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LL U

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느날, 아이돌로서 힘내고 있을 터인 오빠에게서 소포가 도착한다.
『지금부터 여행을 떠나니까, 잠시만 나랑 바꿔주지 않을래?』

라는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것은 남성용의 가발과 옷.
편지는 부분부분 더러워져 있어서 읽을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고, 잠시만 오빠와 바꿔치기할 것을 결심한 주인공이었으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양한 방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아이돌이었다…….

*

PSVita를 산 이후 일본에 여행갈 때마다 게임을 하나씩 사오기로 했는데, 이번에 사온 것은 이것.
주제가(..의 KENN 솔로 버전)가 마음에 든 것도 있고, 요즘은 2D 아이돌 리듬게임에 빠져 있기도 하고,
캐릭터 디자인이 돌아가신 분이라는 것도 있고(이누보쿠를 안 봤지만), 아마존에 예약 특전 포함 한정판이 남아있길래 별 생각없이 골랐습니다.
주위에서 언급이 별로 안 되어서 사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요 ^^;

행방불명이 된 오빠를 대신해 아이돌로서 데뷔한 주인공이,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멤버 5명 중에 한 명을 선택해 교정을 하면서 연애도 한다는 내용입니다.

연애 어드벤쳐로서도 리듬게임으로서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인데, 일단 연애 어드벤쳐로서는,

초반부의 선택지 6개로 캐릭터 루트에 진입하는 것이 전부. 일단 캐릭터 루트로 진입하면 선택지 없습니다. 리듬게임/키스타임에서 완전 무시해서 호감치를 안 올리면 배드 엔딩이 나오고, 호감치를 어느 정도 올리면 그냥 해피 엔딩을 타고.. 마지막에 아이돌을 계속 할지 안 할지를 선택해서 엔딩 두 갈래로 나뉘는 게 전부. 심지어 아이돌 엔딩/비아이돌 엔딩의 엔딩 크레딧 보고 난 후의 후일담이 동일합니다. 후일담 두 개가 연속해서 나오는데 이게 주인공이 아이돌을 하고 있는지 안 하고 있는지 두리뭉술 넘어가서… 그냥 엔딩 하나에 후일담 하나씩 하면 될텐데 대체 ㅡ_ㅡ

리듬게임은, Cytus 처럼 움직이는 바와 버튼이 겹쳐지면 누르는 타입인데 난이도가  Easy/Normal 밖에 없습니다. 느릿느릿.. 그런 주제에 버튼이 은근 눈에 잘 안 들어와서, 중간에 꼭 한 번은 구석에 있는 버튼을 놓쳐서 풀 콤보를 놓치고. 그렇지만 딱히 트로피에 리듬게임 관련 요구하는 항목이 없어서 모든 곡을 S 내지는 풀콤보 뛰어야겠다는 욕구도 안 생기고, 떼창도 마음에 안 들고…

떼창.
애초에 주제가(의 KENN 솔로버전)가 마음에 들어서 시작한 거지만, 다섯이 부르는 오리지널 버전은 마음에 안 들어요.
다들 호흡을 자주 끊으며 노래했는데, 그래서 합창으로 하면 잘 안 어울려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합창이 아니라 짤막짤막 파트를 나눴는데 믹스 좀 잘 하지 ㅡ_ㅡ 싶었습니다. 캐릭터송 시디에 아예 솔로버전을 각자 넣어서 발매하기도 했고 각자 따로 녹음한 거야 대부분이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이런 식으로 티나게 따로 놀면ㅡ_ㅡ;
주제가의 솔로버전+각 루트 엔딩곡 해서 캐릭터 싱글이 다섯장 나왔는데, 내년 1월에 주제가 다섯명/유닛별 버전과 엔딩곡 다섯 곡과 드라마 넣어서 앨범 한 번 더 낸다고 하더군요. 안 사지만.
엔딩곡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주제가 솔로 버전도… KENN랑 호소야의 솔로 버전은 괜찮은데(이보다 더 잘 부를 수 있을텐데.. 싶긴 했지만), 모리쇼의 솔로 버전이, 너무 힘 빼고 부른다 싶어서 유감이었습니다. 마에노와 시모노상에게는 애초에 큰 기대 안 했고..

게임 내 소속사 이름이 무려 avex… avex pictures에서 출자를 한 거 같은데 그럼 좀 더 신경써서 녹음하지 싶었어요.

그럼 캐릭터별 감상. (공략 순서대로)

1. 미카미 루카(CV. KENN)
메인 히어로. 사실 제가 하는 2D 아이돌 리겜이 전부 ‘아’로 시작하는데다가 전부 KENN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얠 제일 먼저 공략.
특수한 가정 환경 탓에 여자만 보면 두려움에 떨면서 도망가는 성격. 초반부에서는 그저 구석에서 떨고 있기만 해서 그림자가 옅습니다. 메인 히어로인데!
게다가 그 반동 탓인지 남자인 타 멤버들에게는 쓸데없이 상냥해서 당신 게이세요? 싶을 정도;;;;

그러다가 주인공이 여자인 것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다른 멤버들은 크게 두 부류(속았다고 화를 내는 부류 vs 애초부터 알고 있었던 부류)로 나뉘는데, 얘는 그냥 ‘어 여자였어? 근데 안 무섭네? 그러니까 됐어!’란 반응이라… 너무 가벼워;;
그러다가 혼자 엉뚱한 착각을 해서 삽질하고… 여러모로 인상도 약하고 유감인 캐릭터였습니다.

2. 쿠로유메 츠바사(CV. 마에노 토모아키)
마계의 왕위 회복을 꿈꾸는 악마. (그런데 뭔가 악마로서 다른 이름이-실재?하는 악마의 이름으로-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츠바사가 본명인 모양. 999년 전부터 츠바사란 이름었다고?;;;)
시모노 캐에서도 말하겠지만, 이 캐릭터도 실은 판타지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오만불손한-그러나 알고 보면 상냥한- 캐릭터라, 성우까지 포함해 우타프리의 영향을 받았는가 싶은 캐릭터였습니다.
얘가 등장함으로서 장르가 판타지가 되어버리기는 하는데, 사실 악마 한 마리 섞여있다고 해서 딱히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우타프리에 악영향을 (제가)받은 듯;; 사실 위화감 쩌는 판타지가 나오는 건 다른 루트였는데 말하면 스포니까 넘어가고.

비교를 하자면, 카뮤보다 안 잘생기고 카뮤보다 오만하고 카뮤보다 중2스럽달까.. 중2병스러운 대사를 외쳐댑니다. ‘시노비 코이우츠츠’의 가라이아처럼 한자로 쓰고 영어로 읽는 게 심합니다. 뭔가 악마와 마계에 대한 영어가 판을 칩니다. 그리고 오만불손한 단어들이. 특히 주인공을 향한 2인칭이 신부라고 쓰고 산제물 또는 노예 또는 slave라고 읽어대는; 팬들을 여자라고 쓰고 암컷이라고 읽고
루트 후반에는 안 나오기는 하는데… 이게 츠바사만 그런 게 아니라 호소야 캐릭터인 세이야도 마찬가지라, 평소 오토메겜 할 때 대사 다 안 듣고 넘겨버리는 저지만(어이) 이 둘은 그냥 막 대강 읽고 넘기게 되더라구요. 뭔 소리야 이러면서.. 한정판 특전 소책자에 아예 츠바사와 세이야의 용어 해설집이 따로 있을 정도 ㅡ_ㅡ

그래도 후반부에는 나름 주인공에게 친절하게 굴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모든 루트에서 츠바사만 줄곧 ‘내 신부를 가로채지 말라’라고 나서든가 혼자 남겨져서 자주 삐진다던가 좀 귀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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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가창력 부족으로 풀죽어 있다가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하니까 내뱉는 말.

3. 모로보시 세이야(CV. 호소야 요시마사)
츠바사가 악마로서 중2병스러운 대사를 읋는다면, 세이야는 만화책으로 일본어 잘못 배운 오타쿠. 예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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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얼마든지 나한테서 러닝하라구! 너의 쥬브나일을 안티테제로 넘치게 해...! 엔코딩을 열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라고 읽습니다.

그리고-게임에도 언급되지만- 한 번 마음을 허락한 주인공을 졸졸 쫓아다니는 충견? 강아지 같은 캐라서 그건 나름 귀여웠네요. 츠바사는 재수없다 싶은데 세이야는 그나마 귀여움. 그러나 뭔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어요. 시노비 코이우츠츠에서는 다음 대사에서 주인공이 일일이 해설을 해주는데 이 주인공은 그냥 ‘뭐라는 거야’ 하고 쿨하게 넘어가버리는지라;;
게다가 중2병스러운 대사 말고도 상당히 여기저기 영어를 섞어서 말해서… 호소양.. 영어 발음.. 수치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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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오타쿠 상식.

4. 사키가케 이츠키(CV. 모리쿠보 쇼타로)
루트 진입하기 전에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진행하시겠습니까?’라는 경고가 뜨길래 뭔가 얼마나 엄한 게 나오려나 했는데 그냥 평범?한 도M.
공략하기 전에 엔딩곡을 이미 들었는데, 엔딩 볼 때쯤이면 M이 나아있는가 싶었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노래는 발랄한데 가사가 M임…
초반에 주인공에게 발을 밟힌 후 반해버려서 줄곧 주인공을 ‘마이 담(My Dame)’이라고 부르는데… 영어든 프랑스어든 하나만 하라고 하고 싶음.;

5. 시도 레오(CV. 시모노 히로)
어릴 적 병약 소년이었는데 우연히 본 영화에 감동하고 그 영화 감독이 만드는 영화에 출연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꿈인, 어쩌다 네코미미 캐릭터의 이미지가 붙어버린 쇼타캐.
그러나 실은 멤버 중에서 제일 연예인 경력이 길고, 노력파고,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엄격한 성격…이라는 점이 우타프리 쇼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고양이를 워낙 좋아해서 말끝마다 냥이 붙습니다.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시모노상;)가 냥냥거리는 게 뭐가 귀엽냐 싶은데… 귀엽죠… 그냥 귀엽습니다. 그러나 너무 쇼타라서 중간중간 연기하는 모습이 매우 언밸런스하다는 게 문제(아역 배우로밖에 안 보이는데)

6. 아마네 마나카(CV. 타치바나 신노스케)
다섯 명을 다 공략하면 진상 루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실 다섯 명 공략하면서 어느 정도 감을 잡기는 하는데… 제 예상 이상으로 판타지..;; (자세히 말하면 스포)
그리고 그 문제의 ‘노래’라는 게 결국 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특정 기질의 인간이라는 건지 노래 자체라는 건지 ㅡ_ㅡ

7. 요네자와 매니저(Vc. 토리우미 코스케)
멤버들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과자를 사들고 여기저리 사과하러 가는 것이 주요 업무인, 매니저.
아무리 오토메이트가 토리상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굳이 공략대상이 아닌 매니저인데.. 싶었지만요. 음, 나름 대사 많습니다.
초반에 아 위아퍼 라든가 이런저런 대사가 애수를 불러오는…. 심지어 이름도 안 나오고 말이죠(세이야 루트 후반에 이름 나옵니다 ㅠ)

P.S: 1. 그러고보니 요 7명 중에 그라비 멤버가 네 명이다…
       2. 츠바사 루트 들어가면 나오는 부하 악마 ‘피터(CV. 우메하라 유이치로)’도 있지만요. 츠바사도 츠바사지만 악마 이름이 피터가 뭐냐 피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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