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말투와 그 내용에 아즈사는 번쩍 정신을 긴장시켰다.
“그 악마를 찾아낼 때까지 난 이 세계로부터 도망칠 생각은 없어. 그래서 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렇지만 이번 일이 생긴 이상 앞으로도 내 문제 때문에 너까지 괴롭힘을 당하는 사태가 생길 거라고 봐.”
케이는 약간 고개를 숙이며 음미하듯 고백했다.
그리고 얼굴을 들어 아즈사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줘. 난 내 자신의 목적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넌 반드시 지켜줄 거야.”
후지미 미스테리 문고의 간판작입니다. 본편 8권, 단편 2권으로 완결, 학산에서는 3권까지 나온 상태.
사실 삽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별 기대 없이 빌려 본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작품도 오랜만. 마비노기의 유혹을 견뎌낸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마비노기 때문에 도중에 한 번 읽다 말았지만, 친구와 던전 갈 약속 때문에 그랬던 것이지 아니었으면 쉬지 않고 다 읽어치웠을 듯.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했던 단 한 명의 동포-소꿉친구 케이.
가정 사정으로 그 케이와 이별하고 미국에 갔다가, 7년 뒤 재회의 기쁨을 기대하며 와보니 그 친구는 어느새 말없는 기분 나쁜 녀석이 되어 있었고(데미안 신드롬?),
학교에 투신자살미수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 사건이 케이와 관련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잡혀 돌아다닌 것이 오히려 그를 궁지에 몰아버리게 되고, 그러다가 알고 보니 그 소꿉친구는 마약중독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더라-(부기팝?) 라는 것이 1권의 주요 내용이군요.
사실 2권은, 아즈사가 케이 집에 요바이(틀려) 가는 장면 정도 외에 그렇게 마음에 드는 장면도 없었고, 케이의 목적이라던가도 확실히 드러난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가 이 소설에 반한 이유는 요 둘의 관계.
어릴 적 소꿉친구와 함께 있던 비밀기지- 같은 것은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간 저는 있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친척 꼬맹이들뿐만 아니라 동네 남자 꼬맹이들과 두세 개 있는 비밀기지에서 놀곤 했었던 겁니다. 전.
물론 지금까지 그 소꿉친구들과 연락이 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소꿉친구 하나의 이종사촌과는 헤어질래야 헤어질 수도 없는 관계지만;), 그런 어릴 적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순식간에 이 커플의 행방이 궁금해지더군요. 그래 응원해주마, 라는 느낌?
셀네트 뒤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악마란 말 그대로의 악마인지 사용자의 무의식적인 내면인지, 셀네트의 왕국과 여왕과, 아즈사의 관계는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눈의 여왕?’ 같은 연상도 해 가면서, 속으로 이 커플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네타바레는 피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끝나는지는 몰라도 아마 해피 엔딩일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번 달은 이미 책을 좀 사 버렸기 때문에, 3월 신간 살 때 함께 살 작정. 삽화가 약간 마음에 안 들지만 뭐 정이 들 것 같고, 아즈사에게 볼을 꼬집하는 어릴 적 케이의 삽화라던가 있으면 좋겠는데- 생각도 하지만, 어쩔 수 없겠죠 ^^;;
2 Comments
Add Yours →볼을 꼬집히는 삽화는 없지만, 어릴적 삽화라면 단편집에 나옵니다.
그리고 1,2권에서 벌써부터 이리 재미있다고 하셨고, 케이와 아즈사의 관계가 마음에 드셨다고 하셨으니.
…4권, 6권에서의 반응이 무척무척무척무척 기대됩니다(…)
3월 신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주문넣었습니다..^^;
정말요, 이렇게 다음 권을 기대하게 하는 책도 오랜만인 듯,
너무 기대했다가 도리어 실망하는 게 아닌지 걱정 될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