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나하, 국제시장

그동안 바빠서 포스팅을 할 겨를이 없었군요(응?). 3박 4일 동안 오키나와에 다녀왔습니다.
이게 저의 첫번째 일본 여행. 지금까지 ‘나 한 번도 일본 안 가봤음 ㅋㅋㅋ’ 하면 다들 깜놀했는데, 이제는 ‘나 첫 일본가는 게 오키나와임 ㅋㅋ’ 이라면 다들 왜? 라고 하는 상황.
..실은 같이 간 친구가 동남아로 가고 싶어했는데, 여행 결정된 시점에서 비행기표가 싸게 나온 게 오키나와 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유. 티몬에 떠 있길래. 홋카이도랑 큐슈는 친구가 방사선 싫다고 거부했음..

흔한 기내 사진.

인천에서 2시간 반 거리라 슉 하고 다녀왔습니다만, 입국절차가 성가신 편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성가시더라구요. 지금까지 입국절차를 한 번 슥 쳐다보고 마는 파리에서 받아본 게 전부인 몸으로서는 너무 차이가 느껴지더라는 ㅡ_ㅡ 출입국 신고서도 처음 써 봤구요.

출입국 신고서하니, 기내에서 스튜어디스가 신고서 뿌리고 다닐 때, 제가 일본 문고본(오츠이치의 ‘미처 죽지 못한 파랑’이었음)을 읽고 있는 것을 보더니
스튜어디스 : 日本の方ですか?
삼끼 : …(잠자코 고개를 도리도리)
(약 2초간 정적)
친구 : 아, 둘 다 한국인이에요
(스튜어디스, 그냥 가 버림)
친구 : 뭐라고 한 거야?
삼끼 : 일본인이냐고..

..그런데 이 언니, 한국인이라고 했는데 그냥 가 버렸;; 다른 사람들에게는 주길래 일본인 입국용 세관 신고서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인용 출입국 신고서였음. 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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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오키나와 시내에 도착하니 물론 열대 기후. 비도 보슬보슬 내리고 있더라구요. 현지인들은 쿨하게 맞고 다니고 관광객들은 우산 들고 다니고. 외투는 필요없이 긴팔티만 입고 술렁술렁 다니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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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꽃, 히비스커스. 첨 봤음. 친구는 무궁화인줄 암...
시내로 들어가는 모노레일 '유이레일'

오키나와현의 중심인 나하시에 있는 호텔에 잡았는데, 저희는 국제시장에서 한 정거장 더 떨어진 ‘Best Western Tokyo Naha Inn’에 잡았습니다. 제일 싼 것 같기도 했고, 국제시장에서 한 정거장 떨어졌다고는 해도 워낙 유이레일 사이의 역간격이 좁아서요. 호텔은 아사토역에서 내리면 바로 나오는지라 슈트케이스 끌고 오래 안 간다는 게 오히려 나을 거 같아서 이리 잡았습니다. Wi-Fi 무료, 주차비는 1일에 500엔입니다.
아사토역에서 국제시장이 시작되는 마키시역까지는 도보… 몇 분 수준입니다.
첫째날 둘째날은 어차피 유이레일만 타고 다닐거라 2일권 끊었고요. 48시간으로 계산하더군요.

체크인은 3시부터라, 12시에 짐만 맡기고 향한 곳은 국제거리.
사실 나하시에 머물렀던 첫째날은 그다지 이국에 온 것 같지 않았습니다. 물론 류큐인들이 생김새가 좀 다르긴 하지만, 언어도 위화감이 없고(;;;), 국제거리도 그냥 일반 관광지에 있는 거리랑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싶었거든요. 다음날 밤에 오니까 차라리 번쩍번쩍해서 예쁘긴 했지만.

어쨌든 국제거리 사진은 딱히 찍은 게 없습니다(;;).
이 날은, 국제거리 중간에 있는 미츠코시 백화점 1층에 해로즈가 있다는 사전정보를 얻어서 들러주고(어이),
국제거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ジュンク堂書店라는 대형서점에서 ‘코믹 괴’를 사면 교고쿠도 북커버를 준다는 정보를 마치님이 알려주셔서 찾아갔으나, 그 북커버라는 게 종이 한 장이라 즐하고는 요네자와 호노부 신간 ‘리커시블’, 비블리아 4권, 신서판용 북커버를 사 왔네요. 이 때 영국 마더 구스 이야기 4권도 사오려 했는데 3권까지밖에 없어… 아아 비인기시리즈의 서러움이란 OTL

참고로, 이 시기의 일본에 왔으면 스타벅스 사쿠라 시리즈를 사야지! 했으나 제가 노린 텀블러는 매진.. OTL 총 5군데의 스타벅스를 들렀으나 전부 없었습니다; (흑)

이 날 획득한 것.

다음은 슈리성으로 향했습니다. 류큐 왕국 시절의 성으로 세계 유산이라네요.
슈리성을 향해 올라가는 길.
중간에 있는 호수에 있던 아이들. 뭔 새일까요...

사실 모노레일역인 슈리역에서 슈리성까지 도보로 20분 가량 걸립니다만, 동행하는 친구도 저도 날씨만 좋으면 하염없이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족속이라 그냥 걸어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식 입구가 아닌 중간 출입구(?)로 입장했는데요, 슈리성 관광안내소에서 주는 성내지도를 보면 30, 60, 90분용 권장 코스가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포인트에서 도장을 찍게 되어 있는데 15개 이상 찍어온 어린이에게는 기념 실을 준다고.
실이야 못 받겠지만 도장은 찍어야겠는데 중간에 입장해서 처음에는 지도 없이 여행 기록용 수첩에다 쾅쾅 찍다가 중간에 지도를 겟한 후 양쪽에 찍으면서 보고 다녔습니다. …지도가 금새 너덜거려져서 그날 밤 바로 버리긴 했습니다만(..)

빨간 건물(궁) 안은 입장료 800엔. 전에 가신 지인 말마따나 참으로 애매한 가격이었습니다만 어차피 거기까지 가서 크게 할 일도 없어서 입장했습니다. 안은 왕족들이 쓴 물건 전시라든가 이런저런 것들이 놓여져있었는데 음, 애매.

슈리성 관광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아시비우나. 슈리성 들어오는 길에 마침 발견을 했겠다, 가이드북에 나왔겠다, 입구가 예뻐서 들어갔는데 이곳은 식당이라기보다 이자카야 개념이랄까. 명물이라는 오징어먹물 야키소바 외에 식사가 될만한 건 없고 다 술안주나 에피타이저에 가깝더라구요.

실외에서 정원을 바라보면서 먹었다는.

야키소바는 딱히 오키나와의 명물은 아니니까, 그 외에는 오키나와의 향토 요리라고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것들을 세 개 시켰습니다.
야마부도(바다 포도). 포도를 닮아 저런 이름이 붙은 해초입니다.
고야 챤푸르(고야 볶음)와 오른쪽에 지마미 두부.

야마부도와 지마미도후는 굳이 이 때 안 먹어도 되었을 것이 이후 가정식 백반 먹을 때마다 반찬으로 올라오더라구요. 고야 챤푸르는… 트위터의 오키나와 관광 계정 프로필이 고야 사진이듯, 오키나와에서 많이 먹는 야채라고는 하는데 맛과 식감과 생김새가 참으로 애매;;; 오이와 호박을 섞어놓은 듯한 외모인데 좀 딱딱하달까 서걱거린달까. 그닥 맛있지는 않았네요.

호텔로 돌아온 후에, 호텔 맞은 편에 있는 마트에서 마실 물과 간식거리를 사왔습니다. 위의 사진에 있는 트와이닝은 이 때 집어왔네요. 프린스 오브 웨일즈랑 차이는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품목이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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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주차장에 있던 고양이들. 샴인데 설마 길냥이는 아니겟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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