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노 아츠코 – 누바타마(범부채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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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산에 들어간 채, 돌아오지 않게 된 사람이―. 직장도 가족도 잃고, 절망한 채 산을 헤매이는 남자가 본 무서운 환영. 소녀 시절에 사랑한 소년을 산에 잃은 여자의, 처절한 복수. 산에서 본 무시무시한 광경이 미치게 한, 소꿉친구 세 명의 운명. 죽은 자의 모습이 보이는 남녀의, 신비한 만남. 어둠과 빛, 생과 사, 공포와 도취가 뒤섞인, 네 개의 환상적인 이야기.

아사노 아츠코의 환상기담집입니다.
총 네 편의 환상단편에, 에필로그 한 개를 붙여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배경이 된 산은, 특정 지명은 나와있지 않지만, 군데군데의 묘사의 일치와, 등장인물의 사투리를 봐서는 동일한 산인 거 같아요. 처음보는 사투리인데, 작가가 오카야마현 출신인 것도 있고.. 아마존 리뷰에도 아마 오카야마 사투리 같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아사노 아츠코의 기담집이라면, 국내에도 소개된 ‘기담 열두 가지의 거짓, 열두 가지의 진실’이 있는데요, 이 쪽은 중세 유럽(?)의 한 왕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물론 크로스로 현대 일본도 나오지만- 뭔가 기담집이라기보다 잔혹동화 같다는 느낌이었다면,
이 ‘누바타마’는 일본의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달까.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이렇게 뚜렷하게는 아니지만, 뭔가 산에 홀리는 감각은 살짝 이해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그 밖에도, 산에 대한 이런 묘사가 좋았다던가 >.<


문득, 울림을 들었다. 소박한 타악기 같은, 단조하고 단조해서야말로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한참동안 귀로 들은 적이 없다. 이미 예전에 잊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잊어버렸을 터인 소리가 선명히 되살아나, 울린다.
대나무 소리다. 죽림 안에서밖에 들을 수 없는 소리다. 그것도, 바람 부는 날에.
바람이 불고, 대나무가 휜다. 휜 대나무가 더욱이 바람에 조롱받아 서로 부딪힌다. 마치, 한 그루, 한 그루가 싸울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서로 부딪힌다. 그리고 우는 것이다.
탁, 탁, 탁.
하지만, 그 소리에는 전투의 용맹함도, 격렬함도 없고, 그저 쓸쓸할 정도로 맑고, 장례식의 노래 같아서…….
바람 부는 날에, 죽림 속에 머무른 적이 있나요. 머리 위에서 울리는 그 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요. 대나무가 울린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환상기담집은 좋아하는 부류인지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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