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언저리를 헤매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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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구석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어딘가 특이한 사람들. 강가에서 거꾸로 서는 연습을 하는 곡예사, 교수의 집을 지키는 식당 아줌마, 엘리베이터에서 태어난 E.B., 방랑하는 눈물 장수, 말 많고 관능적인 발바닥을 가진 노파…. 그들의 슬프고도 사랑스러운 인생의 한 콤마를 손바닥으로 살짝 건져내어, 왜인지 모를 공포와 해맑은 페티시즘을 기리는, 주옥의 나인 스토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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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의… 기담집?
작가가 주로 그리는 세계가 대부분 현실 세계에는 없을 거 같은 느낌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요. 이 단편집은 그런 느낌이 더 들었습니다.

1. 곡예와 야구
2. 교수집 지키기
3. 이비의 이룰 수 없는 소원
4. 찾으시는 물건
5. 눈물 장수
6. 파라솔 초콜릿
7. 라 벨 아가씨
8. 은산의 사냥터집
9. 재시합

1번은 늘 3루 지접에 의자를 쌓아놓고 거꾸로 서는 연습을 하는 곡예사에 대한 이야기
2번은 파리로 출장을 나간 교수의 집을 대신 지키고 있는 아줌마… 반전이 빤하다면 빤한데 오가와 요코의 다른 작품에서 보인 방식은 아니었던지라 깜놀
3번은 엘리베이터에서 태어나서 엘리베이터에서만 살아가는 남자 E.B의 이야기
4번은 살아줄 사람을 찾는 신기한 집들에 대한 이야기
…라는 식으로(중간에 귀찮아졌다) 약간 특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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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두 점만은 확실했다. 하나는 털색으로, 그것은 은. 은산에 살기에 어울리는 불순물 없는 은, 이라고 남자는 잘라말했다. 또 하나는 이름의 유래로, 산파카츠기란, 산파를 속인다는 의미라는 듯 했다.
“산파카츠기는 좀처럼 죽지 못하는 짐승이라 말이지. 은탄환을 몇 발 박아넣어도 절대 바로는 죽지 않아. 끈질기게 살아있지. 어떤 베테랑인 사냥꾼이라도 숨통을 끊을 수 없어. 목이 끊어지려하고, 눈알이 떨어지고, 장이 튀어나와도 아직 숨을 쉬고 있어. 떨어진 눈알이 원망스럽게 힐끗 이 쪽을 노려봐. 그래서 산 채로 구워먹을 수 밖에 없지. 괴로워하지 않고 쓱 죽는 것을 신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짐승이야. 불쌍하게도. 그래서, 불에 닿아서, 슬슬 때가 오면, 산파카즈기는 울음소리를 내. 막 태어난 아기와 너무 똑같은 울음소리지. 그게 온 산에 메아리쳐. 너무나 똑같아서 산파도 분간할 수 없어. 어라, 어딘가에 출산이, 하고 착각한 산파가 서둘러 뛰어나올 정도지.(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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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몇 자루의 글라스펜과,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잉크 항아리를 구입해서, 글씨를 쓰는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학노트에, 다음에는 메모용지, 다음에는 영수증, 명함, 나뭇잎, 렌틸콩, 비늘, 쌀, 점점 작은 것에 썼어. 그 때마다 나의 등장은 언제일지 약간 불안하게 생각하면서, 연습에 힘을 쏟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언젠가처럼 쓸데없는 말을 해서 혼나는 것은 사양이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하루 종일, 되도록 작은 글씨를 쓰는 것에 열중했다. 작은 글씨, 작은 글씨, 작은 글씨. 그것이 전부였다. 문학관에서 일 하는 중에도 그 주박으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어서, 전화의 메모나 전표에 쓰는 숫자도 점점 작아져서, 남자 의외의 인간은 아무도 그것을 판독할 수 없었다. 겨우 목표로 한 크기를 획득한 남자는, 그럼, 하고 말하고 손가락 관절을 울리며, 지금 막 나를 눈치챘다는 양 이 쪽을 돌아보았다. 나는 맨발이 되어, 부디 어떻게든, 당신이 마음가는 대로 해주세요, 라는 태세로 그것을 남자의 앞에 내밀었다. 남자는 글라스펜으로, 나의 발바닥에, 보들레르의 시를 옮겨적었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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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마음에 드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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