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오랜만에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의 추리소설 포스팅입니다.
‘구라치 준’이라는 작가입니다만, 저는 모님이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를 추천해주면서 알게 되었네요. 네코마루라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중년 남성이 명탐정인 일상 미스테리물입니다만, 일상 미스테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름만 알고 있었습니다. ㅎㅎ
그러다가 북오프에 이 소설이 들어왔길래 집어들었네요. XXX의 살인이라는, 그야말로 본격 추리소설스러운 제목이고 내용 역시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부하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직장상사에게 폭행을 가한(들이민) 주인공, 한 연예인의 매니저로 좌천되고 맙니다. 그가 맡은 연예인은 수려한 외모와 별자리에 대한 지식을 이용하여 ‘스타 워쳐(star watcher)’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호시조노 시로.
툭하면 검지를 치켜들고 폼을 잡는 그가 못마땅하지만, 주인공은 호시조노와 함께 한 산장의 1박 2일 여행에 초대받게 됩니다. 함게 초대받은 것은 베스트셀러 여류 작가와 그 비서, UFO 연구가, 여대생 2명, 그리고 주최측 인사 2명.
첫날밤에 살인이 일어나게 되고, 경찰에 알리기 위해 산을 나가려고 하니 밤 동안 눈사태가 일어나있더라-라는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 내의 살인입니다.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필요한 트릭 등, 어디까지나 정도의 길을 걷는 본격 미스테리 입니다만,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각 챕터가 시작할 때 간단한 작가의 말이 들어간다는 점일까요. 예를 들어 작품 첫 마디에는 주인공이 와트슨이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탐정이 등장하며 주인공과 탐정이 사건에 개입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 따라서 둘은 범인이 아니다– 라는 선언을 하지요.
….물론 저는 이걸 굳이 곧대로 믿지는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작가’의 말이니만큼 거짓말은 써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홀라당 속아넘었어요…ㅡ_ㅡ;;;
단지 유감스러운 것은, 범인의 동기가 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 작가의 말에서 동기를 추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나왔을 정도니까요. 그것만 제외하면 꽤 만족스러운 본격 미스테리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북오프에 이 작가의 장편 미스테리가 보이면 업어와야겠어요. (네코마루 선배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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