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대로 추리소설을 찾아 읽는 편입니다만..
초등학생때는 단순히 홈즈나 뤼팽을 좋아하고, 중학생때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좋아했으나
현재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는 엘러리 퀸입니다.
(저 순서는 영미 본격 추리소설을 읽을 때의 왕도로군요;)
사실 엘러리 퀸을 처음 읽었을 때는 국명시리즈와 버너비 로스의 비극시리즈가 다였던지라, 그 때는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최근 예과때 읽었던 라이츠빌 시리즈-재앙의 거리, 열흘간의 불가사의(폭스가의 살인은 아직 결말이 기억나는지라)-를 다시 읽고 좋아져버렸군요. 읽는 도중에 결말이 기억나버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라이츠빌 시리즈는 라이츠빌이라는 어느 마을을 무대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엘러리 퀸이 처리하는 이야기입니다만, 국명시리즈와는 다르게 트릭보다는 인간관계에 더 중점을 둔 시리즈.
도시화가 진행되고는 있다지만 역시 시골마을인지라, 12년 전의 살인사건을 기억하고 있다던가(폭스 가의 살인), 도시의 지도자였던 가문에 스캔들이 일어나자 돌을 던지는 마을사람이라던가(재앙의 거리).
열흘간의 불가사의에서는 마을 사람은 안 나오지만, 아버지와 새어머니, 양아들간의 심리와- 마지막 엘러리 퀸의 절망(?)이 마음에 들어서.
사실 책을 읽을 때는 한큐에 재쁠리 읽어버리는 게 버릇이라, 추리소설을 읽을 때도 트릭같은 거, 읽으면서 당장에 찾을 수 있으면 그걸로 좋지만, 못 찾으면 못 찾는대로 끝까지 읽어버리는 타입인지라…
오히려 라이츠빌 시리즈가 더 취향에 맞는군요.
그리고 그 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이 엘러리 퀸의 인간성.
사실 잘 살펴보면 본격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중에 이만한 인간성을 보이는 사람도 드뭅니다.
3인칭으로 서술되는 홈즈나 포와로나 번스, 대체 얼마나 스캔들을 알고 있을까 의심가는 마플 할머니나.
펠 박사나 브라운 신부 정도는 몰라도.. 본격 추리소설의 특징상 트릭을 숨기기 위해 탐정의 심리는 안 드러내는 것이 보통이지만 엘러리 퀸의 경우엔 그걸 잘 조절했다고 할 수 있죠.
(하드보일드야 그렇지 않지만… 갱이나 마약냄새 나서 싫어요.)
심지어 커튼에서 포와로가 죽었을 때도 ‘아, 죽었군’ 이 다였는데(뭐 포와로 죽는 작품이라고 워낙 많이 들은 탓도 있지만), 최후의 비극에서 드루리 레인이 죽었을 때는 좀 슬프더군요. (아니, 미노년이라 그런 게 아니고..)
하여간, 열흘간의 불가사의에서 엘러리 퀸이 넉다운 된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나중에 꼬리 아홉 고양이에서 부활하는 듯. 하지만 이 작품은 단서 내준 게 너무 엉망이라(반칙이다!)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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