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레벨 2」인 나는, 교실 안에서 마치 어두운 전구 같은 존재였다. 길고양이 같은 눈을 한 미소녀 모모세 요우가 내 여자친구가 될 때까지는-. 그러나 그 뒤에는, 나에게 있어 너무 잔혹한 사정이 있었다.
「이런 괴로운 감정은, 처음부터 모르는 게 나았어……!」
연애가 가진 안타까움 전부가 담긴 신선한 연애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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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신인, 나카타 에이이치의 데뷔작인 ‘모모세, 이 쪽을 봐’를 포함한 4편의 단편이 담긴 책입니다. ‘모모세, 이 쪽을 봐’는 원래 I LOVE YOU라는 이름의 앤솔로지에 실린 단편이었고, 이 앤솔로지는 라이센스판이 들어왔습니다(소설가 소개에는 ‘시라세, 이 쪽을 봐’라고 해 놓고 소설 본문은 모모세, 나를 봐’로 해놓다니;;; ㅡ_ㅡ;;;).
물론 전에 말했듯 이 나카타 에이이치는 오츠이치의 또다른 필명이죠. 전에 읽은 ‘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이 두번째 단편집. 저는 이 모모세~쪽이 더 마음에 들었네요. 이번 단편도 기본적으로는 청춘 연애물에, 후반에 약간의 반전을 더한 형식입니다.
1. 모모세, 이 쪽을 봐
교실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성적 외모 운동 평균 이하, 사교성 5세 아동 수준의 인간 레벨 2’인 고 1 주인공은, 어릴 적 자신을 구해준 은인인 소꿉친구 형의 삼각관계에 얽히게 됩니다.
소꿉친구 형은 유명한 미인과 사귀고 있지만 한편으로 모모세 요우라는 1학년과도 몇 번 만났는데, 여자친구가 의심하기 시작했으니 모모세와 서로 연인인 척 해줄 수 없겠느냐는 것.
모모세와 연인 행세를 하게 된 주인공은 점차 모모세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고, 한편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형의 여자친구를 대한 죄의식에 시달리게 되는데…
어찌 보면 ‘기치죠지의 아사히나 군’과 비슷한 구도입니다. 그래도 순수한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라 그런가? 시점이 무척 순수해서.. 순수하다;;;
2. 물가
고 1인 주인공은 등교거부중인 초 6 남학생 코타로의 가정교사 알바를 시작하게 됩니다. 티격태격하면서 유대감을 쌓아가고 있던 어느날, 하교중 코타로가 바다 한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구출하러 뛰어들어갑니다. 그리고는 본인이 물에 빠져서 식물 인간이 되었다가 5년 후 의식을 회복한다는 데에서 이야기가 시작.
5년 동안 성장해서 자신을 추월해버린 코타로. 지난 5년 동안 매일매일 찾아왔다는 그는 호청년(청년? 고딩인데?)으로 성장했고, 둘 사이는 더 이상 단순한 옛 가정교사와 제자 관계가 아니게 되는데….
여담이지만 코타로란 이름, 어릴 땐 귀여워서 좋은데 성인이 되면 어떤 느낌일지 늘 궁금하더라구요. 코타로라든가, 쇼타라든가. 어릴 때만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
3. 양배추밭에 그의 목소리
여고생인 주인공은, 삼촌의 부탁으로 인터뷰 녹음을 텍스트로 옮기는 알바를 하던 중, 어느 추리 소설 작가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국어 선생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됩니다. 학교의 다른 누구도 모르는 선생님의 비밀을 알고 있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선생에게 있어서 자신은 학생의 한 명이라고 되뇌이는 소녀 마음.
4. 코우메가 통한다
제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자신의 (예쁜) 외모 때문에 중학생 때 동성친구에게 버림받고, 못생기게 변장을 했더니 그 전에는 친절했던 남자들이 바로 태도가 변하는 것을 보고 인간 불신증+외모 컴플렉스에 걸려 고등학생이 된 후는 일부러 못생기게 화장을 하고 등교하는 주인공.
우연하게 클래스메이트인 야마모토에게 맨얼굴을 보이게 되고, 그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여동생이라고 둘러댑니다. 여동생을 만나게 해달라고 조르는 야마모토에게 ‘수학 시험 점수를 올리면’이라는 조건을 대는데, 뜻밖에 진지하게 대하는 야마모토를 보고 점점 호감을 갖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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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치죠지의 아사히나 군’에 비해, 이 쪽은 화자가 전부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청춘! 연애! 세상의 때 같은 건 하나도 안 묻었습니다. 두번째 단편인 물가는 둘 사이의 만담도 들어간데다, 5년 전엔 귀여웠던(?) 코타로가 5년 동안 주인공만 바라보고 살아온 데다 지금은 멋지게 성장했습니다! 라는 상황이라 달달함은 제일 높지 않았나 싶어요. 가장 마음에 든 단편이었습니다.
양배추밭은 학교 선생님을 사모하는 학생의 심정이 잘 그려져서, 어릴 때 그런 적이 있는 분들은 읽으면서 공감하지 않으시려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ㅎㅎ
첫번째 단편은, 아, 좋아하면 안 되는데.. 라는 주인공의 심정이 공감갔고, 코우메는 저 둔감남이 대체 언제나 눈치챌까 하면서 넘기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원래 러브코메류는 좋아하지 않는데 이 단편집은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 코메디라든가 하렘류가 아니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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