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시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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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은 번역가 요시노 사토루는 고학생 시절에 하숙했던 진보초의 고서점 ‘나미다테이’의 이층에서 수수께끼의 미인 시로이 사바쿠를 만난다. 빼어난 미모와 어딘가 현실감 없어 보이는 묘한 분위기를 가진 사바쿠! 그녀는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하는 ‘대출 광고’에 넘어가 결국 다중 채무자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데 사토루도 대학 강사와 번역가라는 그럴싸한 직함과 명품으로 치장했을 뿐 실상은 빚에 허덕이는 채무자. 그러다 사바쿠가 사토루에게 자신의 빚을 떠넘기려 하면서 비극의 막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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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소문없이(아마?) 여름에 발간된 사쿠라바 카즈키의 신작입니다.
사쿠라바 카즈키가 사회파 추리소설을 쓰려고 하면 이렇게 된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달까요? 내용은 소개글에 있는대로, 사채에 허덕이던 남녀가 만나서 벌어지는 비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 남녀가 보여주는 관계는, 사쿠라바 작품답게 육체적으로는 끈적거리기는 합니다만.. 감정 묘사도 끈적거리기는 합니다만.. 그래서 뭐? 싶었어요. 프롤로그의 시점을 가지고 장난치는 게 있긴 했지만, 그 외에는 딱히 추리요소도 없고 반전도 없고.
서로 성향도 다르고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지 않나, 싶긴 하지만.. 같은 사채로 인한 살인을 그렸던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랑 내내 비교되어서 혼났어요 ㅡ_ㅡ;

하기사 원래부터 사쿠라바 카즈키에게 추리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만. 감정 묘사도, 이번엔 다들 제 얘기만 하고 상대에 대한 감정이라든가 하는 것은 거의 없어서… 몸을 섞을 뿐이지 상대방을 보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몸을 섞은 상대가 둘 다 채무자였다는 거죠. 읽고서 허무했네요. 아님 그걸 노린 건가?
고서점 주인의 입을 빌려 나름 소비자 금융이니 사채에 대한 이야기니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왠지 헛도는 느낌입니다.

번역도, 번역하시는 분이 장르문학 보다는 다른 자기계발서라거나 인문자연쪽? 을 담당하시는 분 같던데, 일어 원본의 쉼표를 그대로 다 옮겨놔서 읽는 내내 불편했네요. 일어야 원래 띄어쓰기가 없기도 해서 쉼표가 꽤 많이 들어가는 언어지만 그걸 한국어로 옮길 땐 알아서 좀 없애야 하는 거 아닌지. 일어 직역투에 찌든 제가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면…


꽤 맘에 들었던 나나카마도 이후에는, 후세, 도덕, 제철천사 등.. 전부 기대를 저버리는 작품 뿐이라 앞으로 이 작가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 중. 하지만 아직 사 두고 안 읽은 책이 두 권 남아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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