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해고 전문 기업 ‘일본 휴먼리액트’의 슈퍼스타 무라카미 신스케와 구조조정 후보사원 5명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시시한 인간들이 모인 고위층의 애매한 합의에 의해 ‘너는 이제 필요없다!’라는 선고를 받게 되는 해고 후보 사원들의 이야기가 날선 대화가 오가는 면담장을 통해 긴박하게 그려진다. 일본소설 특유의 쿨한 정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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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포스팅하겠지만 12개 작품의 외전? 단편을 묶어서 낸 ‘사이드 스토리즈’라는 앤솔로지가 있습니다. 수록작 중 제가 읽어보지 않았으나 국내에 라이센스 들어온 작품들을 찾아서 읽는 중인데, 현재까지 읽은 것이 천지명찰(우부카타 토우), 탐정은 바에 있다(아즈마 나오미), 자물쇠가 잠긴 방(기시 유스케), 너희에게 내일은 없다(카키네 슌스케), 스트로베리 나이트(혼다 테츠야).
다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예상을 뒤집었다는 면에서는 이 ‘너희에게 내일은 없다’가 마음에 들더군요. 제 18회 야마모토 슈고로 수상작이고, 시리즈화 되어서 5권으로 완결되었습니다.
주인공은 ‘권고사직’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사원. 15명으로 구성된 이 회사는 의뢰가 들어오는 기업의 인사과에서 권고사직 대상자 명단을 받아서, 세 번에 걸친 면담(권유와 협박과 교섭이 버무려진)을 통해 권고사직을 받아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챕터별로 권고사직을 제의받는 사원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고요. 위에 쓰인 출판사 소개글로 보면… 권고사직을 제의하며 벌어지는 긴박한 분위기 또는 냉혹한 사회를 그리는 작품인가? 싶은데 실제로는 오히려 다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직위나 급여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오타쿠나,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닌데 파벌 경쟁에 밀린 후,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꿈)도 잊을 뻔했다가 권고사직을 제의받고 도리어 꿈을 떠올린 사람이나,
결혼할 나이가 된데다 일반 판매직이라 권고사직의 대상이 되지만, 그래도 좀 더 버텨보자고 기합을 넣는 사람이나,
본인 생각에도 경영진 생각에도 분명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람을 더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나았다는 에피소드라든가?
결국 권고사직에 응하건 응하지않건 다들 나름대로 납득하며 끝내는 게(주인공이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지라) 음.. 생각보다 무르네? 싶긴 했습니다. 저도 나름 1년마다 매출 따져서 계약 갱신하는 고용직인지라 권고사직이 아주 남의 이야기는 아닌지라 ^^; 하지만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리카와 히로의 ‘프리터, 집을 사다(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랑 비슷했고요.
단지 번역이… 직역이 심한 끝에 비문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을 정도; 번역자 이름을 봤더니 전에 사쿠라바 카즈키 작품 읽을 때도 거슬렸던 사람이더라구요. 앞으로 이 분이 맡은 작품은 피하게 될 듯;;
사실 심각한 이야기일 줄 알았던 것이 의외로 치유계(?)였다는 점에서 점수는 높게 주기는 하는데.. 기본적으로 옴니버스물이라 뒷권이 궁금하지는 않더군요 ^^; 게다가 라이센스를 추천하기에는 위에 썼듯 번역이 좀 걸리는지라 추천하기에는 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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