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제 6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나오키상 후보까지 올라갔던 작품이죠.
(결국 2008년 ‘나의 남자’로 나오키상을 수상했지만.)
처음으로 사쿠라바 카즈키에게 나오키상을 수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워했던 작품이기에, 관심은 두고 있다가 한국어판이 나올 때 잽싸게 샀네요. 문고본으로 나왔다면 얌전히 문고본으로 샀겠지만, 일본의 하드커버는 비싸기 때문에 한국어판으로.
…사고서 한참 나중에 읽은 거지만요. 한국어판이면 금방 읽게 되어서 좋아요 (하루만에 >.<)
원제는 ‘아카쿠치바 가의 전설’입니다. 일본어판 역시 단풍을 모티브로 한 표지입니다만, 한국어판쪽이 잎맥이라든가를 더 세세하게 표현해서 마음에 드네요.
출판/번역은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때와 같은 구성. 별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군데군데 역자 해설은 충실한 편이라 나름 마음에 들었네요.
한국해를 바라보는 돗토리현의 한 마을의 지주, ‘아카쿠치바’가의 여성 삼대를 주제로 한 이야기입니다.
1장은 ‘산인’들에 대한 인질로서 아카쿠치바가에 시집오게 된 ‘아카쿠치바 만요’
2장은 격동의 시대를 불량 소녀로서, 싸우는 만화가(응?)로서 살아간 ‘아카쿠치바 게마리’
3장은 현대 니트족으로 자신의 위치에 고민하고 있는 ‘아카쿠치바 토오코’의 이야기네요.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과 ‘사탕과자 탄환은 궤뜷을 수 없어’가 둘 다 섬에 사는 소녀들인데 비해, 이 쪽은 항구 도시(?). 왜 배경이 다 바다 관련인가 했더니 사쿠라바 자신이 돗토리현 출신이라서인 모양. (이 책을 읽고 처음 안.) 어쩐지 ‘사탕과자~’ 에서도 한국해쪽에 있는 섬이다 했더니. (본문에 ‘저 멀리 조선 반도까지 이어지는 바다’란 구절이 나와서 기분 나빴던 기억이…)
소녀들이 환경과 싸워가는 이야기, 라는 점은 ‘소녀에게는~’이나 ‘사탕과자~’와 비슷.
배경이 쇼와초기에서 현대까지 이어지면서 그 시대상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은 ‘청년을 위한 독서 클럽’과 유사. 단지 ‘독서 클럽’은 배경이 폐쇄적인 여학교(라고 쓰고 소녀들의 정원이라 읽는다)인 만큼 한계가 있었습니다만, 이 작품은 이전의 사쿠라바 작품들에 비하면 상당히 스케일이 크네요.
뭐, 그렇기 때문에 수상도 한 것이겠습니다만, 2장이 지나고 3장이 시작된지 어느 정도 지나도 ‘추리소설’다운 요소는 없었기에-애초에 추리소설가협회상 수상작이라는 것을 잊고 2장 거의 다 읽은 시점에서 ‘…그러고보니 추리는?’이라는 느낌이었음- 이건 조금 의심스럽네요.
하지만 전해 수상작인 ‘유지니아’도 솔직히 결말이 상당히 제 취향에서 벗어나 있었던지라(너무 애매모호했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이라는 것 자체에 불신을 품는 것으로 넘어갔는데, 일단 3장은 현대 일본-뭐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니트족에 대한 언급과 함께, 수수께끼가 하나 던져집니다.
하지만 그 수수께끼란 것이, 별로 추리는 안 하고 책을 읽어온 저에게도 어느 미래시와 연관된 것인지는 명백했기 때문에… 따로 단서가 있기는 했어도, 시시하더군요.
역시 사쿠라바 카즈키에게 미스터리는 기대하지 말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
‘사탕과자’도 그렇지만, 괜히 추리를 던졌다가 사족이 되어버린 느낌. 하지만 넣지 않았으면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은 못 받았으려나?
아, 그리고 ‘뷰티풀 월드’란 단어도.. 이런 낯간지러운 단어를 ㅡ_ㅡ;;; 원서에서도 이 단어로 나온 걸까요?;;;
나오키상 수상작인 ‘나의 남자’도 아마 라이센스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 사야죠. 일어판은 하드커버라 비싼 데다가, 표지가 영 접근 불가능이라….
6 Comments
Add Yours →그러고보면 고식시리즈도 추리를 내걸기는 하지만. 추리의 요소는 너무나 적은 소설인거 같아요. 작가의 특징인걸까요.. 아님 추리를 쓰는건데 독자가 알지 못하는것이라던가.. (^^;;)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도 이번년도에 노블마인에서 나온다고 하더군요. 다만 표지가.. 표지가 정말 아스트랄한지라 구입하기가 좀 꺼려졌습니다..;; 일본판의 그 멋진 표지는 어디다두시고 10대 로맨스소설같은 상큼발랄한 표지는 대체 어디서 나온건지 궁금해지더라구요..
아, 말씀 보고 저도 표지 찾아보았습니다…
소녀에게는, 이랑 아카쿠치바는 표지 센스 좋았는데 어쩌다가;;;
진작에 일어판 사서 읽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되네요;;
‘나나카마도’도 일어판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그럼 이것도 수입되려나요.. 그 전에 나의 남자나 들여주었으면 좋겠는데.
사쿠라바 작품은 은근히 국내 많이 들어오나 보군요…
이 사람도 어째 ‘소녀’를 그려내는 쪽에 특출난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폐쇄환경의 소녀’랄까…
규모가 가장 큰 건 아마도 [GOSICK]이 아닐까 싶네요. ^^;;
처음엔 폐쇄된 학교 한 구석에서 시작했다가 이야기가 점점 세계규모(…)로 넓어지는 느낌이라…
‘추리소설가협회상’이라고 해서, ‘추리’적인 부분에 충실한 작품에 주는 상은 아닌가 보군요…–;;
‘추리소설가협회상’이라고 해서, ‘추리’적인 부분에 충실한 작품에 주는 상은 아닌가 보군요…–;;
-> 아마도 그런 모양입니다… ㅡ_ㅡ
그러고보니 확실히, 다른 작가에 비해 국내에 많이 들어오는 편인 거 같네요. 어째서려나. 아직 네임 밸류를 갖기에는 멀었다 싶은데 말이죠/
GOSICK은 1권만 읽고 말아서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세계규모로 넒어진다니… 뭐 그렇다곤 해도 읽을 마음은 없지만요.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추리소설가협회상을 받았었군요….왜?;; 수상 내역을 모르고 읽어서인 까닭도 있겠지만 전혀 그런 쪽으로 생각 안 하고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저도 고식을 1권만 읽고 ‘팔아치우거나 갖다 버릴 책 더미’속 어딘가에 던진 뒤 잊어버렸군요….점점 더 재미없어진다는 소리를 듣고 그것이 가능한가 하고 고민은 해봤지만.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원서 표지가 예뻤는데 안타깝네요. 노블마인 표지 센스가 좀 헉스럽다는 건 슈카와 미나토 책 보고 알았지만서도;;;
고식은 4권부터 재미있어진다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2, 3권을 참아줘야 한다니 귀찮아져서 관뒀지만요 ^^;
그러고보니 슈카와 미나토 책은 사지 않았지만… 확실히 그것도 그랬죠. 왜 디자인이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나중에 ‘나의 남자’도 노블마인이 판권을 사게 되면… 그건 좀 괜찮게 나오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