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히라궁

시간을 이틀 당겨서 다른 일정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10월 18일엔 타카마츠의 유명한 신사인 코토히라궁에 갔어요.
코토히라궁金刀比羅宮은 코토히라琴平 신사, 콤피라金毘羅 신사의 총본산으로, 콤피라 또는 금비라는 원래 갠지스강에 살았다고 하는 용 또는 악어로서 불교에서는 약사십이신장의 하나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오오모노누시노카미大物主命와 습합되었고, 강에 살았다고 하던 게 왠일인지 해신이 되어서는 항해의 안전을 비는 신이 되었다 하네요.

콤피라나 코토히라 신사는 신사 돌다 보면 어쩌다 한 번씩 눈에 띄는데, 이곳은 총본산이기도 해서 유명하더라구요.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辺境・近境(한국어판명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에서 읽고 알았지만.

타카마츠역에서 코토히라역까지는 JR을 타도 되고 코토덴을 타도 되지만, 둘 다 이용할 수 있는 1일권 ことでん・JRくるり~んきっぷ가 있습니다. 왕복만 있는 게 아니라 중간에 내리는 것도 상관없는 프리타입이라, 왕복만 할 거면 그냥 일반표를 사는 게 낫지만 저는 코토히라궁으로 가면서 중간중간 88사찰도 찍고 시간만 되면 마루가메성도 들러볼 생각이어서 끊었네요.

일단 점심 먹기 전까지 가는 중간중간 88사찰을 찍었지만 그건 나중에 적기로 하고(…),
JR 코토히라역에 내려 일단 점심부터 먹습니다.

관광지 근처+브레이크 타임이라 죄다 우동집이었는데 코코넛 카레를 파는 곳이 있대서 찾아감. 맛있었음. 가게에 저 빼고 외국인 여성 한 명 뿐이었는데 주인장이랑 영어로 서로 자기자랑하고 있었음(…)
이 신사가 유명한 건 본궁까지 올라가는데 계단이 785단(해발 251m), 오쿠샤까지는 1368단(해발 421m)이라는 점이라, 출발하기 전에 세븐일레븐에서 물 한 병을 사서 출발합니다(그래서 오르기 전에 점심도 굳이 챙겨먹은 것).
경내도
그런데 저 계단의 초반은 오모테산도가 포함된 거라, 설렁 설렁 걸어올라가게 되어있어서 생각보다는 덜 힘들더라구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뭐지 싶었는데 이 신사가 있는 코토히라쵸가 원래 온천마을이라고 합니다. 올라가면서 한국인도 꽤 많이 봄.
중간에 만난 신마.
기부자?명이 적힌 비석? 들.. 그나저나 이쯤에서 모기가 정말 많았다;;
여튼 열심히 올라가서(30분 정도 걸린 듯?) 4시경 본사 도착.
본궁 앞 나무!

본사를 구경하고 고슈인을 받으러 가는데, 사실 출발하기 전에 여기 고슈인은 어떤지 검색했더니 일괄 카키오키 500엔에 배경에도 그림이 들어가있어서 처음엔 받지 않을까도 싶었습니다. (배경지에 그림이나 색이 들어가면 붙였을 때 혼자 붕 뜨니까 안 받아왔던 사람)
코토히라궁의 고슈인들

그런데 여기 고슈인첩을 사면, 날짜는 적어주지 않지만 첫 페이지에 고슈인이 들어가는데다가 B6 사이즈인데 1500엔이라 가격이 나쁘지 않네? 싶어서 사기로 했어요.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기념으로 본궁 천장에 있는 마끼에를 모티브로 만든 고슈인첩이랍니다. 핑크버전도 있음. (이미치 출처: 공홈)
이게 본궁 천장의 마끼에인 듯. (정면이 아니면 본궁 촬영 가능)
그렇게까지 고급진 느낌의 박은 아니지만 1500엔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가격.
표지를 넘기면 이렇습니다. 시아와세상, 콤피라상.
새 고슈인첩이 이것으로 네 권이 되었습니다만 모르는 척 합니다.

여튼 이걸 받고서, 생각보다 덜 힘들었기에 오쿠샤도 가보기로 합니다.
왜냐면 이 땐 계단수만 생각하느라 785단을 올랐으니 나머지 583단도 괜찮겠지 했던 거죠. (251m vs 421m일지는 몰랐지)

오쿠샤까지 500미터!
오쿠샤 바로 아래 길 상황. 가장자리가 무너지고 있어서 저렇게 받혀둠;
4시 35분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오쿠샤의 고슈인을 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이 때 꽤 힘들었어서 그야말로 정말 ‘내가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기념으로 뭘 좀 받아야겠다’라는 마음이 되어서 종무소에 가서 고슈인을 달라고 했죠.
그런데 막 문을 닫으려던 참이었는지 고슈인 달라고 하니 신주님이 약간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 안으로 들어가길래 아 안에서 새로 써서 들고 오나보다.. 했는데 막상 나와서 앞에 놓여있는 고슈인을 주는 것 아니겠어요? 그냥 놓인 거 주는 건데 왜 머뭇거린 것이며 안에는 왜 들어갔다 나왔지 했는데 안에 장부라도 고친 건가.
여튼 그렇게 받은 고슈인을 꺼내고는 속으로 아차 싶었습니다. 까만 배경지에 금글씨였거든요.

멋지긴 함
멋지긴 한데 위에 썼듯 이런 색지는 보관하는 문제가 귀찮아서 그 동안 안 받고 있었거든요.
클리어파일 타입의 고슈인첩을 나중에 살까? 아니면 아까 받은 고슈인첩에 붙일까? 아니면 이것만 따로 혼자 보관할까? 고민하다 나중에 정하기로 했습니다만, 본의아니게 사흘 후에 해결책이 나왔습니다. 그건 나중에 쓰고.

오쿠샤가 원래 4시 반에 닫는 모양이라(본사는 5시) 사람들이 하나둘 내려가는 걸 기다려서 산 아래를 찍은 다음에(생각보다 안 예쁘게 나와서 사진은 패스) 저도 하산.

문을 닫고 있는 신주님
그런데 내려오면서 보니 그래도 올라가는 사람이 대여섯은 있더라구요…
5시쯤에 본궁 도착. 이 때 보니 직원들이 올라가는 걸 슬슬 제어하기 시작하고 있었고.. 여튼 잘 내려왔습니다.
본궁에서 내려가는 길
JR 역으로 가는 길. 코토히라쵸에서 코토히라궁으로 가는 중간에 이런 하천이 흐르더군요.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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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사진 같은 느낌이 좋습니다.. (올라가는 데 고생은 좀 하겠지만요)
코토히라 신사는 많이 들어봤는데 총본산이 타카마츠에 있었군요.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서인지 확실히 노리오리호다이 패스류가 좋습니다.. 기부니라도 좋은 킷푸~

중간에 루체호는.. 살아있는 말인데 왤케 모형처럼 찍혔을까요.. 아빠가 마야노 탑건인게 더 신경쓰이는군요(…)

근데 기본 고슈인만 받는 사람 입장으로는 전체적으로 고슈인 장사(…) 비책이 좀 아쉬운 신사긴 하네요.

내내 고개를 돌렸다가 그나마 잠깐 이 쪽 쳐다봤을 때 찍은 거라구요! 그런데 아빠가 미야노 탑건… 지금 사진 잘 쳐다보니까 써 있네요 ㅋㅋㅋㅋ
우마무스메는 안 하지만 말 이야기 나오는 유튜브는 제법 봤는데 ㅋㅋㅋ 미야노 탑건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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