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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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니시이즈의 작은 마을은, 바다도 산도 사람도 쇠퇴해버렸다. 실가에 돌아온 나는, 작은 꿈과 고향에의 생각을 가슴에, 좋아하는 빙수 가게를 시작하기로 한다. 소중한 사람을 막 잃은 하지메짱과 함께…. 자신답게 사는 길을 찾는 여자아이들의 여름. 판화가 나카 보쿠넨의 삽화 26점을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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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 책이 19권- 목록 클릭
그녀의 작품은 좋든 나쁘든, 비슷한 주제가 반복되는 일이 많아서(그런데 작품 수는 많고;), 그만 질려버려서 반년 간 안 읽고 버티다가 최근에 집었습니다.

미대에서 무대예술을 전공한 ‘나’는, 우연히 찾아간 남쪽 섬의 한 빙수가게에서 자신이 평생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찾습니다. 처음에는 그 남쪽 섬이 그저 아름답고 신비해서 이런 곳에서 살아야지- 라고만 생각했는데, 결국 평생 지내게 될 곳은 자신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향이라는 것을 깨닫지요.
그리고 고향인 니시이즈의 한 해변가에 작은 빙수가게를 차립니다. 빙수가게를 차리면서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작중에는 크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신에 주인공을 괴롭게 하는 것은, 관광객이 줄면서 점차 줄어가고 있는 자신의 고향.

그 와중에, 어머니의 친구 딸인 하지메짱을 여름 동안 맡게 됩니다. 하지메는 외할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유산 문제로 친척들끼리 싸우는 상황에 휘말리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게 되어 한동안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쉬고 싶다는 것.
혼자 있는 게 편한 주인공이었지만, 인생에서 이런 작은 사건이 어떤 행복으로 이어질지 누가 알겠니- 라는 어머니의 설득에 못 이겨 하지메짱과 함께 살게 됩니다.

그리고 이 둘이 함께 조용히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딱히 눈에 띄는 갈등이나 대단한 에피소드가 없이, 주인공의 1인칭 서술로 진행됩니다.

얼핏 보면 다른 요시모토 작들과 비슷한 플롯입니다만,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면 ‘육친과의 사별’을 가진 쪽인 하지메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 다른 작품들은 주로 주인공이 육친과의 사별을 견디고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를 그리고 있으니까요.
대신 주인공이 아파하는 것은 ‘쇠퇴해가는 고향’입니다. 처음에는 주로 경제적인 쇠퇴를 그리고 있던 것이, 어느 샌가 ‘생물의 숫자가 적어지기 시작한 고향 바다’로 초점이 옮겨지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생물이 있는 바다를 즐기는 도시 출신 하지메를 바라보면서, 좀 더 생명이 넘치는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든가 생각하는 주인공.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대부분 자연에서 치유의 힘을 얻는다는 게 많고, 그 자연으로 가장 많이 나온 게 ‘바다’죠. ‘할머니와 함께 보낸 산’이라든가 ‘식물’ 같은 것도 있지만요(어느 작품인지 까먹었다… 왕국이었던가?)

그래서 평소랑 조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네- 오컬트는 안 나오나 보다- 하고 읽었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끝에서 약간, ‘자연의 정령의 모습을 본딴 인형’ 이란 게 등장하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네요 ^^


결국 제가 요시모토 바나나를 계속 읽는 가장 큰 이유가 바다에 대한 묘사가 마음에 든다는 거니까. 특히 이 작품의 경우 하지메가 여름을 틈타 찾아왔다는 것도 있어서, 이번 여름 휴가엔 바다에 가고 싶다- 란 생각이 강하게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좀 있다가 더 더워지면 요시모토의 다른 작품들도 꺼내야겠어요 ^^



p.s : 이 사람 소설 안 읽은 거 15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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