러스트가 있는 게 전격문고, 일러스트가 없는 게 미디어웍스문고”라는 말이 있던데 그냥 그게 정답일 지도 모르겠네요.
(원문은 “신작은 미디어웍스로 낼까 했는데, 담당편집자가 미디어웍스로 내면 일러스트가 안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하던 데로 전격문고로 내게 되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p.s.
미군막장…^^;;;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영화를 봤었군요.
영화는 여주인공 때문에 말이 좀 있었는데, 정작 보니 분위기가 묘합니다.
(정신나간 여자애를 상대로 한다는)무거운 분위기 중간중간에 미군 전매특허인 “거짓말이지만”이라는 대사를 하면서 갑자기 고개를 카메라 쪽으로 돌린다거나, 엔딩에서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자 날아서 마짱 앞까지 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개그 같은 것도 좀 섞어있고.
원작스럽다면 원작스럽달까, 원작의 그런 분위기를 영상으로 재현해내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역시 제일 큰 포인트인 ‘과거’의 미군과 마짱 모습이 영상에서는 그대로 나와버리니 원작과 같은 기법은 쓸 수 없는 상태였죠.
원작을 본 입장에선 “나름대로 노력했다” 정도의 점수만 줄 수 있지만, 원작 모르고 영화만 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습니다. -_-a
…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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