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난구 – 교토에서 주작을 맡고 있죠

교토는 음양도에 맞추어 만들어진 계획도시인지라, 만들어질 때 교토를 수호하는 사방신으로 지정된 신사가 있습니다.

중앙 – 헤이안 신구
청룡 – 야사카 신사
백호 – 마츠오 타이샤
주작 – 죠난구
현무 – 카모와케이카즈치(카미가모) 신사

이렇게 다섯이고, 이 다섯 곳의 날인을 받는 전용 거대 색지가 있는데 전 그건 안 샀고(갖고 다니기도 힘들어보이던)
그 대신 다섯 곳의 고슈인을 이세 신궁이랑 함께 첫번째 고슈인첩에 받았는데요. 이 중 마츠오 타이샤랑 죠난구는 코로나 전에는 못 갔다가 작년 겨울에 들렀습니다.

원래부터 존재했던 다른 세 신사와 달리 죠난구는 교토로 천도할 시에 지은, 헤이안 성의 남쪽에 있는 궁이라는 뜻에서 죠난구(城南宮)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직설적이라 알기 쉽네요.

다른 네 곳은 교토 시내라 가기가 쉬운데, 이 죠난구는 가는 교통편이 별로 없어서, 한 시간에 한 대 있는 18, 19번 버스를 타거나, 도보 15분 위치에 있는 타케다竹田역(긴테츠와 시영지하철)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법이 있습니다. 저는 시죠오오미야에서 18번 버스 타고 내려갔어요.

죠난구에 들어가는 길은 넓기는 한데 막상 경내는 좁았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유료 정원에 들어갔습니다.
매화가 유명한 신궁인 거 같으나 매화 필 때 교토에 오는 일이 잘 없어서.. 대신 다양한 동백꽃과 아직 남은 단풍이 맞이해줍니다. 근데 이 때가 동백꽃이 필 때인가요;

12월초에는 사람은 많이 줄었고 단풍은 조금 남아있는 편이라 주로 이 때 교토에 갑니다
정원을 다 돌면 마지막에 마하타키(真幡寸) 신사라는 곳이 있어서 이곳의 고슈인도 같이 죠난구 종무소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죠난구를 다 보고 났더니 배가 고파져서 점심을 먹어야겠는데, 이 근처에는 변변한 식당이라고는 京都離宮라는 이름의 계란말이 정식을 내주는 곳뿐인데 여기가 인스타 핫플이라 한 달전에 이미 예약 매진;;; 예약 없이는 두 시간 기다리라고 해서(그렇다고 번호표나 전광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GG 치고 북쪽으로 올라왔습니다.

교토역으로 올라오다가 구글 평점이 좋은 우동집이 있길래 들어갔습니다. 도노다 식당殿田食堂이라는 곳이었는데, 많이 기다리지 않고 들어가서(합석이긴 했지만) 타누키 우동을 시켰는데, 우동 국물이 전분을 푼 앙인데다가 생강으로 간을 한 유부 우동이라 처음에는 약간 놀랐지만 의외로 맛있더라구요(생강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추위가 가실 정도만 들어가 있었음).

이 때 처음 알았는데 칸사이에서 타누키 우동이라고 하면 유부 우동,
그리고 국물이 전분을 푼 앙인 것도 교토 우동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뺀질나게 교토에 드나들었는데 평소에 우동을 안 먹다 보니…^^;우동을 다 먹고 교토역 남부까지 걸어올라와서 말브랑슈 교토역 시조구치점에 갔습니다. 카페랑 판매 구획이 나누어져 있는데 카페 구획에 1인용 카운터 석이 많아서 좋더라구요.

고급 녹차 쿠크다스(..)도 좋지만 몽블랑도 맛있어요
교토역 남부는 잘 안 가기는 하는데 다음에 가면 이 두 군데는 다시 들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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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번에 말씀하신 교토식 우동!! 전 제대로 된 식사는 하루에 한 끼만 사먹었는데, 채식 식당 위주로 사먹었는지라 교토 우동은 먹어보질 못했네요. 푸짐해 보이는 것이 맛있을 것 같네요.
이번 고슈인은 죽죽 뻗은 나뭇가지같은 글씨체로군요. 주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글씨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으윽 하루 한 끼 먹고 다니시다니… ㅠ_ㅠ
이제 제대로 안 먹으면 전시 하나 보는 것도 힘들어져서.. (아침을 편의점표 샐러드로 잘 때우기는 하지만)
저건 유부 우동이니까 드실 수 없을까요?;;
그 때 트위터에 올리신 타누키 우동 파는 가게 소개하는 게시물 보고 구글맵에 찍어두긴 했는데, 의외로 파는 데가 많지는 않은 거 같더라구요(관광객들에게 유명한 히노데 우동이나 오멘은 저 우동을 안 팔고;;;).. 여튼 생강 들어서 막 맘에 드는 건 아닌데 묘하게 또 찾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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