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길냥이

동네 길냥이들에게 사료를 주기 시작한지도 거진 2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가장 자주 보는 것은 노랑둥이 2형제. 매일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어디에선가 나타나서는, 집에서 사료 그릇을 준비하는 사이 복도에서 빨리 밥 달라고 둘이서 야옹야옹 울어대지요. 가끔은 출근할 때도 나타납니다(…).
아마 옆집(주택이 아니라 식당과 전시관이 들어선 건물임)의 뒷마당이 주영역인 듯.
온몸이 노란 아이와, 턱과 배에 흰 털이 조금 남아있는 아이 둘입니다. 얼굴 생김새는 전신 노랑이가 눈이 더 동그라니 귀여워요.

전신 노랑이가 그나마 용감해서, 이 아이는 이제 50cm까지는 다가가도 잠자코 있습니다. 한 번 제게 등을 돌리고 있을 때 슥 만졌는데 그 때는 가만히 있더라구요. 하지만 손이나 오뎅꼬치가 다가가고 있는 게 시야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얄짤없이 도망갑니다. 뭐, 얼굴 익힌지 두 달 정도니까 경과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쨌든, 전신 노랑이는 이름을 이로(男), 흰 털이 섞여있는 애는 기로(男)입니다. 노랑이(きいろ)라 저렇게 적당히 지었습니다(…).
성별은 최근이 되어서야 알았네요. 좀처럼 엉덩이를 안 보여줘서(…)

어느날 용감히 제 집에 들어온 이로군.
안방까지 진출. 잡아다 발 좀 씻기고 싶어요... ㅠ_ㅠ

역시 이로군. 위 사진과 비교할 때 털이 깨끗해졌습니다. ㅎㅎ
그루밍중.
짝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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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군은 낮에는 사진 잘 나올 거리까지 접근하는 걸 허용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로기로 형제와 비슷한 크기의 노랑이가 한 마리 더 있어서, 셋이 함께 있는 걸 두세번 본지라, 허걱 실은 삼남매? 라고 놀란 적이 있는데.. 진실은 어떤지 몰라도, 기로보다 흰 털이 좀 더 섞여있는 노랑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대체 영역이 어딜까 했는데, 지난 주 금요일 퇴근하는데,  제가 사는 빌라의 반지하층(사람 안 살고 버려진..)에서 아깽이 소리가 들리길래 뭔가 다가갔더니, 버려진 방 하나를 그 노랑이가 산실로 쓰고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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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안 들어오는 데라서...ㅜ_ㅜ

제가 들여다보면 도망가느라 잘 모르겠지만, 2~3마리 있는 새끼가 다 노랑이인 듯.
산실은, 문에는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뚫어놓고, 문 자체는 자물쇠로 잠가두었더군요. 아마 다른 사람이 해꼬지할까봐 빌라 주민 중 누군가가 잠가둔 듯 합니다. 고양이가 들락날락할 구멍은 있는 거니까요..

그러고보니 작년 이맘때도, 약 한 달 간 아깽이 소리가 나서 그 때는 누가 키우나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길냥이가 아이를 낳았던 듯한. 확실히 반지하가 비바람을 피할 수 있어서 길냥이가 숨기에는 좋지요. 아마 빌라 사시는 할머니들이 묵인하고 있는 듯(그렇게 믿고 싶다는).


한편, 이로랑 기로 먹으라고 그릇 놔두는 곳 옆에다 누가 텃밭을 만든 이후에는, 제가 놔둔 사료 그릇을 번번히 갖다 버리더라구요… 4월에는 안 그랬는데 5월 들어서 ㅜ_ㅜ
그래서 요즘은 퇴근길에 사료 그릇을 내놨다가 출근할 때 집안에 숨기는 식으로 밥을 주고 있습니다. 사료 그릇으로 주로 쓰는 건, 크ㅇ제 버거에서 샐러드 포장시키면 담아주는 용기.

아, 그리고 이 세 마리 말고도, 가끔 노랑이/고등어 커플과(내 눈앞에서 애정 행각을 벌였던..) 젖소 두 마리가 찾아와서 먹기도 하구요. 몇 블럭 떨어진 곳에 배회하는 턱시도를 본 적 있는데 그 때는 늘 먹을 게 없어서 번번히 놓치고(?) 만다는… 턱시도도 좋은데 ㅠ_ㅠ

이렇게 가끔 트위터에다 사진 올리고 좋아라하고는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 집에 사는 것도 내년 2월까지라서 그 이후에는 얘들 어떻게 되려나.. 싶기도 합니다. 이왕이면 제가 떠나는 것보다 얘들이 먼저 영역을 떠나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요. 저와 고양이의 거리도 지금 정도가 딱 좋고. (하지만 그래도 포기 못 하고 가끔 오뎅꼬치를 흔들지만.. 안 놀아요 ㅜ_ㅜ)
고양이랑 놀고 싶으면 고양이 카페를 찾아가거나 동국대 찾아가는 수 밖에 없다는…
동국대 반야들은 TNR 했다길래 혹시 경계당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오히려 처음으로 발라당과 마중나오기를 선보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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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 기로 엉덩이를 다시 보니 남자아이길래 수정을;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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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하시네요^^
저는 집에서 멸치 삶으면 화단에 슬며시 놓고 오긴 하는데
고양이들 영역을 제대로 몰라서 안 먹는 곳도 있고 그러더라구요ㅜ
내년 2월이면 꽤 기간이 기니까, 그 동안 꼭 오뎅꼬치에 낚일 날이 올거에요~

아, 애들 간식으로 멸치도 좋겠네요.
제 집엔 없지만….

지금은 저 노랑이 남매도 신경쓰이지만, 반지하에 사는 아깽이들이랑 좀 친해질 수 없을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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