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머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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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회사에 걸린 한 통의 크레임 전화. 광고부원 키시는 사후대응을 하면 될…터였다. 키시를 방문한 남자의 존재에 의해 카시의 일상은 생각치도 못한 사태로 한 번에 가속된다. 이상한 감각. 사람이 모이는 광장, 거대괴수, 던지는 화살, 움직이지 않는 새. 극복해야 할 현실이란 대체 무엇인가. 교묘한 장치와 엔터테인먼트의 왕도를 걷는 스토리에 의해,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이 새로운 매력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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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좋아하는 새는 넓적부리황새입니다. 아프리카의 새로 부리의 모양이 신발을 닮았다하여 영어로는 슈빌, 학명은 Balaeniceps rex라고 하는데 ‘고래 머리의 왕’이란 뜻입니다
어쩌다 본 동물농장에 부리는 크고 다리는 가는 움직이지 않는 새가 나왔는데, 그 얼굴 각도에 의해 무서워보이기도 못생겨보이기도,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귀여워보이는 매력에 사로잡혔지요.
당연히 수도권에 있을 줄 알았건만 한국에는 고성에 한 마리 있는 게 다라서(일본에 있던 애를 데려왔다고), 차라리 일본에 가서 보는 게 편해서 그 후 일본에서 종종? 보고 옵니다만(우에노에는 다시 안 갈 거지만) 어쨌든,
그 슈빌을 제목으로 하는 책입니다.

이사카 코타로는 지금까지 읽은 게 집오리 들오리의 코인로커 번역판(왜 샀는지 기억이 안 난다)뿐이고, 골든 슬럼버의 영화(강동원이 나와서)를 본 정도라 이 작가에 대해 잘 아는 건 없지만 서스펜스나 활극을 쓰는 작가인가? 하는 이미지만 있었네요. 그래서 저의 취향의 우선순위에서는 밀리기 때문에, 사실 작년 여름에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도(슈빌 굿즈 없나 일마존 뒤지다 알았음) 바로 사지는 않았고, 나중에 이 소설에 슈빌이 그려진 삽화가 있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삽화가 매우 슈빌다웠기 때문에(마냥 귀엽지 않고 적당히 못생기고 귀엽단 의미) 구입을 결심했습니다.

작년 8월말에 사놓고 지금 읽은 이유는, 삽화만 슥 보고 만족한 것도 있고, 하드커버는 그립감(..)이 안 좋아서 문고본처럼 쉽게 손이 안 가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저 설명글로는 대체 뭔 내용인지 짐작도 안 갔기 때문.

주인공인 키시는 제과회사의 광고부에서 일하는 회사원. 회사에 걸려온 크레임 전화로 인한 소동에 휩쓸리면서 지역의원인 이케노우치, 유명 댄서 오자와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 벌어진 몇몇의 사건으로 인해 실은 키시, 이케노우치, 오자와는 꿈 속에서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꿈은 마치 RPG 세계 같아서, 키시는 손으로 던지는 화살을 사용하는 전사이고, 아침에 퀘스트를 받으러 광장으로 가면 NPC 슈빌이 무찔러야 할 괴수의 위치를 알려주는데, 그 괴수를 물리치면 현실에서 부딪힌 트러블이 해결되고, 괴수에게 지면 트러블이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라는 짐작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 꿈의 부분을 장 사이사이 만화로 그려넣었습니다. 이 점이 작가가 이 소설에 도입한 실험적인 부분이라는데 사실 특별한 건 잘 모르겠고- 이런 삽화가 있으면 처음에 전부 보는 성격인지라,

[#M_(네타바레-클릭)|less..|후반부 삽화를 보면 퀘스트를 내주던 슈빌이 갑자기 라스보스가 되어서 전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그 점을 미리 알고 읽기 시작했기에, 슈빌에게 대체 무슨 일이?(어이) 라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만-글 자체는 잘 읽히고-
소설 초반에 이케노우치가 ‘일본은 감염병에 대해 좀 더 대비를 해야 한다’란 말을 하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마침 지금 시기가 시기니까 내 눈에 들어오는 거겠지 하고 넘겼더니…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감염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한 판데믹이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슈빌=인간에게 전염되는 조류 독감이었던 것이죠;
한창 코로나19로 야단법석인 이 시기에 읽기엔 매우 심경이 복잡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작가도 책을 내면서 겨울에 바로 판데믹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인플루엔자는 아니었지만…_M#]

뭐 어찌저찌 사건이 해결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만, 마지막 부분은 ‘꿈에서 해결되면 현실도 해결된다고 꿈으로 도망쳐도 되는 거냐! 현실은 지금 내 눈 앞인데!’하면서 눈앞의 현실을 해결하는데, 이게 주제인가? 싶기도 하고.
마지막 장이 묘하게 현대와 다른 기술을 가진 현대 사회인데, 패러랠 월드 감을 위한 것인 모양이지만 굳이? 싶은 점도 있고.
일단 슈빌이 귀여우니 팔지 않고 갖고는 있겠지만(문고본에서 그림이 바뀌면 문고본도 사겠지만…) 역시 이 작가는 제 취향은 아니다, 싶은 한 권이었습니다. 악인은 유명한 모양이니 언제 읽기는 해야하는데.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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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슈빌을 한 10년쯤 전에 티비에서 보고 뭔가 이 세상 것이 아닌데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기괴함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언젠가 실물로 한번 봐야지 했는데 일본을 그렇게 들락날락하면서도 아직까지 볼 기회(?)를 못 만들고 있네요. ㅠ.ㅠ

일본에 17마린가 있는데 제일 접근성이 좋은 게 우에노의 네 마리와 고베 동물의 왕국에 있는 두 마리에요. 그런데 우에노는 슈빌 말고 다른 동물들(팬더도;)이 너무 좁은데 갇혀져 있어서 더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 ㅠ 언제 고베 가보심이! >.<

그러고보니 오사카, 고베 쪽으로는 아직 세 식구가 여행을 간 적이 없는데 다음에는 그쪽으로 방향을 잡아볼까봐요. 정보 감사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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