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적(魔的) Magical Words behin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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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드문 울림인가/소리는 들리지만, 말은 들리지 않는다――이야기가 사라지고, 그곳에 남은, 아플 정도로 순수한 말들. 모리 히로시, 유일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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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중에 소설, 수필은 읽지만 시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희곡도 마찬가지.
특히 시 같은 경우는,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더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달까.
그것이 외국어가 되어버리면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모리 히로시의 시니컬하고 허무한 감성이 의외로 그럭저럭 맞아서, 마침 유일한 시집이란 게 있길래 집어봤습니다만….

공학교수가 쓰는 시 ㄷㄷㄷㄷㄷㄷㄷ

예를 몇 개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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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시적대단함(私的詩的素敵(;;))

홍수의 밤에는 안성맞춤인 스텝
거의없는 키스가 바람에 춤춘다
던져버린 키스가 꿈에서 기다린다
건널목에 남은 하이힐
얼어붙은 시네마 신
고독한 나의 서스펜션
녹기 시작한 키스를 되풀이한다
가둬버린 키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 움직이지 않아
고독한 나의 서스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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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메이커의 분해능

담배는 운 나쁘게 떨어져있었다
그에게서 받은 하이라이트의 매움을 순간 떠올려
긴 긴 나선계단을 언제까지나
어디까지나 계속 올라가는 기분
불안
방정식의 정답은 부정(不定)
순환
회전
변환
소거
분해
무한
발산
그리고, 사라져버린 기억
더욱이, 정해지지 않는 수
하지만, 정해지지 않는 식(式)
그래서, 정해지지 않는 이별
보글보글 소리를 내기 시작한 커피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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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각각 세번째, 두번째 실린 시였습니다.

…뭔소리래 OTLlll

그나마 시집이라서 휘릭휘릭 넘길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뒤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다가 낯익은 시(?)도 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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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가주길 원해

언제나 다니는 길이라도
다른 곳을 밟으며 걸을 수 있다
언제나 다니는 길이라해도
경치는 같지 않다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건가?
그것만으로는, 불만인가?

헤드라이트를 킨다
차는 둘을 주차장에서 데려간다

어디서부터라도 좋아
어디로라도 좋아
분명
데려가주길 원한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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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크롤러에서 나온 독백이죠. 약간 바꾸긴 했는데.. 제가 워낙 스카이 크롤러는 좋아하는지라 ^^
하여간, 동화책이라든가 사진집이라든가 이것저것 내놓은 작가의 유일한 시집. 하지만 저는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 한 권이었습니다…


에쿠니 카오리 시집도 사둔 거 있는데, 그것도 읽어야하는데/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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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폰으로 S&M이라고 쓰면 &뒤를 짤라먹네요;; 새벽에 잠깐 잠깨서 확인하다 리플 짤라먹은거 확인하고 완전히 깨서 컴퓨터 키고 확인합니다 ㅠㅠㅠㅠ 으으.. 사실 저 다쟈레이야긴 안하고 그냥 S&M 시리즈에 시적사적잭이라는 제목도 있어요~ 한게 다였어서 ㅋㅋ;;;
폰으로는 수정이 안떠서 컴으로 수정누르면 뒷부분 남아있나 했는데 그건 아니네요;;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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