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의, 소중한 실연.
좋아하게 된 것은 손에 넣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아리카와 히로「실연의 연산」
안자이 씨에겐 부인이 있지만, “그런 건 상관없어”라고 생각했다――아사쿠라 카스미「노벨라이즈」
팔리지 않는 만화가에 실제로는 니트인 나의, 딸 미카가 최근 첫사랑을 하게 된 모양이다――이시하라 마코친「타마마맨을 찾아서」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무라사키 군은 멀리 가 버렸다――미야기 아야코「첫 장례식」
이제 이걸로 괜찮아. 나는 그 녀석을 잊을 수 있어――칸노 키리후키「가시빼는 사람」
그녀와 나는 언제나 특별하고, 최고의 친구였던 것이다――나시야 아리에「FreecyLove」
일년에 한 번인 사원여행. 바다 옆에는, 누구나 사랑을 말하고 싶어진다――요시노 마리코「마린 로맨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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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었어…
다빈치 또는 Web 다빈치에 올라왔던 단편 중, ‘실연’을 소재로 한 일곱 이야기를 모아서 낸 앤솔로지입니다. 센터(?)의 아리카와 히로 때문에 집어들기는 했는데, 앤솔로지는 원래 잘 모르는 작가 발굴을 위해서 읽는 목적도 있고.. 그래도 대부분 어느 정도 평타는 쳐왔는데, 이번은 실패했네요.
1. 실연의 연산
평소 ‘쌍둥이인 형과 나를 알아볼 수 있는 여자’를 향한 환상을 갖고 있었던 화자는, 형의 약혼녀가 그 조건에 해당하는 것을 알게 되고 마구 부러워지는데…
…인데 과연 아리카와 히로랄까, 적당히 안타깝고 재밌었습니다. 읽으면서 오란고교 쌍둥이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정말 구분하기 힘든 쌍둥이의 배우자는, 자신의 배우자와 닮은 얼굴을 볼 때 어떤 감정이 드는지 궁금하기도 하군요.
2. 노벨라이즈
유부남을 좋아하게 된 계기라든가 어떤 식으로 짜게 식는가에 대해 담담하게 썼는데, 저도 담담하게 읽었습니다. 아라사나 아라포 취향의 글이긴 할텐데 사실 이런 류의 감정엔 공감하질 못 해서…
3. Fleecy Love
동경을 품고 있던 친우의 환상이 깨진다는 이야기. 약간 소녀 예찬론적.
4. 타마마맨을 찾아서
이 단편 때문에 전체적인 평가가 내려갔네요.
잘 안 팔리는 만화가인 화자가, 딸이 동경하는 히어로의 사인을 얻어다주려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존심이나 이런 것들이 깎여나간다는 이야기인데..
무슨 인터넷 소설, 아니 휴대폰 소설이었나, 사어인가요? 하여간 주로 대화로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가끔 나오는 문장은 제대로 된 문장으로 끝나지 않고, 쓸데없이 말 줄임표가 너무 많고(페이지당 평균 3개는 되는 듯). 이모티콘이 등장하지 않다 뿐이지 중딩고딩이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올리던 형식파괴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귀X니 같은..). 10p 진행하다가 던져버렸다가, 따로 읽을 게 없어서 일단 다 읽기는 했는데 괴로웠어요. 제대로 된 문장이 없어서 짜증나는데 화자는 ‘이렇게 생활능력 없는 나라 죄송해요’같은 이야기만 해서 화를 북돋더군요.
의도하고 한 거라면 대단하지만, 이 작가는 뭐하는 사람인가 봤더니 만화가라더군요. 그래도 서적화되어서 나올 정도의 글이라면 최소한의 문장력은 되야할텐데;; 아니면 제가 몰랐을 뿐이지 Web 다빈치에는 그런 류의 글도 올리는 것인가. 하지만 이런 앤솔로지에 넣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만 내내 했습니다.
5. 마린 로맨티스트
..애매…
6. 가시빼는 사람
‘잊지 못하는 첫사랑’을 ‘몸에 박힌 가시’로 형상화해서 약간 환상 소설스럽게 그린 이야기.
그럭저럭 괜춘.
7. 첫 장례식
이건 중학생 여자애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라 풋축한 청춘물로서 무난히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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