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 시’라는 가공의 도시를 배경으로, 네 명의 작가가 각자 중편을 쓴 것 중 ‘봄’입니다.
(책 날개의 설명에 의하면)’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스테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 전부 중편이고.. 대체적으로 네 작품 다 평이 좋지는 않은 듯.
자세하게는
봄 : 무절제한 사자 (無節操な死人, 구라치 준)
여름 : 여름에 지는 꽃 (夏に散る花, 아비코 타케마루)
가을 : 야미쿠모 A코와 우울한 형사 (闇雲A子と憂鬱刑事, 마야 유타카)
겨울 : 신기루에 손을 흔들다 (蜃気楼に手を振る, 아리스가와 아리스)
요렇게 네 작품이 나왔고, 나중에 네 편을 모아서 책 한 권으로 나왔다고 알고 있는데요, 저는 북오프에서 쿠라치 쥰 책 없나 찾아보다가 집어들었습니다.
쿠라치 쥰은 원래 모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작가라서요, 그래도 대표작인 네코마루 선배는 일상 미스테리 단편집 같아서 안 읽었고, 어쩌다 집어든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을 재미있게 읽어서(동기는 마음에 안 들지만) 이후 북오프 가면 뭐 없나 찾아보는 작가중 한 명입니다.
줄거리를 보자면..
봄이 되면 마호로 시에는 종종 강한 바람이 불곤 합니다. 한가한 대학생인 ‘나’는 밤새 바람이 불어댄 다음날 점심, 단골 카페의 부서진 문을 수리한 후 보답으로 공짜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보고 있던 TV에는, 번화가에 있는 백화점이 광고용으로 띄운 애드벌룬이 날아갔다는 둥 강풍에 의한 피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간을 죽이고 있자니 여자친구인 미나미가 카페에 찾아와서 유령치한을 만났다고 떠듭니다.
황당해하며 자세히 물어보니, 미나미는 어젯밤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밤을 세우고, 오늘 새벽 친구 카노코를 아파트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왠 남자의 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스치고 어깨에 올려져,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더니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라고 합니다. 황당한 이야기에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하고 있는데, 카노코에서 미나미에게 전화가 옵니다.
당황한 목소리에 나와 미나미는 카노코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카노코가 당황해하며 한 말에 의하면, 노래방에서 귀가한 오전 5시에 베란다의 화분을 체크하러 나가보니, 왠 남자가 베란다를 타고 집으로 들어오려 하기에 반사적으로 삽을 들고 남자의 배를 찔렀고, 자연귀결적으로 7층 베란다에서 남자가 떨어졌지만- 남자가 떨어져있어야 할 땅에는 피 한 방울도 없었다는 것.
셋이서 함께 아파트 주변을 수색하였으나 단서 하나 없고, 일단 신고는 했으나 도난품이나 시체 하나 없는 신고에 경찰도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납득은 할 수 없으나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만, 다음날 카노코의 집에 수사단이 와서 지문과 알리바이 조사 등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급변한 사태에 놀란 카노코와 나, 미나미, 그리고 주말을 맞아 놀러온 미나미의 남동생이 신문과 인터넷으로 알아본 바, 카노코의 방에서 나온 지문과 카노코가 증언한 얼굴로 미루어보건대 베란다에서 떨어진 남자는 이번에 강가에서 토막시체로 발견된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단, 사망 추정 시각은 그제 오후 11시에서 어제 오전 3시! 미나미와 카노코가 노래방에 있었던 시각입니다. 그럼, 피해자는 어떻게 오전 5시에 카노코의 방에 나타났다는 것일까요?
이후의 내용은 나와 미나미 커플이 단서를 가지고 하나하나 설을 만들고 부수는 것으로, 굳이 넣을 필요도 없는 걸 괜히 넣어서 단편을 중편으로 만들었다- 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사건 해결은 미나미의 남동생이 하게 되는데, 남동생의 목적은 ‘결국 살인 사건과 카노코 씨가 관계 없다는 것을 밝혀서 누나가 안심을 하면 된다는 거지?’라, 꽤 정황증거에 기초한 설을 세우더군요.
[#M_트릭||토막살인의 범인은, 시체운반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마침 바람에 날려온 애드벌룬에 피해자의 머리와 손을 매달았고, 그게 하필 카노코의 베란다와 미나미의 몸에 닿았다- 라는 결론이었습니다 ㅡ_ㅡ_M#]
‘짧게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를 바래서 그런 건지, 그 트릭.. 이랄까 증거가 마음에 안 들었네요, 현실성도 없어보이고… 그냥 한 번 읽고 슥 도로 팔아야할….
3 Comments
Add Yours →하필 이걸 읽으신 겁니까.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도 초기에는 일상 미스터리가 아니었습니다. 강력 범죄를 해결하는 <日曜の夜は出たくない>나 <過ぎ行く風はみどり色>를 읽어보세요.
하지만 쿠라치 쥰의 백미는 역시 일상 미스터리…
그 두 권은 전부터 노리고 있는데 한번도 북오프에 뜨질 않더라구요 ㅠ_ㅠ
요놈은 북오프에 되팔려 생각하고 있는데 언제 기회되면 드릴까요?
1. 거리만 가까우면 빌려드릴 텐데 말입니다. 왕복 택배비는 책 한 권 값이라 메리트가 없고.
2. 아니요, 소장 중입니다. 앤솔로지 두 권 빼고는 컴플리트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