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병아리와 커피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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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북오프의 일본 서적 코너가 줄어듦에 따라, 이제 조금이라도 끌리는 책은 그냥 사야겠다- 싶어서 집어든 책입니다. 오가와 요코가 Domani(무슨 뜻?)이라는 여성지에 연재했던 수필 모음으로, 한 편당 5페이지네요.

카와카미 히로미나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은 좋아합니다. 오가와 요코도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소개되는 작품은 꼬박꼬박 읽을 정도로는 체크하는 작가인데 이 수필집은 초반부는 좀 거북하더라구요. 테마가 주로 ‘노동’에 관련된 이야기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꿈을 포기하고 가정을 위해 애쓴 어머니/할머니들이라든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요리 강사라든가, 그런 모습이 멋지다! 라는 묘사는 좀 고전적인, 다르게 말하면 약간은 구시대적인 관점 아닌가 싶었거든요. 잡지를 검색해보니 30대를 위한 잡지 같은데 으음?

그래서 중간에 편집부의 입김이 들어갔는지는 몰라도 중반부터는 본인이 키우는 개 이야기라든가, 아들이 출가를 하고 나니 반찬 차리기 귀찮아져서 자동으로 다이어트가 된다느니, 구두에 대한 고찰이라든가, 서랍 구석에서 나오는 잡동사니에 대해서라든가 하는 식으로. 특히 ‘컬러 병아리’라는 게 대체 뭔가 했는데, 옛날 일본에서는 신사 같은 데에서 온갖 색으로 염색한 병아리를 팔았다고 합니다. 꽤 예전 일이라 지금 젊은 세대는 모른다고 써 있는데, 음, 병아리를 염색하다니 뭔가 동물 보호 단체에서 들으면 거품을 물 것 같은…^^;

오가와 요코의 작품은 크게 초기의 페티시즘/박사가 사랑한 수식~ 이후의 고요한 치유물로 나뉘지 않나 생각하는데, 수필은 그냥 전반적으로 잔잔한 분위기. 하지만 카와카미상이 고즈넉하다면 이 쪽은 그저 고요할 뿐인지라 읽으면서도 뭔가 심심하니 맹맛이군! 싶었습니다. 이후에 이 작가 수필이 보이면 글쎄? 또 사려나요? 살 거 없음 집어들지도… 하지만 그리 막 찾아다니고 싶지는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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