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텀 차일드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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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의 미소년이면서 모친에게 유기된 과거를 가진, “범죄자의 유전자”에 심취한 하루노. 아버지가 애호하는 애니메 캐릭터의 실체화로서 만들어진 소녀 레이. 유전자조작을 거부하는 양친을 가진 “유전자 빈곤” 키요타―16세의 여름에 만난 3명은, 서로 반발하고 상처입히면서도 둘도 없는 우정을 쌓아간다.
유전자공학이 발전해, 아이들의 용모의 “디자인”이 가능해진 가상현대를 무대로, 사회에 의해 일그러진 소년소녀의 굴절이나 우정을 그린, 작가 혼신의 청춘 스토리.

카베이 유카코의 작품입니다. 미디어웍스 문고 창간 라인업으로, 0004번이네요.

원래 카베이 유카코 작품에는, 키리로 상을 받기 전에 전격문고에 단편으로 응모했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 쪽은 전격hp에 실렸고, 이후 각색해서 전격문고 ‘커스텀 차일드’로 발간되었지요.
유전자 공학이 발달된 가상현대에서, 연구실에서 탈출한 소녀와, 세상을 서툴게 살아가는 청년이 만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간의 카베이 유카코 작품에서 많이 보이던 플롯입니다만, 내용 전개가 정말로 모 영화(영화 이름 밝히는 것만으로도 네타바레가 될 정도로)를 연상시켜서 저는 별로였네요.

1953년 DNA의 이중나선이 밝혀지고 나서, 1960년에 유전적 요인에 의한 질환을 수정란 단계에서 진단 치료할 수 있게 되고, 1970년대 형질발현 유전자가 전부 밝혀지고, 1980년대부터 유전자 조작을 받은 신생아가 태어나게 되었다는 설정의, 가상 현대 일본입니다.
미디어웍스판의 스토리는 2011년 여름부터 2012년 골든 위크까지의 이야기. (참고로 책 자체는 2009년 12월 16일 초판발행입니다;)

전격문고판과 같은 세계관에, 시간축도 비슷합니다. 전격문고판에 나왔던 인물이 엑스트라로 출연하거나, 같은 장소가 나오거나 합니다. 뭐 전격문고판을 안 읽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만.
부모가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유전자조작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키요타 히사히토. 설정했던 성격이 발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반품’당한 하루노 린타로. 오타쿠 아버지에 의해 만들어진 후유카미 레이. 이 세 명이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유전자 조작을 받지 않아서, 조작을 받은 또래에 비해 외모나 학업 등 기본적인 스타트라인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정하면 뭔가 패배하는 거 같아서, 한결같이 노력하는 곧바른 성격의 소유자 키요타.
그런 키요타의 피해의식에 젖은 자의식과 그럼에도 굴하지는 않는 자세를 짜증스러워하면서도 속으로는 동경하고 있는 린타로. 린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과거 때문에 뭔가 애착을 갖거나 노력을 할 수 없는 굴절된 성격을 가집니다(참고로 제 안에서의 캐릭터 보이스는 왠지 미야노 마모루).
그리고 만사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 후유카미 레이. 冬上レイ란 이름을 봤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외모랑 성격 묘사에서 어렵지 않게, 역사적이라는 부사가 붙을 정도로 유명한 모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었어요. 정말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면, 그 캐릭터쯤 되면 실제로 이런 아이를 만들 사람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비슷하게, 유전자 레벨에서 조작을 가했으니 자식이 자신의 이상에 걸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린타로 모친 같은 부모는 실재하죠).
이 소설에서는 목소리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반드시 목소리는 하야시바라 메구미여야 합니다 ㅡ_ㅡ+

하지만 유전자 공학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사회의 아웃사이더에 속하는 청소년들이 만나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점은 키리나 새장장, 전격문고판 커스텀 차일드와 일치하네요.

일단 청춘 소설이기는 합니다만, 뭔가 상쾌하거나 탐미적인 것이 일반적인 청춘소설이라고 한다면, 이 소설은 상당히 굴절되어 있어요. 카베이 유카코의 이야기는 애들 성격이야 어땠건 끝에 가서는 죽을 사람은 죽고 남은 사람은 나름대로 성장해서 살아간다- 라는 도식이 많았는데 이 소설의 결말은 상당히 찝찝하달까, 등장인물들이 앞으로도 굴절된 채 살아갈 거라는 여운을 남겨서 미묘했습니다. 그래서 부제도 ‘죄와 벌’인 듯. 이런 결말을 좋아하기는 하지만요..

엔드롤까지 앞으로, 도 그렇지만 카베이 유카코는 이런 유전자 관련의 소재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후기에서도, ‘커스텀 차일드 시리즈를 계속 쓰고 싶다’라고 밝히고 있고요(하지만 크로노X섹스X컴플렉스 3권 이후로 전격문고 계열에서 발을 뺀 거 같으니;;).
백혈구에서 유전자를 채취한다거나, 다윈즈 힐의 함정이라든가, 제법 이거저거 알아보고 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SF 소설을 별로 안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단지 진 푸어 진 내츄럴이라는 단어는 좀 어떤가 싶었는데, 특히 ジーンプア라는 단어를 보고 이게 뭔가 한참 생각했습니다. 진 내츄럴은 ジーン・ナチュラル로 썼으면서!!


하여간, 전격문고판에 비해 이쪽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첫번째 사건의 우연성만 조금 아쉬웠지만요. 카베이 유카코는 현재 일반 문예에서만 활동하는 거 같던데, 기회가 되면 그 쪽도 구해읽어야겠어요. 문예쪽 작품이건 커스텀 차일드건 이제 한국에 들어올 거 같지도 않고;;

P.S 1: 그러고보니 나 에바 TV판 5화부터 안 봤다… 극장판은 네 개 다 봤는데.
P.S 2: 그러고보니 나 키리 완결권 안 읽었다… 친구야 슬슬 좀 사렴.
P.S 3: 그러고보니 고등학교 입학할 당시, 같이 입학한 동기 중에 딱 레이의 헤어 스타일을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이였으나 과학고라는 배경 덕에 애니를 보는 사람이 많은 환경이었지요.. 선배들이 다들 ‘아야나미 레이다!’라고 외쳤습니다. 그 친구는 그 때 처음 아야나미 레이의 존재를 알았다는… (먼 눈)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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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라 말씀하심은 “블…”로 시작되는 영화인가요.
무슨 영화인지 전 연상을 하지 않고 그냥 죽 읽었던 거라…
전격문고 쪽은 좀 억지로 해피엔딩 만들어버린 느낌이 없지 않았지요.
미디어웍스문고 쪽은 굳이 라이트노블 주연령대라는 10대후반~20대초반에 맞출 필요가 없어서 확 질렀나(…) 보군요.
아리카와 히로가 “러브로맨스가 아닌 연애소설”을 쓰는 작가라면, 카베이 유카코는 “SF건 판타지건 근본적으론 청춘소설”을 쓰는 작가…겠군요.

[커스텀차일드]는 작가가 애착을 가진 세계관 같긴 했습니다.
…그걸로 각각 별도의 작품 3개를 쓸 정도니.
(하나는 투고작이었습니다만)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지는 조작된 운명이라는 부분에 끌리는 건지.
아니면 초기 작품이라 그런 건지.
유전자 쪽은 적어도 뭔가 날아다니는 자동차라거나 로봇이라거나 하는, “이것이 미래다!”스러운 묘사가 없어도 되는, 외형적으론 뭔가 두드러지는 변화가 없으면서도 사회적으로는 뭔가 확실히 달라진 ‘근미래’인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적인 SF인 셈일까요…?

p.s.
전 저 표지 보면서 “……저 아기는 뭔 죄여”란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미디어웍스문고 쪽에서도 실사사진 쓴 표지는 저것 뿐인 것 같은데…
전격hp 실린 단편 투고작은 예전에 보고 이 정도면 번역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손 떼고 있었군요.
전격문고판 [커스텀차일드]는 한국에서도 나올 만 했던 것 같은데 결국 안 나왔고…

p.s.2
그 친구분은 굉장히 당혹스러우셨겠군요. =ㅁ=;
사실 그 헤어스타일이 뭔가 그렇게 의도하지 않고도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아, 제가 생각했던 영화는 아xxx란 영화였어요.
생각해보니 시미즈 레이코의 카구야히메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군요.

전격hp 한 번 번역해보시는 거 어떠세요? 절 위해서…(맞는다)

그 친구는.. 제법 피부가 두꺼운 성격이라 살짝 황당해하고 넘어갔었던 거 같아쇼. 생각해보면 에바 나왔던 것도 참 옛날이네요;

앗 이거 재밌어 보이네요. 하지만 정발될 일은 없겠지요 ㅠㅠ

키리는 어서 마지막 권을 읽으시길 바랍니다…가슴이 찡한 좋은 마무리였어요.

네. 셤기간이었기도 했지만 재밌어서 평소보다 길게 썼네요.
키리는 친구가 좀처럼 안 사서.. 이제 와서 제가 사는 것도 뭣하니 말이죠.
한국정발이야 뭐 다른 미디어웍스 문고도 안 들어오니; 야마 정도는 들어오나 했는데 조용하네요. 미싱 안 팔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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