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껴요. 숨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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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시작에, 연애의 중반에, 연애의 끝에, 사람이 어떤 식으로 느끼고, 어떤 식으로 뒤틀리고, 어떤 식으로 해방되고,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어떤 식으로 머무르는지를, 이 단편들은 이야기한다. / 그곳에는 연애의 엑기스 같은 것이, 몇 방울이나 스며들어있다.
연애의 한복판에 있는 인간의 숨결이 들리는 명작 8편을, 카와카미 히로미가 독특한 관점에서 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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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와카미 히로미의 연애라는 것에 대해 뭔가 내 감성이랑은 엇갈리고 있다.. 라는 느낌을 받고는 있지만, 그래도 일단 눈에 띄어서 집어들긴 했는데, 역시나 잘 모르겠는 단편집이었습니다.
후기에도, 작가 본인도 연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써 놓긴 했습니다만 ^^;

구성은 이렇습니다.

1. 사카구치 안고. 벚나무 숲 만개 아래(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
2. 쿠루마타니 쵸키츠. 무사시마루
3. 노사카 아키유키. 꽃 순례
4. 요시모토 바나나. 도마뱀
5. 이토 히로미. 산뽕나무
6. Harlan Ellison. 소년과 개
7. 카와카미 히로미. 가여운
8. 후지에다 시즈오. 슬플 뿐


일단 첫번째 타자인 사카구치 안고. 오, 사카구치의 연애단편? 하고 펴들었습니다만… 나온 것이 벚나무 숲 만개 아래.
….
…….
…..;;;;;;;

이게 연애 단편이었음?;; 호러 아니었음?;;;
유명한 작품이니 줄거리 설명은 안 하겠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고서.. 반한 여자를 위해 온갖 나쁜 짓도 서슴치 않고 행하다 결국 질리는 남자의 이야기, 라고 생각하니 뭐 연애가 아닌 것도 아니더라구요(…)

무사시마루는 우리나라에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수상작품집’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없는 부부가 장수풍뎅이를 주워와서 무사시마루란 이름을 붙이고 애지중지 기른다는 이야기에요. 초반에 부동산 이야기가 나와서 뭥미 하며 읽었다가.. 장수풍뎅이에게 애정을 쏟는 건 알겠는데, 어디에 연애가?;;

노사카 아키유키는 ‘반딧불의 묘’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꽃 순례도, 한 남매가 전쟁을 겪으면서 겪는 비극과 애욕… 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남매가 함께 타락한다는 소재는 그럭저럭 좋아하는 편입니다.

도마뱀은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있는 단편. 사귀는 여자 ‘도마뱀’이 어릴 때 당한 트라우마와, 그것이 남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실은 남주도 비슷한 종류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결국 비슷한 두 명이 서로 지탱하며 앞을 보며 살아간다는, 요시모토 바나나다운 이야기입니다.

산뽕나무는 뽕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뱀에게 덮쳐진 소녀가, 그 후로 뱀 없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다는… 역시 애욕의 이야기.

할런 에리슨은 한국엔 소개 안 된 작가인 듯. 3차 대전이 벌어진 이후의 근미래. 여성은 중산계급과 함께 지하로 피신하고 하층 계급의 남자들만 남은 지상. 방사능으로 오염된 세상에서 이상적으로 높은 지능을 가지게 된 개와, 그 개와 함께 다니는 소년이 지하에서 올라온 소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SF 디스토피아물인가요..

가여운은 ‘빠지다’에 수록되어 있던 단편이네요. ‘빠지다’는 전체적으로 에로스에 대한 단편이 실린 책이었습니다만, 저랑은 안 맞아서 딱히 감상을 올리진 않았네요. 한국에 소개되어 있구요… 팔뚝을 흘러 떨어지는 수박즙, 이라는 첫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슬플 뿐은 오랜 투병 끝에 숨진 아내를 그리는 차분한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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