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 :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려준 커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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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는 주인공 아오야마 마코토는 어느 날 ‘탈레랑’이라는 커피전문점에 들렀다가 ‘이상적인 커피’와 조우한다. 커피점 탈레랑의 바리스타는 기리마 미호시라는 젊은 여성이었다. 마코토는 미호시와 친해지며 탈레랑의 단골이 된다.
기리마 미호시에게는 커피 이외에도 특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추리’. 미호시는 주인공 일상 속에서 마주친 사건들을 멋지게 풀어 해결해낸다.

일본 열도를 뒤흔든 커피 미스터리 걸작, 마침내 출간!
(귀찮아서 라이센스판 소개글 C&P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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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회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대상 히든카드상…이라고 소개되어서 들어온 책인데 히든카드상이란 게 뭔지는 모르겠고 대상 최종후보작입니다. 이 미스테리~(줄여서 고노미스)는 그 전 해 발간된 추리소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제일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자체적으로 신인 응모를 통해 상을 주는 게 있고 이걸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대상’이라고 부릅니다. 이 부분을 잘 모르는 독자라면 자칫 <64>나 <솔로몬의 위증>이랑 같은 레벨인가 착각할지도….ㅡ_ㅡ;

작년 라이센스가 들어올 적 번역자 관련으로 주위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이라, 큐슈 갈 때 북오프에서 들고 왔네요. 좋아하는 작가가 아닌 이상 한국어판이 들어온 작품은 빌려서 읽는다는 주의인데 제가 왜 그랬는지..; 그나마 2권도 함께 안 들고 와서 다행인가.
왜냐면 번역자 관련 이야기 외에 이 책 내용이 어떤지에 대해 듣지는 않았거든요. 이상하게 우리나라에는 별 4~5개를 준 리뷰가 많은데(이벤트로 뿌렸나?), 진작 이미지 가지러 가 본 아마존 재팬에선 별 두 개 반… 별 한 개 준 사람이 절대 다수.
제 자신은 그 중에서도 별 한 개 준 사람들의 리뷰가 하나하나 공감가더라는 ㅡ_ㅡ;; 일어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견디기 힘들어서 중간에 덮었던 책은 오랜만입니다.

만능감정사 Q는, 처음에 비브리아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작품인가 했으나 그렇지 않았던 데 비해(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비브리아의 영향이 컸겠지만), 이 작품은 일본에서도 발매된 게 2012년 8월이고, 역시 비브라아의 영향을 받은 아류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능감정사는, 구시렁구시렁 감상을 써 놓긴 했지만 나름 캐릭터도 잡혔고 하권에서의 위조지폐 사건의 전개는 재미있게 읽혔는데… 탈레랑은 뭐 캐릭터도 안 잡히고 추리는 더더욱 ㅡ_ㅡ;
제가 일상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브라아 고서당의 사건 수첩’ 같은 제목에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이 책에 ‘사건 수첩’이란 제목을 붙이는 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뭔가 초반부터 씹기만 했는데 어쨌건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위 출판사 소개대로 ….

…….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주인공이 들고 온 수수께끼를, 미호시가 커피밀을 사각사각 돌리면서 생각한 후 맞춘다는 이야기입니다.
추리한다기보다 수수께끼를 맞춘다, 라고 하는 게 어울릴 정도의 수준.

첫번째장은 둘이 처음 만나서, 주인공 이메일 주소에서 이름을 유추해낸다는 에피소드+뒤바뀐 우산에 대한 고찰? 정도로 이름 맞추기는.. 추리라기보다 퍼즐? 같은 느낌? 뭣보다 blue-mountain_truth.nogod31@xxxxxxx.ne.jp 라니 이메일로서 너무 길어!! 억지로 문제를 만들었;;

2장도 추리라고 하기 애매한 문제. 일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깔리긴 하지만.. 이건 번역이 어떻게 되어있을지 모르겠네요.
3장은.. 같은 수법을 7장과 에피소드에서도 써 먹고 있고.. 그나마 완벽하지도 않고. 7장 병원신의 ‘그녀를 불행하게 하려는 인간이, 여러 명 있을까보냐’ 같은 문장이 나오면 안 되지요..
4장은 뭔가 교토 지도를 꺼내서 머리를 굴리라는 건가? 싶어서 조금 나았던 거 같은데 반전 때문에 무용지물. 참고로 전 못 느꼈지만, 아마존에 ‘배경을 교토로 내세우는 것에 비해 교토라는 느낌이 하나도 안 난다’라는 평가가 있더군요. 지명만 나열할 뿐이지 세부 묘사가 부족하다고. 주인공들도 표준어를 쓰고 있구요.
5장도… 나름 서술 트릭? 이라고 주장하려는 건가? 싶은 것들이라.

하지만 추리가 미흡하다는 것만이었으면 도중에 책을 덮고 싶어지지는 않았을 듯. 사실 3장쯤인가에서 중간에 책을 한 번 덮었을 정도입니다. 5장에서 다른 요소가 끼어들면서 조금 나아져서 결국 다 읽기는 했지만.
추리는 둘째치고, 추리가 별로라면 캐릭터로 먹고 가는 게 이 바닥인데(응?) 이 소설은 캐릭터도 이상하고 문장도 이상합니다.

일단 주인공 캐릭터, 남녀 주인공이 다 캐릭터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어요.
탐정역인 미호시는, 중간에 남자 주인공이 ‘과도하게 예절교육을 받은 어린애’라는 평가를 내리는데.. 알 듯 모를 듯 한 것이, 뭔가 점원과 손님 사이에 선을 긋는 게 능숙하다는 식으로 묘사가 되는데 진작 여주가 쓰는 말투는 점원이 쓰는 말투가 아닙니다. 불친절하지는 않지만 뭔가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경어란 느낌이랄까.. 네가 나의 뭐라고 손님인 나한테 설교를 하려는 거냐.. 랄까? 나랑 친구하자는 거냐랄까 농담 따먹기하자는 거냐랄까 아무리 커피가 맛있어도 점원이 나한테 이런 식으로 나오면 두 번 다시 안 갈 것 같달까. 말투라기보다 태도의 문제려나.. 점원은 점원이라는데 점원이 아냐!!

1인칭을 맡고 있는 남주도 뭔가 친척 여자+여친에게 휘둘리는 헤타레? 라는 설정인가 싶기는 한데 해당 에피소드에서 벗어나면 그런 느낌은 없고, 그냥 커피맛이 좋아서 카페에 들락거릴 뿐인, 그리고 가끔 쓸데없이 커피에 대한 잔지식을 서술하는(그것도 길게) 화자라는 것 외에 느껴지는 게 없어서. 게다가 쓸데없이 말이 많고.

캐릭터와는 관계없지만 문장도 별로라, 중간중간 설명 없이 장소가 바뀌거나 해서 두 번 읽게 만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건 제가 일어 해석 능력이 떨어지는 건가 했으나 아마존 리뷰 보니까 제 탓은 아닌 듯. 이건 번역되면서 고쳐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예를 들어보고 싶은데 다시 읽기도 귀찮고.. 적당히 찾은 대목을 직역으로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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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예감이 관계없는 사항까지 파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안도도 또한 그 자신을 다양하게 증식시키는 것 같다. 밤에 샤르르의 무사를 알리는 전화를 받으면서, 난, 그리고 아마도 바리스타도, 근거 없는 안도에 지배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경솔하고 낙관적인 예상에서 생긴 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옛 상처의 고통을 넘어,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바라는 마음의 움직임이었음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후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운명이, 사전에, 튄 그림물감처럼 일상의 이곳저곳을 더럽히고 있었던 단편을, 놓치고 말았다고 해도 나는, 과실이나 오산 등이 아니라 그것을 비극이라 부르고 싶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이 내린 판단이 옳았던 것을 믿을 수 없게 되니까.
(후반이 뭔 소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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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후반의 연애 사정이 없었으면 2권을 읽을 마음도 들지 않았을 정도. 뭐 연애 사정이 나왔어도 굳이 2권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빌릴 기회가 있으면 읽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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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거 처음 나왔을때 비블리아의 아류작같은 제목이라 신경쓰이긴 했지만 “아류작인게 무슨 상관인가? 재미만 있다면 장땡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1권을 보았습니다.
비블리아는 재미있었는데 이 작품은 1권을 보니까 다음권을 살 마음이 전혀 안 나더라구요.;;

옮겨적으신 문장은 전반부도 뭔 소린지…-_-;; 번역하는 분이 번역하느라 머리가 빠졌을 거 같은 작품이네요. ^^;; 좀 궁금했는데 삼끼님 글 보고 나니 쌈박하게 궁금증이 사라졌숴요;;

전 잘 모르겠는데 번역하신 분이 무척 유명하신분인가 봐요.. 아마 엄청 순화되어서 나오지 않았을런지. 그래서 국내 평가가 그나마 낫나 생각해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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