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지방도시에서 SNS 커뮤니티, 『현대 시인의 알의 모임』의 오프 모임이 열렸다. 아홉 명의 참가자는 헤어지면서, 앞으로도 창작을 계속하다 10년 후에 재회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일 모인 것은 다섯 명이고, 나머지는 자살 등 의심스러운 사인으로 죽은 후였다. 살아가는 것과 시를 짓는 것을 양립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그들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를 찾기 시작한다. 창작에 씌인 사람들이 살아간 궤적을 더듬어가다, 고독한 탐정이 본 광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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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교쿠 이즈키의 작품. ‘다이쇼 하코무스메’로 안락탐정물을 쓰더니(세부 내용을 까먹었어… 포스팅도 했는데 날아갔어..) 이번엔 도쿄소겐샤에서 책을 냈길래, 그것도 평이 나쁘진 않았던 모양인지라 언제 읽어야겠다 했는데 문고화가 되었길래 샀습니다. 작가는 최근 전격문고에도 새 타이틀(그것도 A와 B라는 식의, 아마 데뷔작이랑 세계를 공유하는 작품?)을 냈더군요, 그 쪽은 별로 읽을 생각은 없지만..
시인으로 먹고 살고 싶었지만 투고작들은 전부 떨어지고, 살아가는 기력도 잃고 편의점에서 프리터로 일하던 ‘나’는, 10년 전 참가한 SNS 모임에서, 다음에 만나자고 약속한 날짜가 머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그곳에 참가합니다. 10년 전의 주인공은 중 3이었던지라, 그 오프회에 참가한 후는 입시에 매달리는 바람에 SNS 커뮤니티에 들어가지 않았고, 그 SNS도 그 후 서비스 종료를 한지라 당시 참가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는 상태로.
당시 SNS에 올린 모임 후기 등이 로그 파일을 노트북에 남겨두었던지라 그것을 읽고 기억을 되새긴 후 약속한 장소로 나가봤지만- 알게 된 것은 당시 참가한 9명 중 4명이 이미 사망했다는 것. 대다수는 자살이라는 것.
시를 짓는 것에도 살아가는 것에도 지쳐있던 25세 프리터 주인공은, 그들이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알고 싶어 유족들을 찾아갑니다.
시를 지으며 살아갈 수는 없는 건가. 진정한 시에는 죽음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자살한 사람들은 죽음으로서 자신이 시인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하여간 다이쇼 하코무스메도 나름 안락의자물이었던 거 같지만, 이번엔 추리소설 출판사인 도쿄소겐샤에서 내놓은 거니까 뭔가 본격에 도전한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구요..
작가 후기에서 작가가 ‘내가 추리소설을 쓴다고 하면 이런이런 걸 쓸 것이다’라는 생각을 유지하며 썼다고 했는데, 일단 납득이 가는 구조이긴 했습니다. 나름 반전도 있구요.
본격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는 사람은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코교쿠 이즈키라는 작가를 아는 독자들은 만족할만한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절망적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상냥한 사람들의 이야기, 를 잘 쓰는 작가니까요. 예전에는 주인공을 줄곧 여자로 하다가, 주인공을 남자로 바꾸는 순간 실패했구나 싶었는데(사탕장수)
이번 작품은 심약한 시인이 주인공이라 그런가, 위태위태한 느낌이 잘 살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전격에 낸 신작이 2권도 나왔던데 읽을까말까.. 독뿜는 공주도 안 읽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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