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위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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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 적도 없는 경을 읊고, 간 적도 없는 토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들. 오래된 우물 바닥에 사는 수수께끼의 여자.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폐수를 흘리는 공장. 신원불명의 소녀에게 제자가 되기를 부탁받은 석공. 산에 사는 오니를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아버지를 잃은 소녀와, 사람이 머리에 떠올리는 것을 갖고 오는 기묘한 새. 태어날 때부터 귀가 나쁜 어머니가 매혹된, 죽음의 순간에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 부모와 아이의 인연을 그린, 그립고도 환상적인 야마시로 아사코의 괴담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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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지 ‘유’로 데뷔해, 신인답지 않은 필력으로 주목을 받은 야마시로 아사코의 첫 단행본.
….이라는 게 책이 막 나왔을 때의 이야기고, 이제는 이 작가가 오츠이치라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지요. 이 문고본 해설에서도 마찬가지로 오츠이치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오츠이치는 최근(?) 발매한 상자정원 도서관을 제외하고는, 이제는 대부분의 작품을 이 야마시로 아사코와 나카타 에이이치의 두 명의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치유 청춘물이 나카타 에이이치, 괴담같은 환상 문학 쪽을 야마시로 아사코로.. 라고 사전에 들어버린지라, 사실 이 단편집에 대해서도 제법 선입관을 갖고 대해버렸네요. 해설에 나오는 작가의 말은 오히려 ‘오츠이치 라는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쓰고 싶은 것을 써서 좋았다’라고 되어있던데, 씁.

참고로 나카타 에이이치는 한 작품이 국내 소개되어 있고, 야마시로 아사코는 이것말고도 단편집이 한 권 더 나왔습니다. 그 쪽은 하드커버라 나중에 문고본 나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잡지에 연재되었던 여섯 개의 단편에 새로이 한 편을 써서 책으로 엮었네요. 각 단편의 줄거리는 소개글에 한 마디씩 나와있으니 저는 설명하지 않기로 하고(솔직히 귀찮..).
제 개인은 GOTH나 암흑동화 같은, 그로테스크함이 살짝 섞인 환상물을 기대했는데 별로 그렇진 않더라구요. 닿는 생물을 전부 황금으로 바꿔버린다는 ‘황금공장’이 약간 그로테스크하다면 그로테스크하달까. 우물 이야기도 그렇고.
오히려 마지막의 두 단편이 좀 치유계스러워서 최종 감상은 치유 요소가 들어간 환상단편집? 하지만 뭔가 1.5% 쯤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뭘까요. 으으음… 악의가 그려진 단편이 적었기 때문이려나. 인간보다 자연의 악의가 더 으스스하던데요, 전. 환상문학에 꼭 악의가 나오라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 읽은 환상단편집이라면 저는 아사노 아츠코의 누바타마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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